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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리브라, 시민의 화폐를 꿈꿨지만...

임동민, 페이스북, 리브라, 블록체인법학회, 거버넌스

[Economist’s Deconomy]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개인이 정부를 구성해 개인의 지위를 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권력의 형성과 지배의 정당성, 즉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핵심 질문이다.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는 개인의 삶(life)을 위해 국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인 ‘자연상태’에서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리바이어던(Leviathan)과 같은 국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는 개인의 자유(liberty)를 위한 사회계약의 결과로 국가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자연 상태에서 개인은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며, 공동의 힘으로 구성원 각자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는 자유의지를 실현하는 연합’이 국가라고 강조한다. 개인의 삶(life)을 보호하고 자유(liberty)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국가 권력의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는 상실된다. 거버넌스의 근본에 대한 논의가 10월 22일, 서울 강남 논스에서 이뤄졌다. 블록체인법학회가 주최한 <2020년 리브라 되나?> 컨퍼런스에서 홍은표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거버넌스로 바라본 리브라와 기업의 화폐’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했다. 이를 리뷰해 본다. 탈중앙화를 원하지만 트릴레마가 문제다 로렌스 레시그(Lawrence Lessig,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거버넌스 모델을 결정하는 데 있어 문제는 ‘누가 궁극적으로 시스템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한 구조’라고 봤다. 거버넌스의 의사결정은 단순히 정해진 아키텍처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시장과 문화(Norm)의 역할이 중요하고 자유롭게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 사이의 경쟁도 중요하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거버넌스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①블록체인 운영체계인 합의 알고리즘, ②블록체인 시스템의 최종의사 결정기구에 대한 참여형태 등이다. 대표적인 퍼블릭 블록체인 암호화폐 네트워크인 비트코인ㆍ이더리움ㆍ이오스 등의 합의 알고리즘은 작업증명(PoW)ㆍ지분증명(PoS)ㆍ위임된지분증명(DPoS) 등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최종 의사 결정 메커니즘은 51% 공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보팅(voting) 구조와 권한 및 보상ㆍ벌칙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거버넌스가 네트워크 전체가 아닌 소수에 장악될 위험이 클수록 거버넌스는 중앙화, 내지는 후진적 구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블록체인 트릴레마다. 보안성ㆍ탈중앙성ㆍ확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거버넌스의 관점에서는 대체로 탈중앙성과 확장성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를 얘기한다. 홍은표 연구관은 이 문제를 변화에 빠른 적응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렴하는 과정의 트레이드 오프 관계로 설명한다. 변화에 빠른 적응을 위해서는 중앙집중적이고 하향식 의사결정이, 네트워크 안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시키고 수렴시키는 과정을 위해서는 탈중앙화되고 상향식 의사결정을 선택해야 한다. 포용적 금융을 위한 비포용적 거버넌스 리브라의 거버넌스는 ①리브라 BFT 합의 알고리즘, ②리브라 협회(association)와 허가형 블록체인 등으로 요약된다. 리브라 협회의 과도한 권한집중 가능성이 우려된다. 리브라 협회의 권한은 ①리브라 리저브(Reserve) 관리, ② 최종의사 결정기구인 의회(Council) 구성 등이다. 의회는 100개 파트너가 창립멤버(founding member)로 참여해 1%의 투표권을 갖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리브라 협회에 의한 거버넌스는 24억 명의 참여자를 가진 글로벌 소셜-금융 네트워크의 규모에 비해 권한이 집중된 구조임에 분명하다. 특히 경영진과 이사회가 초기 100개 파트너에 의한 협의체에 의해 선임돼 이들에 대한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페이스북의 잠재적인 영향력도 걱정이다. 페이스북은 협회에 참가하지 않으며 자회사인 칼리브라가 협회로 참여해 1/100의 투표권만 갖는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홍 연구관은 리브라 거버넌스를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한 마디로 ‘포용적 금융을 위한 비포용적 거버넌스’ 구조라는 것이다. 리브라 의회에 소프트웨어 개발, 리저브 운용 등 대부분의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 리브라 의회는 아예 거버넌스 구조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리브라 백서에서 향후 의회에 신규멤버(New Member)가 참가해 5년 이내 20% 이상의 투표권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궁극적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해 거버넌스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약속(commitment)의 증거는 없다. 리브라는 기업의 화폐로 기능할 것이다 홍 연구관은 리브라 거버넌스에 대해 “전세계 시민의 화폐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충분치 못 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리브라는 중앙화된 거버넌스와 사익을 추구하는 가운데 전세계 시민들에게 제한된 편익을 제공하는 기업의 화폐로 기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가운데 국가 시민들에게 위임된 중앙화된 거버넌스와 공익을 추구하는 정부 화폐, 그리고 전세계 시민들에게 분산화된 거버넌스와 공익을 추구하는 시민 화폐의 경쟁구도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필자의 생각을 덧붙이자면, 리브라의 거버넌스는 기업과 네트워크의 하이브리드 형태다. 기업의 지배구조인 주주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단순 지분율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기능적으로 제한한 구조로 볼 수 있다. 다만, 홍 연구관의 의견과 같이 공익이 더 중요한 기능인 화폐 네트워크로서의 거버넌스로는 충분치 못 하다. 리브라 거버넌스가 좀 더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전세계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기능할 것이라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전 세계는 거버넌스의 위기에 빠져 있다. 의회 민주주의의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 공산주의의 G2인 미국과 중국의 거버넌스는 잘 작동하고 있을까. 미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과 대마불사(大馬不死) 대형 은행들의 거버넌스 평가는 어떠할까. 블록체인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의 거버넌스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에 의한 완벽한 거버넌스를 구축했는가. 완벽한 거버넌스의 구축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것만은 확실하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움직임이 거버넌스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다. 권력의 거버넌스에 대한 본격 경쟁시대의 불을 지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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