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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 자산이다

고란, 어쩌다 투자, 양적완화, 비트코인

[고란의 어쩌다 투자] 한국은행이 16일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낮췄습니다. 1.25%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정책을 수립한 이후 역대 최저입니다. 정확히는 타이(tai) 기록입니다. 앞서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도 1.25%였으니까요.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금리인하가 막바지였다는 겁니다. 오를 일만 남았었죠. 지금은 이제 시작이라는 겁니다. 내년에는 금리가 최소 한 번 더 내려갈 거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그러면 금리 1% 시대. 그야말로 가지않은 길을 가는 겁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로 들어가다 우리야 1%가 전인미답(前人未踏)이지만, 기축통화국 입장에서 보자면 1%쯤이야 싶습니다. 제로금리에 더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은 통화정책을 도입한 곳이 일본입니다. 1999년 2월 12일. 일본은행(BOJ)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로 낮췄습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가 연 5%대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기준금리 0%라니요. 경기를 살리자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당시 통화정책회의에 참석했던 고토 야스오 위원은 “일본은행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살아났을까요. 다 아시겠지만 아닙니다.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서기 4년 전인 1995년 8월에도 기준금리는 1%였습니다. 내린다고 내렸지만 그래봐야 1%포인트입니다. 얼마나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까요. 1991년 6월 6%였던 기준금리를 4년 만에 1%로 낮췄어도 살아나지 않은 일본 경제입니다. 제로금리 시대, 디플레이션 공포가 일본 열도를 덮쳤습니다. 아, 물론 일본도 전 세계적인 IT 버블에 2000년 8월 다시 기준금리를 0.25%로 올렸습니다. 물론 이듬해 버블 붕괴와 함께 다시 제로 금리로 회귀했습니다. 제로금리 다음 대책은 뭘까요. 일본을 비롯한 유럽 등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정책이라기보다는 패널티에 가깝습니다. 우리(중앙은행)는 돈을 풀기로 했으니 더 이상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지 마라는 거죠. 양적완화의 원조는 일본은행 기준금리를 통한 통화조절에 실패한 이상, 다음은 중앙은행이 직접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합니다. 양적완화입니다. 양적완화의 사전적 정의는 중앙은행이 국채나 회사채, 모기지증권(MBS) 등을 사들이고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입니다. 금리가 제로(0)에 근접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사용합니다. 일본의 양적완화는 2001년 3월부터 시작됐습니다. 국채를 사들이며 시장에 돈을 풀었습니다. 2006년 3월 양적완화를 종료할 때까지 5년간 40조 엔을 시장에 풀었다고 합니다. 좀 살 만해 지니 통화정책을 ‘정상화’한 건데, 일본이 운이 없는지 아시다시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죠. 2010년 다시 돈의 수도꼭지를 여는 양적완화를 시행,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조사한 일본의 통화정책 자료를 보니, 일본은 현재 기준금리(단기금리)가 -0.1%이고, 장기금리(10년물 국채금리)는 0%를 유지하기 위해서 장기국채매입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간 80조 엔 목표라고 하니, 2000년대 초반 양적완화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돈을 풀고 있는 겁니다. 디플레의 덫에 빠진 ‘잃어버린 30년’ 그래서 일본 경제가 살아났을까요. 다 아시다시피 ‘잃어버린 30년’입니다. 처음으로 제로 금리 시대를 열어젖힌 일본은행. 초저금리의 역풍은 가계와 기업 등 다양한 경제 주체에 타격을 줬습니다. 예금 금리가 떨어지니 소비자는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으니 물가가 오르기는커녕 되레 떨어지고, 물가가 떨어지니 시간이 지나면 물가가 더 떨어질 거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소비를 더 미룹니다. 내수가 안 되니 대기업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로 나가고, 국내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어 집니다. ‘디플레이션의 덫’입니다(참고로 최근 우리 시장에도 ‘D(디플레이션)의 공포’ 번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헬리콥터 벤, ”돈을 뿌려라“ 제로금리나 양적완화가 익숙한 나라는 아무래도 미국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보여준 신속한 금리인하와 3차에 걸친 양적완화가 우리 머리 속에는 일본보다 각인돼 있는 듯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일본이 전인미답의 길을 가느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면 미국은 신속하고 과감했습니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일본 통화정책 전문가라고 합니다. 일본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에도 왜 경기를 살리지 못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다는 군요. 