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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화폐, 기업의 화폐, 그리고 시민의 화폐

리브라, 페이스북, 블록체인법학회, 논스

[Join:Der’s View] 비트코인 등 비허가형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발전이 더디고 개인키 보관이 번거로우며 전송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코인의 가격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더 불행한 것은 그에 따라 걸맞은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화폐로 탄생한 리브라 리브라(Libra)는 이러한 비허가형(permissionless) 블록체인의 단점을 파고 들며 편리한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정부의 화폐’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비트코인이 ‘시민의 화폐’로 탄생했는데, 시민의 화폐가 지지부진한 사이에 그 단점을 극복하려는 ‘기업의 화폐’가 등장한 셈이다. 블록체인의 가치는 시민의 관점에서 시민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데에 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시민의 화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가치를 기업의 화폐 특히 리브라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까지의 리브라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포용을 내세우는 비포용적 거버넌스 모델 리브라는 포용적 금융을 내세우면서도 비포용적 거버넌스(governance) 모델을 택하고 있다. 리브라 의회(Libra Council)에 소프트웨어 개발, 리저브 운영 등 대부분의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 심지어는 리브라 의회는 거버넌스 구조 자체도 바꿀 있다. 그럼에도, 리브라 의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자격 조건을 충족해야 요구한다. 창립멤버가 되려면 10억 달러 이상 시장 가치, 2000만 명 이상 다국적 고객, 100개 상위 기업 등의 조건 중 적어도 2개를 충족해야 하는 식이다. 그러한 자격을 갖춘 다음 1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요구한다. 새로운 노드 구성원이 되려면 창립멤버의 허락을 얻어야 하는데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자격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리브라의 합의 알고리즘은 ‘LibraBFT’를 채택하고 있다. 처리 속도를 높인 대신 적어도 3분의 2 이상의 노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노드(또는 검증자)의 자격에 제한을 둘 가능성도 크다. 리브라는 분산화되어 있지만 탈중앙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리브라의, 리브라에 의한, 리브라를 위한 리브라 협회는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한 섬세한 구조를 설계했다. 리브라 의회의 의사결정은 1000만 달러 투자마다 1표를 주고 투표권의 3분의 2에 의해서 결정된다. 구성원마다 1표 또는 의결권 1% 제한을 둬 페이스북(Facebook)에 의한 전횡을 막고 있다. 탈중앙화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거래속도나 개발과정에 있어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히 분산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면 국가가 리브라 협회 또는 지갑 업체에 특정 개인의 지갑을 삭제하거나 동결을 명하였다면, 리브라 협회는 이에 순응할 가능성이 크다. 페이스북의 데이브드 마커스 리브라 총괄은 의회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온체인 행위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금융범죄를 모니터링하는 기회를 늘리고, 리브라 네트워크는 감춰진 거래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곧, 백서에서는 개인의 인권을 지키고 탈중앙화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를 사업모델에 반영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리브라 협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협회 구성원이 되기는 쉽지 않으며 일정한 규모의 기업만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므로, 협회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해서 운영될 것이다. 협회 구성원에는 일부 비영리단체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이므로 이윤추구가 최우선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리브라 협회는 단일 기업이 추진할 수 없는 비즈니스, 즉 기업의 통화를 시도하므로 그에 따른 신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기업을 참여시킬 수밖에 없다. 거대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초거대기업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화폐에는 견제가 필요하다 리브라 사용자나 이용자의 이해관계가 반영될 여지가 거의 없다. 사용자는 리브라 협회나 어떤 통로로도 관여할 여지가 없다. 리브라 협회의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땅치 않다. 리브라 토큰을 보유한다고 해도 리브라 협회 외부에서 이를 이용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저렴한 송금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 이외에 다른 가치를 추구할 여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리브라가 커 나감에 따른 혜택도 사용자에게 배분되지 않는다. 리브라 협회사의 이윤, 투자 대비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모든 것이 평가될 것이 거의 명확해 보인다. 기업의 화폐는 개방, 차별 없음, 탈중앙화, 참여자에 대한 가치의 공평한 분배, 프라이버시 등을 가져다 주기 어렵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의 화폐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규제가 요구된다. 향후 인터넷 통화 시대는 정부의 화폐, 기업의 화폐, 시민의 화폐가 서로 경쟁하며 각자의 영역을 넓혀 가려고 할 것이다(Antonopoulos). 각각의 화폐는 장점과 함께 단점이 있고, 그 성공 여부는 자신의 단점을 얼마나 잘 극복하는지에 달려있다. 개인의 자유는 가능한 선택의 폭이 실제로 얼마나 넓은지에 달려있다. 정부의 화폐도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질 때에만 정당화된다. 정부의 화폐가 아닌 기업의 화폐, 시민의 화폐도 서로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화폐와 관련한 개인의 자유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홍은표 대법원 재판연구관 ※이 글은 블록체인법학회가 주최하는 <리브라노믹스와 디지털 경제의 미래> 두 번째 컨퍼런스 ‘2020년 리브라 되나?’의 기조 발표를 위해 작성됐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10월 22일(화)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서울 강남 논스(Nonce)에서 열립니다. 컨퍼런스는 참석을 원하는 분들은 다음의 양식을 통해 신청 부탁드립니다. https://forms.gle/f4Xto8ajr2foDog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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