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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C Report] 정부여, 투기가 아닌 투자를 허하라

UDC, 업비트, 특금법, 가상계좌

[UDC2019 Report]-10 지금이야 글로벌 최대 투자은행이지만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도 시작은 초라했다. 독일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민 온 유대계 옷 장수 마커스 골드만(Marcus Goldman)이 1869년 설립할 때만 해도 ‘어음 할인업자’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유대인 상인들의 상거래 어음을 할인해 주고 구전(수수료)을 따먹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등이 당시 미국의 주력 업종인 철도나 US스틸 등과 같은 대기업의 채권ㆍ주식을 거래할 때, 골드만삭스는 유통업체인 시어스로벅 같은 2류 기업을 상대해야 했다. 창업자인 마커스 자신이 뉴욕증권거래소에 나가 ‘종이’ 증권을 흔들면서 매매를 중개했다. 그 골드만삭스의 창립자도 흔들던, 400년 넘는 역사(최초의 주식 증권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1604년 발행했다)를 자랑하는 종이 증권이 2019년 9월 16일 한국에서는 생을 마감했다. 전자증권 제도가 시행되면서다. 2016년 3월 ‘주식ㆍ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이 공포된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의 위ㆍ변조와 유통ㆍ보관 비용 발생 등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도입됐다. 업계에서는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특히, 증권의 상속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상장사를 중심으로 발행된 실물증권을 매개로 한 탈세 논란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 기업의 자금조달 효율성도 증가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자사주를 액면 분할하거나 주식을 발행할 때 길게는 수십 일이 걸렸지만, 전자증권은 실물로 발행하는 과정이 없어 그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전자증권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덴마크가 1983년 최초로 전자증권을 도입한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전자증권 제도를 시행했다. OECD 36개국 중 한국이 34번째로 도입했다. 전자증권은 증권의 발행ㆍ유통ㆍ권리행사ㆍ소멸 등 전 단계의 ‘디지털화’를 의미한다. 단순히 증권의 전산화가 아니라 금융거래의 기준을 바꾼 큰 변화다. 업무를 주관하는 예탁결제원 관계자 역시 “전자증권 제도를 도입할 때 과정이 간단치 않았던 부분이 현물 기준의 상법을 바꾸고, 은행 등 각 기관의 협조를 받아내야 했던 점”이라고 말했다.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부른 리스크 전자증권은 물론이고 암호화폐 등 디지털 자산은 그간 실물(종이) 증권 기반의 시장 시스템에 균열을 가한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핀테크 기업 핀헤이븐(Finhaven)의 김도형 대표는 9월 5일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에 참석한 자산의 디지털화가 유발할 수 있는 3가지 리스크를 언급했다. 먼저, 수탁(custody) 리스크다. 마커스 골드만이 활약하던 시절에는 주식 증권을 투자자 개인들이 직접 교환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당연히 마커스 같은 브로커가 이를 중개했다. 거래에 있어선 신뢰가 중요했기 때문에 증권의 소유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종이증권을 제시해 실물확인 및 위조증권 여부를 판단했다. 수탁 리스크와 관련해선 멀리 갈 것도 없다. 2018년 4월 6일 벌어졌던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다. 당시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다, 실수로 주당 1000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잘못 발행된 주식은 28억1000만 주.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의 수십 배 뛰어넘는 ‘유령주식’이 발행됐다. 종이 주식을 찍어내는 게 아니라 전산상으로 숫자를 입력하는 행위에 불과했기 때문에 벌이진 일이다. 여기에 전자증권제도가 전면 시행된 바로 그날, 실제 보유 물량의 1000배에 달하는 채권 매도 주문이 시장에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다행히 투자자의 지적으로 주문이 취소돼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문제를 일으킨 증권사 측은 전산시스템 교체된 가운데 한 직원이 숫자 입력 설정을 잘못해서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고 해명했다. 둘째, 거래상대방 리스크다. 종이 증권을 직접 주고받을 때에는 거래상대방 리스크라고 할만 한 게 없다. 그 자리에서 정산이 바로 이뤄진다. 매매가 전산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전산상의 매매 이후 실제 계좌에 돈이 들어오기까지 약간의 지연이 발생한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엔 현금화까지 이틀이 걸린다. 내 계좌에 돈이 꽂히기 전까지는 거래 상대방이 충실히 결제를 이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이 와중에 일본은 심지어 주식의 경우 결제까지 사흘이나 소요된다. 결제 기간이 길수록 미결제잔고가 늘어나는 위험 때문에 세계적으로 결제 주기를 줄여가는 추세다. 셋째, 정보 비대칭 리스크다. 디지털화에 따라 정보의 실시간 유통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이 가운데서도 누가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획득하느냐다. 정도에 따라 투자 수익이 달라진다. 이런 비대칭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공시 제도를 도입했지만 갈 길이 멀다. 