위기가 터지자 연준은 발 빠르게 움직입니다. 한 차례 긴급회의를 포함해 7번의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춥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알리기 전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연 4.25%였습니다. 한 번에 1%포인트씩 낮추는 등 과감한 인하로 2008년 12월에는 연 0~0.25%(미국의 기준금리는 밴드로 설정합니다)까지 내리면서 제로 금리 시대를 엽니다. 버냉키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중앙은행이 시장에 직접 돈을 푸는 양적완화도 단행합니다. 연준의 양적완화는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됩니다. 1차는 2008년 11월~2010년 3월, 약 1조7500억 달러를 정부기관MBS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풉니다. 2차는 2010년 11월~2011년 6월, 장기국채를 6000억 달러어치 추가 매입합니다. 3차는 2013년 9월~2014년 10월, MBS를 매달 400억 달러 매입하고 2013년 9월부터는 이에 더해 국채를 매달 450억 달러씩 추가로 사들입니다. 당시 연준이 새로운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할 때마다 상상을 초월한 업청난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풉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양적완화를 2003년 미군의 이라크전 당시 작전명인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총동원해 빠른 공격으로 적의 중심부에 충격과 공포감을 준다는 의미에서 붙은 작전명인데 그만큼 연준의 조치가 과감했다는 거죠. 당시 버냉키 의장은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듯이 마구 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고 해서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이기다 유럽은 물론이고 최근 중국도 휘청거리는 마당에 미국 경제만 좋습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를 살린 덕이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양적완화 때문에 미국은 현재 전례없는 소득 불평등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 경제에 흘러가지 않고 자산 시장만 살찌웠습니다. 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반면, 내 월급은 오르지 않습니다. 아, 오르긴커녕 되레 줄었겠군요.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화폐 공급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면서 화폐의 가격이 싸졌습니다. 월급은 화폐고, 부동산ㆍ주식은 자산입니다. 『21세기 자본』을 쓴 토마 피게티의 말처럼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소득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을 웃도는” 세상이 돼 버린 겁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때문에요.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 자산이다 코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마침 유명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리듬(@Rhythmtrader)이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500억 달러를 기록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하지만 미 연준이 1800억 달러를 발행하는 데는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It took a decade for bitcoin to grow to $150 billion. It will take three months for the Fed to print $180 billion).” 리듬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연준이 최근 본격적으로 단기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11일 연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발표했는데, 15일부터 매달 600억 달러어치의 국채(Treasury bills, 통상 1년 미만의 단기물)를 순매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1800억 달러 발행이 3개월이면 충분한 거죠. 시장에서 연준이 다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는 거냐고 묻자, 연준은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양적완화 당시엔 장기채권을 사들여 장기 유동성을 공급한 거고, 이번엔 채권시장의 왜곡 문제(최근 자금시장에서 초단기 금리가 최고 10%까지 치솟는 ‘일시 발작’이 있었다고 합니다)를 해결하기 위해서일 뿐이지 양적완화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도 3개월 동안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웃도는 달러가 발행되는 건 맞습니다. 아, 시장에 또 돈이 무섭게 풀리면 어떻게 될까요.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 가격은 오릅니다. 비트코인은 화폐일까요, 자산일까요. 저는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비트코인=디지털 금’입니다. 한국의 1% 기준금리 시대, 미 연준의 ‘미니’ 양적완화가 비트코인 가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필자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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