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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을 만난 그림, 예술의 민주화를 쟁취하다

크리스티, 블록체인, 아르테이아, Arteia

‘살아있는 가장 비싼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월 4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가 1972년에 완성한 ‘예술가의 초상’은 9030만 달러(약 1019억원)에 낙찰됐다. 단, 이것은 수수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수수료를 따로 언급하는 무시하고 넘어갈 수준의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크리스티에서 사는 사람은 작품 가격이 20만 달러부터 300만 달러까지는 20%의 수수료를, 300만 달러 이상의 작품에는 12%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다른 조건이 없다면 호크니의 그림값에는 약 115억 원 정도의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 파는 사람도 수수료를 낸다. 이건 어떤 작품을 파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30% 안팎에 이른다. 크리스티는 가운데서 매매를 중개했다는 이유 만으로 그림값의 약 40%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다. 이거 좀 너무하지 않나. 40% 넘는 수수료...그나마 받아주면 다행? 백 번 양보해 사는 사람이 12%의 수수룔르 부담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 경매회사가 그 그림의 진본 여부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만약 낙찰 후 위작으로 밝혀지면, 당연히 경매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곧, 이름난 경매 회사를 통해 작품을 산다는 건 그림의 진본 여부를 보증 받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파는 사람이, 그것도 30% 안팎이나 수수료를 내야 할까. 이 얘길 꺼내면 크리스티도 할 말이 많다. 경매회사는 작품을 최대한 비싸게 파는 역할을 한다. 수수료율이 아무리 높아도 작품을 비싸게만 팔면 판매자에게 돌아가는 최종 수익은 크다. 당신이 피카소나 앤디워홀의 작품이 있다면 국내의 작은 경매회사를 찾는 것보단 크리스티나 소더비에 맡기는 게 낫다. 이들은 그만큼 작품을 비싸게 팔아준다. 실제로 이들 경매 회사는 작품을 비싸게 팔기 위해 뉴욕이나 파리 등에서 전시회를 열어 주기도 하고, 언론 등을 통해 작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작가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최소한 경매 회사에서 경매를 통한 판매를 도와준다. 하지만 이름이 없는 작가의 경우엔 경매회사도 외면한다. 경매에 내놔 봐야 팔리지 않거나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없으니 손해다. 무명 작가는 거들떠 볼 이유가 없다. 미술시장 정보사이트인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아트프라이스100’ 지수에 따르면, 경매에서 거래되는 모든 예술품 가격의 78%는 피카소ㆍ모딜라이니ㆍ말레비치ㆍ모네 등 상위 100대 작가 몫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품을 경매에 내놓치조차 못하고 있다. 그림은 직거래하면 안 돼? 젊은 작가들은 자구책으로 작품을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화랑 공간 및 아트페어의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져서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작가가 직접 작품을 홍보해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고, 미술 직거래 장터도 점차 활성화되는 추세다. 예술품 해외 직구 사례도 있다. 수수료를 아껴서 좋긴 한데, 직거래의 경우 치명적 단점이 있다. 위작 문제다. 진품임을 책임져 줄 중개인이 없다. 이베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기성품을 사도 ‘짝퉁’이 오는 경우가 있다. 중고장터에서 개인 간 거래를 하면 상품 대신 벽돌이 배달된다. 진본이 아니면 그림 값이 비쌀 이유가 없다. 온라인 미술품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다. 그럼 만나서 P2P 거래하면 될까. 마음만 먹으면 인증서 위조쯤이야 일도 아니다. 이때 등장하는 필살기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면 믿을 수 있다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은 전작도록(카탈로그 레조네)를 통해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작가의 모든 작품 리스트와 제작 배경과 전시 이력 등이 모두 기록돼 있다. 그러나 전작도록을 갖춘 작가는 극히 일부분이다. 작품이 질적 양적으로 갖춰진 중견 작가 이상은 돼야 전작도록이 있다. 제작에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반인이 전작도록을 접하기도 어렵다. 피카소의 전작도록 가격은 5만2000 달러(약 6000만 원)에 달한다. 블록체인 위에 기록된 내용은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 즉 진위 여부 파악에 활용하기 좋다. 생존한 미술가가 작품이 완성될 때 마다 블록체인에 업데이트를 하면 디지털 전작도록이 된다. 작품이 한 수집가에게서 다른 수집가로 넘어가거나, 전시가 진행될 때도 마찬가지다. 추적이 수월해진다. 인증서 역시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급해 두면 투명하면서도 접근이 쉽다. 거래 유동성도 살아난다. 블록체인 예술품 프로젝트 ‘아르테이아(Arteia)’의 경우 중개 수수료를 3%로 책정하려 한다. 경매를 통한 유통 대비 1/10 수준이다. 이는 자연스레 판매자와 구매자를 플랫폼으로 모을 동기가 된다. 가격이 합리적인 지점인 지점을 찾아간다. 중개인이 없으므로 인건비, 장소 확보가 필요치 않아서다. 아르테이아의 경우 기존에 이미 미술품 수집가를 위한 SaaS(Software as a Service) 형태의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확보한 작품 6만 점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P2P 거래ㆍ대여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은 거래 대금 지급 시기도 앞당긴다. 통상 경매를 통해 작품이 팔리고 나면 대금이 들어오기까지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작품을 낙찰받고 지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전체 40% 정도는 된다. 이더리움 기반의 스마트 콘트렉트는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작품의 선적이 확인되면 거래가 이뤄지도록 설정하면 즉각 대금 지급이 이뤄진다. 거래 효율성이 증대된다. 언제쯤 블록체인으로 그림 살 수 있을까? 국내에서도 블록체인과 미술품 유통을 결합한 시도가 활발하다. 템코는 2018년 말 미술품 공동투자 서비스 아트투게더와 MOU를 맺고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화시스템도 2019년 4월 서울옥션 관계사인 블루인덱스와 제휴를 맺고 ‘예술품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중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필르프 게먼(Philippe Gellman) 아르테이아 공동 창업자가 최근 한국을 방문한 것도 서비스 출시 시점이 가까워져서다. 아르테이아는 블록체인 P2P 거래 수수료를 토큰으로 지불하는 플랫폼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ICO(암호화폐공개)를 진행했다. 그는 14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암호화폐 거품이 빠지고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며 “아르테이아 프로젝트가 미술시장과 블록체인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고 희망했다. 게먼은 이어 “한국의 미술 시장은 글로벌 시장의 2%에 불과하지만, 마진 상으로 보면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한국의 컨템포러리 아트, 특히 박석호ㆍ김원기 작가의 예술 작품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Dudu’s note: 블록체인은 공정하다 유명 예술가들이 생전에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얘기는 많다. 작고 이후에야 작품을 인정받은 탓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전 생애에 걸쳐 판 그림은 단 한 개다. 생활비를 동생에게 받아썼고 돈이 없어 물감을 먹었다는 말도 있다. 지금도 대부분 예술가는 배고프다.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ㆍ글ㆍ무용 다 그렇다. 물론 블록체인이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다만,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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