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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섭] 기관 투자자는 변동성보다 중국이 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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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섭’s Bitcoin Behind] 2019년 8월, 비트코인 성골 개발자들로 구성된 북미 기업 블록스트림(Blockstream)이 비트코인 채굴업에 진출했다. 피델리티 등을 고객사로 유치한 블록스트림은 캐나다 퀘백, 미국 조지아 주에 채굴 설비를 갖췄다. 이 소식을 바탕으로 예전에 미국이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지배력을 뺏고 싶어한다는 기고문을 썼다('미국이 장악하지 못한, 남은 단 하나의 분야는 채굴'). 그런데 최근 채굴업에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신호가 나왔다. 비트코인 채굴 시장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인다는 게 미션인 ‘레이어원(Layer1)’이라는 미국 스타트업이 5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피터 틸(Peter Thiel)과 디지털 커런시 그룹(Digital Currency Group)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레이어원, 채굴업에서 미국 영향력 키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레이어원은 원래 프라이버시 코인 ‘그린’ 생태계를 구축하던 행동주의 투자 펀드였다. 그러나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비트코인 채굴업으로 전환(pivot)할 계획이다. 레이어원은 이 자금을 가지고 단순 칩 제조 뿐 아니라 전기 생산 및 냉각 등 비트코인 채굴 과정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레이어원의 주장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채굴 1.0’이다. 이 시기에는 CAPEX(Capital expenditures, 설비투자비용)나 누가 신규 칩을 빨리 확보하는지 등이 중요하다. 하지만, 곧 도래할 채굴 2.0 시대에는 CAPEX보다는 OPEX(Operational Expense, 운영 비용)가 중요하다. 어떤 기업이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채굴장을 운영하는지가 비즈니스의 명운을 가른다. 레이어원 미 텍사스주의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비트코인 채굴 비즈니스를 할 계획이다. 레이어원의 목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돼, 채굴 산업에서 미국 기업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업을 지배하고 있는 비트메인(Bitmain) 등의 중국계 기업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피터 틸과 디지털커런시그룹의 ‘빅 픽쳐’ 레이어원의 투자자는 주로 미국계 자본이다. 페이팔(Paypal) 마피아로 유명한 피터 틸은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낙관한다. 그는 파운더스 펀드를 통해 비트코인에 상당한 금액을 넣었고, 비트페이ㆍ 레이어원 등 비트코인 생태계 스타트업에도 투자했다. 피터 틸의 입장에서는 비트코인이 주류로 부상하고 가격이 올라갈수록 이득이다. 디지털커런시그룹은 디지털 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금을 내려놓고 비트코인을 사라” 캠페인을 벌인 그레이스케일은 21억 달러(약 2조5000억 원)의 기관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9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상품은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기관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복잡하고 불안한 비트코인 키 관리를 투자자들이 직접 할 필요가 없어서다. 피터 틸과 디지털커런시그룹은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 비트코인을 주류로 만들고 생태계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은 이들의 부와 직결된다. 현재 비트코인 투자층은 주로 개인이거나 영세한 규모의 펀드다. 이들은 모두 기관 투자자의 참여를 이끌어내 판을 키우고 싶어한다. 기관 자금이 유입될 수록 비트코인 가격은 오를 거고, 그래야 이들도 더 큰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기관 투자가가 비트코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혹은 참여할 만한) 인프라는 서서히 깔리고 있다. 백트(Bakkt) 및 피델리티는 기관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매매 및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한 편이 아니다. 큰 기대를 모았던 백트는 출시 초기 저조한 거래량을 기록하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소 대비 기관용 비트코인 거래소의 거래량이 아직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변동성보다 중국이 더 불편하다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대체 자산에 대해 미국의 기관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높은 가격 변동성이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다. 비트코인 생태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채굴을 중국계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불편하다. 바로, 이 점이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피터 틸과 디지털커런시그룹은 간파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계 자본이 비트코인 투자 시장에 본격적으로 기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채굴 지배력에 대한 기관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채굴의 탈중앙화가 이뤄져야(정확히는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채굴 지배력을 빼앗아 오는 것), 미국 기관 투자가들이 안심하고 비트코인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비트코인은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 현재 비트코인 시가 총액은 1400억 달러에 불과하다. 8조 달러가 넘는 금의 총 가치 대비 2% 미만에 불과하다. 미국계 자본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만들어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으로 키우기 위해 채굴 기업을 육성하며 용의주도하게 판을 짜고 있다. 레이어원의 다음 발언은 피터 틸과 디지털커런시그룹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비트코인이 수조 달러 규모의 가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국 기업의 주도가 필요하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비트코인 제국주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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