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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인클로저가 아닌, 디클로저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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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s Deconomy]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은 유럽이 중세사회와 봉건제도에서 근대사회와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사건이다. 인클로저 운동은 농경지를 목장으로 만든 움직임이다. 16세기 이후 유럽에서는 양모(羊毛)를 가공한 모직물 공업이 융성했다. 영국의 봉건 영주들은 농사를 그만두고, 양을 기르기 위해 목장을 만들고 울타리를 쳐서 사유지임을 명시하게 됐다. 봉건영주들은 토지를 사유화한 자본가 계급이 됐다 양이 인간을 잡아먹는다 농민들은 농경지에서 쫓겨나, 노동자 계급으로 전락했다. 이를 두고 토머스 모어(Thomas More)는 “양이 인간을 잡아먹는다”고 비판했다. 칼 마르크스(Karl Marx)는 생산자와 생산수단이 처음으로 분리된 사건으로 평가한다. 유럽의 경제체제는 인클로저 운동을 계기로 장원(gradherrschaft)제도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다. 장원제도는 1촌락 1장원의 구조로, 영주와 농민의 경제적 관계를 의미한다. 농민은 영주의 농노로 영주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고, 영주로부터 신변보호를 받는 동시에 토지의 이용권을 인정받았다. 장원제도 하에서는 촌락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자급자족했다. 그러나 인클로저 운동을 계기로 양모와 곡식 등을 교환할 필요가 커지면서 시장 경제체제로의 전환이 나타났다. 인클로저 운동 이후 농업의 형태도 자본주의로 전환됐다. 이때부터 토지를 임대하고, 품종과 장비ㆍ인력을 투입해 경작하는 사업이 나타났다. 영주는 토지를 임대해주는 자본가가 되고, 토지와 장비를 임대하는 농업 사업가가 나타났으며, 농민들은 사업가에 의해 고용됐다. 비로소 현재 자본주의 형태와 가장 가까운 소유 및 생산구조가 나타난 셈이다. 울타리를 치자 산업혁명이 피어났다 인클로저 운동은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꽃피우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영국의 지리적 형태가 양을 기르기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인클로저 운동은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됐다. 그 결과 농지에서 쫓겨난 농민들이 도시로 대거 이주하고, 이에 따른 값싼 노동력이 산업혁명의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 인클로저 운동은 자본주의의 생산형태를 촉발시켰다. 자본가-기업가-노동자의 경제적 계급을 낳았으며 노동자들의 도시인구 유입으로 산업혁명의 원동력을 제공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왔고, 많은 사람의 삶의 질이 절대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체제로의 전환을 야기한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 토지에 울타리를 치는 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인클로저(enclosure)’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 울타리를 쳐서 내 것으로 확정한다는 이기심이 잉여생산과 잉여자본을 낳았다. 소비를 늘리고 성장의 재원을 마련하게 하는 자본주의의 장점임이 분명하다. 지금은 울타리를 허물 때다 지금은 오히려, ‘디클로저(declosure)’ 운동이 필요하다. 즉, 울타리를 허물어야 한다. 인클로저 운동 시기에는 나만의 양을 먹일 풀과 뛰어 놀 목장을 확보하기 위해 울타리를 쳐야 했다. 지금은 환경이 다르다. 울타리가 쳐진 목장에는 다른 양, 또는 양보다 더 좋은 털을 가진 동물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하는 플랫폼 경제체제의 시대다. 플랫폼의 울타리를 넘기 어려우면 사람들은 모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면 네트워크 가치의 확장은 제한될 뿐이다. 구글은 전세계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검색엔진이고, 페이스북은 전세계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이며, 아마존은 전세계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전자상거래 서비스다. 이들 플랫폼 기업들의 본질은 울타리를 허무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제공하는 공간에서 기업가와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협업하고,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다. 가치배분의 울타리마저 허물어야 한다 이들 플랫폼 기업의 소유구조 자체는 자본주의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인클로저 운동 때 만들어진 초기 자본주의의 모습 말이다. 디클로저를 통한 네트워크 효과로 수많은 사업가와 노동자들이 가치를 만들어 냈지만, 그 과실은 이들이 아닌 초기에 돈을 댄 자본가에게만 돌아간다. 구글ㆍ페이스북ㆍ아마존ㆍ알리바바ㆍ텐센트 등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innovation)적이긴 하지만 혁명(revolution)이지는 않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패러다임의 본질은 네트워크에 참여의 울타리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가치배분의 울타리마저 허무는 ‘근본적인’ 디클로저 운동이 아닐까.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임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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