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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은행 판매 금지로 본 금융규제 역사...그런데 코인은?

고란, 어쩌다 투자, DLF, 글래스스티걸법, 도드프랭크법

[고란의 어쩌다 투자] ‘규제가 혁신을 가로 막는다’는 비판도 때가 맞아야 합니다. 요즘은 말 그대로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입니다. 되도록 자율에 맡긴다는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너무 많이 터졌습니다. 상품을 내놓자마자 ‘완판’ 사례를 이어갔던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환매를 중단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언제 내 돈을 돌려받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이건 그나마 ‘말이 되는’ 편입니다. 안전하다(고 믿는)는 시중은행이 판매한 독일 10년 만기 국채금리와 연동한 파생결합펀드(DLF)는 9월 말 원금 98.1% 손실로 만기를 맞았습니다. 라임펀드와 달리 이 DLF는 일반 은행 창구에서 일반 서민들에게도 팔았습니다. 어떤 피해자는 가입 최저 한도 1억 원을 맞추려고 다른 은행서 대출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손해 보지 않을 거라는 은행 직원 말을 믿은 거죠. 사모펀드 규제 완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모펀드에서 사고가 나자, 금융당국이 나섰습니다(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이상한 거죠). 앞으로는 투자자가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위험 투자상품의 은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상품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도 투자상품에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소위,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주요 타깃입니다. 또, 개인의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은 현행 1억 원에서 3억 원 이상으로 올렸습니다. 2015년에 사모펀드 시장을 활성화한다며 각종 규제를 풀어왔는데, 4년 만에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금융 규제의 역사는 ‘밀당’의 반복 금융 규제의 역사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반복입니다. 조이면 금융 발전이 없습니다. 그래서 풀어줬더니 방만해져서 꼭 사고를 냅니다. 다시 조입니다. 태평성대가 이어지면 다시 혁신을 위해 규제를 느슨하게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역시나 극적인 금융 규제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건 미국입니다. 아, 물론 그 동력은 금융권의 엄청난 로비 자금입니다. 뒤에 설명 드릴 글래스-스티걸 법을 폐기하기 위해 월가가 로비에 쓴 돈이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를 웃돈다고 합니다. 당시 월가 은행을 대표해 의회 설득작업에 나섰던 미국 은행협회(ABA)의 로비스트 에드 잉글링(Ed Yingling)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글쎄요, 금액이 얼마인지 계산하기조차 어렵군요.… 금융개혁법안은 우리(금융업)의 최대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고, 로비 자금은 우리의 싸움에 필요한 이빨이요, 손톱이었습니다.” 1933년 글래스-스티걸 법, 투자ㆍ상업은행의 분리 미국은 1913년 연벙준비법(Federal Reserve Act)에 따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설립된 이후, 금융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1920년대 대공황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은행들이 수익에 눈이 멀어 부분별한 증권 투기에 나섰습니다. 고객의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위험한 투자를 했습니다. 블랙 먼데이 아시죠. 1929년 10월 28일 뉴욕 다우지수는 13.5% 폭락합니다. 주가가 아니라 지수가 두 자릿수로 폭락했습니다. 방만한 경영을 하던 은행들이 무더기로 도산했습니다. 대공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금융 규제가 강화됩니다. 1933년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제정됩니다(대부분의 미국 법은 법을 입안한 의원들 이름에서 따왔다고 보면 됩니다). 핵심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의 완전 분리입니다. 고객 돈 받아서 니들 마음대로 위험한 투자하지 말라는 거죠. 기업이 발행한 유가증권 인수 등의 증권업무를 투자은행에만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연방예금보호공사(FDIC)가 만들어집니다. (참고로, 이 기관을 본 따 1996년 만든 국내 기관이 한국예금보호공사(KDIC)입니다. 예금 가입하시면 아마 일정 금액을 보험료(?) 명목으로 떼 갈 겁니다. 그 보험료로 예보가 기금을 운용하고요, 혹시나 은행에서 문제 생겨서 예금을 못 돌려주면 5000만 원까지는 예보가 대신 돈을 돌려줍니다. 신기한 건 은행은 물론이고 저축은행도 예금자보호가 되는데 안 되는 곳의 예금이 있습니다. 어디냐고요? 유튜브를 봐 주세요:D) ‘자본의 제왕’ 샌디 웨일, 경계를 무너트리다 1980년 레이건 정부 출범 이후 금융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됩니다. 명문은 일본 등 공세에 밀려 글래스-스티걸법이 규제의 발목을 잡아 미국의 금융이 발전할 수 없다는 거였죠. 1990년대초 최대 적대국이었던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글로벌 경제에서 강력한 금융의 힘이 유일한 무기”라며 금융 패권을 일본으로부터 탈환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을 백악관에 건의했습니다. CIA 보고 덕분이었는지, 1991년 2월 미국 재무부는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가 미국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 금융산업 체질 개선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합니다. 글래스-스티걸법을 무력하게 만든 결정적 한 방(?)은 1998년 4월 시티그룹(시티은행의 모회사)과 트래블러스(보험회사이자 투자은행인 살로먼스미스바니를 소유)의 합병 발표입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글래스-스티걸법에 따르면 상업은행은 투자은행 업무를 할 수 없는데, 둘이 합병을 함으로써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경계가 무너지게 된 겁니다. 