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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코인(상)] "비트코인 얼리 어답터는 게이머였다"

고란, 어쩌다 투자, 브록 피어스, 아이템매니아, 이정훈

[고란의 어쩌다 투자] 아이템&코인(상) 한국이 게임 강국이라는 말은 옛말인가 봅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최근 국내 상장 게임업체 35곳의 실적을 분석했는데, 2분기 기준으로 15곳이 적자였다고 합니다. 6년 전인 2013년 2분기 5곳에 비해 세 배로 늘었습니다.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3N의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10% 이상 줄었다고 하네요. 본업이 잘 안 돼서 그런지 회사를 팔려고 하질 않나(넥슨), 구독경제 한다는데 선뜻 관계가 잘 연상이 안 되는 회사(웅진코웨이)를 사려고 하네요(넷마블). 그런데 왜 갑자기 게임 얘기를 꺼내느냐고요? 게임과 블록체인(혹은 비트코인)의 관계가 사실 예사롭지 않습니다. 초기 게임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하면 수십 개의 비트코인을 뿌렸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가상의 자산(게임 아이템)을 돈을 주고 산다는 게 어째 비트코인 거래와 닮았습니다. 그리고 국내 유력 거래소 ‘빗썸’의 ‘실세’가 게임 아이템 사업을 개척한 전설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K-게임 몰락으로 가고 있나 한국은 세계 처음으로 온라인 그래픽 게임을 개발한 곳입니다. 아이템 판매 등 수익 모델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고요(이게 실은 게임회사가 개발한 게 아니라 자생한 모델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게임 강국이라고 하기엔 조금 멋쩍은 느낌입니다. 우리 게임의 지위가 예전만 못해서 겠죠. 한국경제신문은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게알못(게임 잘 알지 못하는 자)’인터라 이 분석을 참고해 보겠습니다. ①신작 게임 출시 지연 게임의 중심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고 있습니다. 그 속도를 맞추기 위해 사실 한국 업체들이 대부분 개발자를 갈아 넣는 식으로 신작을 내놨습니다. 넷마블의 애칭(?)이 오죽하면 ‘구로의 등대’ 이겠습니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올해 처음 도입된데 이어, 내년에는 50인 이상 사업장에까지 확대됩니다. 넷마블도 지난해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서 달라진 노동 규제와 환경에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상반기 출시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BTS 월드’ 등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늦게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우리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논할 때 중국인 ‘996’(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외치는 마당에 무자비한 중국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②외국 게임의 한국 시장 장악 한국 사람들 게임 좋아하는 건 전 세계가 다 알죠. 게다가 한국서 터지면 세계에서도 터지게 돼 있습니다.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습니다. 1일 매출 기준으로 보니 국내 안드로이드 모바일 게임 상위 10개 가운데 5개가 외산 게임입니다. 2016년 텐센트에 팔린 슈퍼셀까지 포함하면 모두 중국산입니다. PC방에 가면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LOL)’은 10년 동안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중국 게임 수준이 한국 중소 게임업체가 내놓은 웬만한 게임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죠. 2013년 IT를 담당할 때 만났던 NHN게임 관계자가 “텐센트가 개발자 쓸어간다. 솔직히 싹수 있는 한국 중소 게임사 중에 텐센트 지분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당시만 해도 중국 게임이 조잡한데 그렇게 쓸어가면 아마 한국 게임 시장 다 먹을 거라고. 만 5년 정도 지났는데 현실이 되는 듯합니다. ③오, 사드… 새드 앤딩 숫자로 보면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게 중국 시장입니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신규 게임을 그간 출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입니다. 미국 눈치 때문에 설치한 거긴 한데, 그에 열 받은 중국이 한국 게임의 자국 시장 내 유통 허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2017년 3월 이후 2년 넘게 중국에서 신작 게임을 출시 못했죠.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침만 흘려야 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최근 ‘삼국블레이드’라는 게임에 외자 판호(서비스 허가)를 내줬습니다. 그래서 일제히 게임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본격적인 개방일지, 아니면 중국 삼국지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라 특별히 허가를 내 준 건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④게임하면 병 걸린 거? 게임 인식 악화 단기 실적 악화의 원인은 아닐 지 모르지만 장기로 보면 가장 큰 리스크가 아닐까 합니다. 바로세계보건기구(WHO)가 5월에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에서 게임 이용 과몰입을 질병으로 지정했습니다. 아, 비트코인 투자는 도박이라는 사회적 낙인만 찍혔는데, 게임은 아예 병으로 지정돼 버렸네요. 이런 산업에 어떤 인재가 오겠습니다. 사람이 모이지 않는 산업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WHO의 조치로 한국 게임산업의 손실 금액이 2025년 최대 5조200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비트코인 얼리 어답터는 게이머” 코인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게임 산업 얘기를 꺼낸 건 암호화폐 거래소, 특히 빗썸 얘기를 하고 싶어서 입니다. 2018년 6월 말, 당시 비트코인재단 이사였던 브록 피어스(Brock Pierce)를 만났습니다. 왜 한국에서 암호화폐 거래 열풍이 유독 심하냐는 질문에 그는 게임 얘기를 꺼냅니다. “초기 비트코인을 이해한 이들(얼리 어답터, early adopter)은 게이머(gamer)다. 이게 왜 한국이, 특히 서울이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거래의 메카가 됐는지에 대한 이유다.” 그러면서 자기가 2005년에도 한국에 왔었다고 합니다. 그는 “내가 아이템매니아와 아이템베이를 합병했다. 두 개의 주요한 게임 아이템 거래소다. 쉽게 말해 11년 전쯤엔 내가 모든 한국의 게임 아이템 거래업체의 회장이었다는 얘기다.” 뭔 소리인가 봤더니, 그는 2001년 스페인에서 디지털 통화 거래 회사인 ‘인터넷 게이밍 엔터테인먼트(Internet Gaming EntertainmentㆍIGE)’를 설립했습니다. IGE는 2006년 골드만삭스로부터 6000만 달러 투자를 받았고, 그해 상반기 당시 국내 2위 업체인 아이템매니아를 500만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1위 사업자인 아이템베이까지 사들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인수는 불발에 그쳤고요. 이후 2012년 아이템베이가 골드만삭스에 매각되면서 두 회사가 합병 수순을 밟았습니다. 골드만삭스가 대주주인 어피니티미디어(IGE 사이트 운영)가 아이템매니아 지분을 100% 보유했기 때문입니다. ‘게임 아이템 거래의 아버지’ 물러나다 여기서 문제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아이템매니아의 창업주인 이정훈 전 대표입니다. 이 분 전주 지역에선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지역 출신의 가장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전주에서 PC방을 운영하면서 아이템 거래 사업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앞서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을 만든 게 한국이라고 했는데, 따지고 보면 이건 게임 회사가 판을 만든 게 아닙니다. 유저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시장인 거죠. 아이템매니아는 그 시장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준 거래소 역할을 했을 뿐입니다. 2006년 이 전 대표는 회사를 500만 달러에 성공적으로 매각합니다. 이후에도 대표로 있으면서 회사를 키워나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일종의 PEF입니다. 사업을 계속 하려는 게 아니라 회사를 사서 키운 다음에 비싸게 파는 게 목적이죠. 골드만삭스가 2016년 4월에 지분 전량을 모다정보통신에 넘깁니다. 진짜 사업을 하려는 주인이 왔기 때문에 이 전 대표는 2016년 8월 1일 기준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 *(하)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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