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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핀] 너의 이름은 유의 종목

타로핀, 코린이 개나리반, 상장폐지, 거래소, 유의종목

[타로핀’s 코린이 개나리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던 시절, 선조들은 말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종자씨를 먹으면 안 된다!” 풀뿌리와 나무껍질로 끼니를 때울지언정 종자씨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렇게 보릿고개를 넘기며 애지중지 지켜낸 종자씨로 농사를 지었다. 그 사에 세상은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를 거쳐, 3차 산업혁명의 정보화 시대의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사짜’ 산업혁명 시대, 거래소가 번성하다 4차 산업혁명인지 ‘사짜’ 산업혁명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산업역군들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올 1월 말 200개를 돌파하더니 이제는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번성했다. 규제의 울타리 밖에서 주류에서 벗어나 변방을 떠돌던 거래소들은 이름을 알리고 투자자를 유치하기 분주했다. 고급 외제 자동차를 상품으로 걸고, 수도권 아파트를 경품으로 걸고, 그야말로 ‘생존’을 걸고 홍보에 혈안이 됐다. 살아남은 거래소는 프로젝트 개발사 위에 군림했고, 죽어가는 거래소는 프로젝트 개발사 앞에서 굽신거렸다. 수익 정산 비율의 차이일 뿐이었다. 거래소의 수익과 프로젝트 개발사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코인이 연일 거래소에 상장됐다. 소위 유망코인을 상장시킨다는 그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 유망코인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해갔다. 거래소는 단독이나 최초 같은 수식어로 소위 유망코인을 포장했다. 왜 유망코인인지는 모두 이유가 달랐지만 끝은 대개 비슷했다. 사전 판매 가격에서 몇 배까지 가격이 펌핑됐는지는 문제가 안 된다. 유망코인은 상장 이후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더니 유명을 달리한다. 거래량은 바닥을 뚫을 기세로 급감한다. 투자자의 관심에 멀어진다. 관심에서 멀어지니, 거래량은 더 떨어진다. 유망코인, 유명을 달리하다 거래소에 유망코인이 상장할수록 투자자의 잔고는 바닥을 드러낸다. 한계에 다다른 투자자는 거래소를 탈퇴하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이 바닥을 뜬다. 암호화폐 거래 시장의 종자씨는 쭉정이가 됐다. 거래소와 프로젝트 개발사는 순간의 포만감을 즐기고자 종자씨를 그렇게 먹어 치웠다. 농사 지을 땅은 넓혀 놓았지만 종자씨가 부족해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거래를 위해 유동성을 관리하고 서버를 증설했는데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 새로운 종자씨를 찾을 수 없다. 안 쓰는 밭은 정리하고, 얼마 안 남은 종자씨를 뿌린 밭에 비료를 몰아줘야 한다. 유망코인은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얼마 남지 않은 거래량을 메이저 코인에 밀어주려한다. 유의종목으로 선정된 이유는 제각각이다.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권고안을 준수하지 못했다, 개발사가 커뮤니티와 소통하지 않는다, 백서 상에서 제시한 로드맵을 시행하지 못했다, 거래량이 부족해서 가격 변동성이 크다 등. 유망한 이유를 거래소가 마음대로 붙였으니 유의종목 선정 근거도 거래소 마음이다. 단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상장과 상장폐지 그 어느 과정에서도 투자자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는 점이다. 거래소 폐쇄, 공지라 쓰고 통보라 읽는다 종자씨를 먹어 치우고 밭을 줄여도 농사를 지속할 수 없게 되면, 거래소는 일방적으로 폐쇄를 결정한다. 거래소 홈페이지의 공지 게시판에 거래 중단 일시와 입출금 종료 일시를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단독이나 최초로 상장한 알트코인이 거래되는 거래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엄동설한에 갈 곳 잃은 알트코인은 거래소와 함께 종적을 감추거나 개인 지갑으로 출금돼 디지털 쓰레기로 전락한다. 유망 코인과 유명 거래소의 만남이라며 동네방네 떠들던 그들은 꼭꼭 숨었는지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는다. 거래소가 유의 종목으로 분류하던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댈 시점이다. 백서조차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프로젝트를 유망하다고 했다. 허위 공시 정보를 게재해 투자자를 속인 후 공시를 삭제한다. 투자자의 개인자산에 대한 출금을 거부하며, 이에 대한 의견은 명예훼손 운운하며 입막음을 시도한다. 겨 묻은 개 나무라지 말자 스스로에게만 관대한 거래소는 모든 과오를 프로젝트 개발사에 떠넘긴다. 모든 피해는 투자자 본인의 몫일 뿐이다.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신생 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다며 셀프 면죄부를 발급하기에 여념이 없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거래 시장, 그리고 투자자. 이들에게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거래 유의종목으로 선정된 코인일까, 아니면 유의종목을 지정하는 거래소일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탓하는 걸 멈추고, 그나마 남은 종자씨로 내년 농사를 준비하자. 아, 물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기는 하다.. 타로핀(ID) 코린이 개나리반 포럼 운영자 ※외부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합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조인디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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