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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공매도와 비트코인 선물의 양자물리학?

고란, 공매도, 에이치엘비, CME

[고란의 어쩌다 투자] ‘변동성이 너무 커서 위험하다.’ 코인 시장을 두고 이런 말씀 하셨던 분들은 거둬 들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주식시장이 더합니다. 특히 코스닥 시장이요. 표적항암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에이치엘비라는 업체는 이달 들어 24일까지 200% 넘게 올랐습니다. 7월 말 2만 원대 주식이 24일 장중 한때 20만 원도 돌파했으니, 3달이 안 돼 주가가 10배가 됐습니다. 코인에만 인생역전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오히려 코인판은 ‘이생망’이고 될성부른 바이오 주식을 잡아야 하는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주가가 이렇게 급하게 오른 데에는 호재(지난달 말 유럽종양학회(ESCO)에서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약효과가 입증됐다고 발표한 것)도 있지만 공매도의 영향도 크다는 말이 시장에 돕니다. 공매도가 뭐 길래 이런 해석이 나오는 걸까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판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空) 주식을 판다(賣渡)’는 의미입니다. 주식이 없는데 어떻게 팔 수 있냐고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빌려와서 파는 방법입니다. 대주거래와 대차거래를 통한 ‘차입 공매도’입니다. 말이 어려운데 대주거래는 개인이, 대차거래는 기관과 외국인이 쓰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내에선 개인은 1969년부터, 기관은 1996년부터, 외국인은 1998년부터 공매도가 가능합니다. 뭔가 좀 이상하신가요?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개인에게 가장 먼저 허용이 됐다는 사실이. 이론적으로 보자면야 개인에게 가장 먼저 공매도의 문이 열렸지만, 현실에서는 개인은 거의 공매도를 할 수가 어렵습니다. 개인이 빌릴 수 있는 종목과 수량이 제한적이고, 대여 기간도 90일 이내로 짧습니다. 또 빌리는 주식의 120~140%에 이르는 예치금을 담보로 쌓아야 하고요. 반면, 세상이 다 그렇겠습니다만, 기관이나 외국인은 주식을 빌리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종목을 대량으로 1년간 빌릴 수 있습니다. 언제고 공매도를 때려야 겠다(공매도에는 웬지 ‘때리다’는 표현을 써야 느낌이 확 오네요)고만 마음먹으면 바로 공매도 전략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없는 데 파는 것,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심지어 빌리지도 않고 파는 경우도 암암리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황 증거가 드러난 사건이 2018년 4월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입니다. 없는 주식을 전산상의 조작만으로도 찍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것도 발행 가능 주식 총수를 초과하는 물량까지도 찍어낼 수 있다고요. 여기서 논란이 공매도로 튀었습니다. 없는 주식을 증권사가 찍어낼 수도 있는 거면, 지금까지 주식을 빌려와서 공매도를 때린 게 아니라 주식이 없는 데도 일단 공매도 때린 거 아니냐는 충분히 이론적으로 가능한 의심이었죠. 없는 주식을 파는, 공매도의 두 번째 방법이 바로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 Selling)’입니다. 일단 팔고 결제일(D+2일) 전까지 되사 갚는 방식입니다.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일단 팔고, 결제일 전(최악의 경우 D+3일 장 시작 전)까지만 사서 채워 넣으면 되는 거죠. 첫 번째 차입 공매도는 합법이고 기관이나 외국인의 정당한 투자 전략이지만, 후자인 무차입 공매도는 국내에선 불법입니다. 원래는 규정이 따로 없었는데, 2000년 4월 우풍상호신용금고 공매도 사건을 계기로 금지됐습니다. 우풍상호신용금고는 2000년 3월 29일 주가 하락을 기대하며 성도이엔지 주식 35만 주를 공매도했는데,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올랐습니다. 4월 4일 장 시작 전까지 공매도한 주식 가운데 약 15만 주를 되사지 못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결제를 이행하지 못할 위험성이 크고 시장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때부터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ㆍ홍콩ㆍ싱가포르 등에서 무차입 공매도가 활용됐지만, 이후에는 캐나다ㆍ헝가리ㆍ아이슬란드 등 일부를 제외하곤 전 세계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된 상태입니다. 지금은 틀리지만 없는 데 판다, 몰래 개인들 입장에서 차입이건 무차입이건 공매도는 ‘악의 축’이겠지만, 전문가들은 공매도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합니다. 첫째, 주식에 거품이 낄 때 거품 형성을 막아줍니다. 악재성 정보를 주가에 즉시 반영해 적정 가격 수준을 맞춰주는 거죠. 둘째, 거래량이 늘어나 유동성이 좋아집니다. 특정 주식을 사고 싶어도 팔려는 사람이 없으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잠재 매수자는 모든 투자자이지만, 공매도가 없다면 잠재 매도자는 주식 보유자로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공매도를 통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넷째, 공매도가 있어야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절대수익추구펀드 등 다양한 중위험ㆍ중수익 금융상품 개발이 가능합니다. 다섯째, 공매도 제도가 있어야 선진 시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MSCI는 선진국지수 편입의 평가하는 항목으로 공매도와 주식대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차입 공매도는 순기능보다 폐해가 더 큽니다. 