이때 트레블러스의 회장이 그 유명한 ‘자본의 제왕’ 샌디 웨일입니다. 샌디 웨일은 ‘선 합병 후 규제 철폐’에 들어갑니다. 글래스-스티걸 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법(1999년의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이 되는)으로의 통로를 만들기 위해 로비하기 시작합니다. 글래스-스티걸 법의 조항을 하나하나 무력화시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자본의 탐욕을 제어하라 1999년 금융업권간 칸막이 역할을 해오던 글래스-스티걸법이 철폐되고, 영역 간 겸업을 허용하는 금융서비스현대화법, 이른바 ‘그램-리치-브라일리법(Gramm-Leach-Bliley Act)’이 발효됩니다. 이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경계가 무너지고, 금융산업의 무한팽창 시대에 들어갑니다. 자본의 무한팽창은 결국 파국을 맞이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를 뒤흔듭니다. 위기가 왔느니 다시 규제의 끈을 조여야 합니다. 그래서 만든 게 2010년 발효된 ‘도드 프랭크 법(Dodd Frank Act)’입니다. 도드프랭크법은 16개의 독립된 법률로 구성된 법안입니다.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이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볼커룰’입니다), 금융시장 감시, 소비자 보호 등으로 4가지 주제로 크게 구분됩니다. 일단,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합니다.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ㆍ연방예금보험공사(FDIC)ㆍ통화감독청(OCC)ㆍ증권거래위원회(SEC)ㆍ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14개 금융감독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신설하고 위원장은 재무부 장관이 맡습니다. 금융기관 규제도 강화합니다. 대형은행의 대마불사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위기 시 정부 지원을 제한하고 주주와 채권자가 우선적으로 손실을 부담하는 베일인(Bail-in) 제도를 도입합니다. 은행의 고위험 자기자본 거래(Proprietary trading)를 금지하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투자도 자기자본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볼커룰(Volcker Rule)’도 도입됩니다(볼커룰은 2013년 12월 최종 승인됐습니다. 볼커룰은 제안자인 폴 볼커 전 Fed 의장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자기자본 투자로 손실이 발생해 은행 건전성이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죠. 아울러 Fed는 대형 은행들에 대해 매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은행 등에 대해 배당을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금융시장 감시를 위해서 운용자산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헤지펀드ㆍ사모펀드 등의 SEC 등록이 의무화됩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Fed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을 설립, 불공정 행위 및 약탈적 대출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규제의 고삐를 다시 풀다 딱 봐도 뭔가 규제사항이 많은 느낌이죠. 월가 은행들의 활동 범위를 위축시키는 지나친(월가 쪽의 표현입니다) 규제죠. 월가선 볼커룰이 은행 비즈니스를 무리하게 제약해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기준으로 제재를 가하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는 금융기관에 대한 포괄적 규제를 가하기 때문에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하죠. 월가는 도드프랭크법이라는 규제의 족쇄 때문에 금융산업 발전이 어렵다며 막대한 실탄(로비 자금)을 들고 워싱턴으로 향합니다. 마침내 공화당을 중심으로 발의된, 도드프랭크법을 상당 부분 무력화한 ‘금융선택법(Financial CHOICE Act)’이 2017년 발의, 하원을 통과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법은 상원을 통과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규제 완화 움직임은 꾸준하게 진행됐고, 지난 10월 Fed는 FDICㆍCFTCㆍOCCㆍSEC 등 4개 금융당국과 함께 볼커룰 개정안을 최종 승인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볼커룰의 핵심은 은행이 고수익을 좇아 파생상품,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는 자기자본 거래를 금지하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월가는 이 규정이 9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지나치게 방대한 규제라면서 반발해 왔습니다. 월가가 원한 ‘폐지’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규제 내용은 보다 단순해 집니다. 특히 은행의 60일 이내 단기 거래를 자기자본 거래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폐지해 은행의 투자 활동 범위를 넓혀줬습니다. DLF는 규제라도 받지, 코인은… 금융규제의 역사와 코인은 무슨 관계일까요. 금융감독 당국의 DLF 은행 판매 금지를 보면서, 그나마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코인은 아예 규제 범위 밖에 있습니다. 코인 사기를 당하면 금융감독원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지만, 가 봐야 소용없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감독 대상은 금융기관입니다. 코인을 취급하는 거래소나 코인을 발행하는 프로젝트 모두 금융기관이 아닙니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경찰이나 검찰 등 사법당국에 호소해야 합니다. 규제의 울타리 안에 있어야 산업이 정상적으로 클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상태에서 사기 피해자만 쌓여가고 있네요. 코인 거래나 코인 발행도 금감원의 감독 관할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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