주식을 미리 빌려 놓지 않아도 되니까 되려 가격 변동성을 키웁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바이오 종목이 임상을 실패했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당장 주식을 들고 있는 이들이 시장에 매물을 쏟아낼 겁니다. 주가 하락이 뻔한 상황이라 A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공매도 세력들까지 합세해 매물 폭탄을 투하합니다. 무차입 공매도 세력들 때문에 10% 떨어질 주식이 하한가까지 밀리는 일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앞서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고를 보니 없는 주식이 막 생겨나네요. 시스템이 그 모양이니 다른 주식의 경우에도 주식이 없는데도 기관이나 외국인이 공매도를 해 오지 않았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입니다. 전에 운용사에서 매니저 일을 했다는 분의 인터뷰를 보니, 공매도를 할 때 해당 주식을 그 매니저가 빌려 놓고 공매도를 때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일단 때리고 보는 건지를 증권사가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낸다고 합니다. 서로 오랫동안 거래해 온 사이라 그럴 거라고 서로 믿는다는 거죠. 일일이 확인을 하다 보면 주문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관행이라는데, 그렇지 않아도 운동장(주식 시장)이 기울어졌다고 난리인데 사실이라면 거의 운동장이 뒤집어 질 지경입니다. 공매도 세력, 제 발등 찍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에이치엘비 주가 급등을 왜 공매도 때문이라고 풀이하는 걸까요. 지난달 29일 호재성 뉴스가 전해지고 난 뒤, 이튿날인 30일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합니다. 예상치못한 급등에 공매도 세력은 당황합니다. 주가가 너무 오르면 내가 팔았던 가격보다 더 비싸게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여 되갚아야 합니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되갚아야 한다(이걸 ‘숏커버링’이라고 합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달 30일 기준 604만 주에 달하던 공매도 잔고(공매도 한 이후 상환하지 않고 남은 물량)는 8일 496만 주로 17.8%나 줄어듭니다. 공매도 잔고 급감과 동시에, 주가는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오릅니다. 얼마나 빨리, 어디까지 오를지 모르니 일단 빨리 털고 나오려는 이들이 몰리다 보니 주가가 뛴 거죠. 그래도 올라도 너무 올랐습니다. 21일에는 이전 4월에 기록한 고점인 15만 원대까지 돌파합니다. 공매도 세력들도 태도를 바꿔 다시 공매도를 때립니다. 18일 21억6000만 원까지 줄었던 공매도 거래량이 22일에는 362억5000만 원까지 급증합니다. 결국, 누가 웃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135억 원입니다. 25일 12시 30분 기준 시가총액은 약 6조4500억 원입니다. 코스닥 시총 2위이고, 코스피에서 LG유플러스보다 시가총액이 큽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약 4800억 원의 순익을 올렸습니다. “비트코인 선물 출시로 2017년 거품 꺼뜨렸다” 코인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게 비트코인 선물 시장입니다. 2017년 시장은 달아오르는데 이 열기를 가라앉힐 만한 수단이 없었습니다. 주식이야 공매도도 있고, 주식 선물 시장도 발달해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주식시장처럼 파생상품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12월 1일, 미국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CME(시카고상업거래소)와 CBOE(시카고옵션거래소)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를 발표합니다. 시장이 열광합니다. 드디어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왔다고요. 이제 곧 기관 자금이 몰려올 테니 이전과는 다른 판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 그런데 이게 사실 지나고 보니 ‘트로이의 목마’ 같은 거였습니다. ‘크립토 아빠’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전 CFTC 의장이 최근 한 강연에서 고백했습니다. “당시 CFTC와 미 재무부, 미 SEC(증권거래위원회), 국가경제위원회 등은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하는 것이 시장의 거품을 잠재울 수 있는 ‘친시장 수단’이라고 봤다”고 말입니다. 그는 “2017년 12월의 급격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이은 첫 번째 주요한 시장 거품 현상이었다. 당시 우리는 거품이 잔뜩 끼어있는 것을 목격했고, 가장 적합한 해결법은 투자자와 시장이 서로 영향을 주도록 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친시장적 해결책을 찾았고 결국 이 조치는 효과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Rani‘s note 수급은 모든 재료에 우선한다…단, 단기로만 공매도나 선물 시장을 통한 균형 가격의 추구는 시장의 힘을 입증하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과할 경우엔 가격 변동성을 키우죠. 주식 시장에서 ‘재료보다 수급이 우선이다’, 혹은 ‘수급은 모든 재료에 우선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장을 움직이는 건 결국 매수자와 매도자의 기세 싸움입니다. 이 싸움에서 누가 우위에 서고 누가 밀리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겠죠. 하지만, 이건 단기로 볼 때 얘기입니다. 장기로 보면(장기의 시계열을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 지는 투자자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결국은 가치입니다. 주식이건 코인이건 그 자체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를 입증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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