또한, 역정보나 잘못된 정보가 지나치게 빨리 유통되면서 되레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규제 당국은 기술이 아닌 기능을 규제” 시장은 그간 금융인들만의 영역이었지만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개발자들 역시 시장의 주역이 되고 있다. 개발자 출신들이 금융업을 하려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사업을 할 때 개발자들이 주로 범하는 오류는 기술 만능주의, 혹은 기술 근본주의다. 쉽게 말해 이렇게 좋은 기술이 있는데 규제 때문에 사업이 어렵다고 불만을 쏟아내는 모습이다. 알렉산더 홉트너(Alexander Hoptner) 독일 보어 슈투트가르트((Boerse Stuttgart) 증권거래소 CEO는 UDC2019에 참석해 “솔루션이 출발이 돼선 안 된다”며 “규제 당국은 기술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술적으로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대체할 수 있지만 기능 자체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규제 메커니즘도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는 논리다. 그는 “규제를 어기면 감옥에 가야 한다고 여기는 건 규제 당국자들로서는 당연한 입장”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가진 규제 당국과 소통하려면 기술과 기능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홉트너 CEO는 이어 “현재 금융 시장의 문제점은, 거래 후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말은 ‘세계 금융 시장’이라고 해도,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파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을 활용해 기존에 증권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를 매개하던 여러 시장 참여자의 복잡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기술로 이들의 역할을 대체하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다면, 적용해야 할 규제가 달라질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의 경우 전통 금융시장은 제공하지 않던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규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시장이 자란다 UDC2019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세계 규제 환경의 변화 방향과 관련한 토론에서는 세계 각국의 규제 관련 현황을 엿볼 수 있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토론의 결론은 ‘명확한 규제가 산업을 키운다’는 어쩌면 당연한 명제였다. 업비트 APAC(아시아ㆍ태평양지역) 법인장을 맡고 있는 김국현 대표는 패널 토론 자리에서 동남아 지역의 규제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2014년부터 카카오 인도네시아 대표를 지내는 등 동남아 규제 환경에 대한 조예가 깊다. 김 대표는 “2017년만 해도 아태지역은 암호화폐 규제 관련 이슈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편”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많은 진척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각국 사례와 관련해서는 싱가포르를 모범 사례의 하나로 들었다. 그는 “싱가포르의 경우 통화당국인 MAS가 암호화폐 관련 법안을 만들고 세 차례의 개정 과정을 거쳐 ICO(암호화폐공개) 가이드라인을 확립했다. 암호화폐 사업자들에게는 7개의 기준을 제시해서 하나라도 만족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허가해주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싱가포르는 2018년 ICO 자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모은 국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작년 6월 업무를 맡을 담당자가 누구인지부터 정의했다. 라이선스가 있어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새로운 기술인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에서 뒤쳐져서는 안 된다. 차별화를 해야 한다”고 까지 밝히며 독려하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인도네시아 정부의 태도 덕인지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에서 사용되는 암호화폐 ‘클레이(KLAY)’가 UDC2019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업비트 인도네시아에 처음 상장됐다. 말레이시아는 중앙은행이 규제를 하다 지금은 증권위원회(SC)로 관할당국이 변경된 상태다. 말레이시아에서도 라이선스가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태국은 왕령을 통해 곧 규제를 만들겠다 밝힌 후 실제 크립토 규제가 만들어져 이를 바탕으로 공식적인 라이선스를 발행 중이다. 필리핀은 국제송금이 많이 이뤄지는 나라이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캐나다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도형 대표는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가상화폐)가 새로운 금융 솔루션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당국과 핀테크 커뮤니티 간 활발한 의사소통을 진행하고 있다”며 “또 타국가의 규제 기관과도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캐나다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들은 조용히 하려 하기보다 공식적이고 개방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 정부는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에 접근하고 있다. 일례로 9월 20일 새로운 앙겔라 메르켈 행정부는 새로운 블록체인 국가전략 백서를 승인했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 백서를 펴내기 위해 지난 봄부터 전문가 158명과 블록체인 관련 업계의 회사 대표들을 잇달아 만났고, 총 6261건의 의견을 접수했다. 홉트너 CEO는 “독일이 산업 발전의 주변부를 뛰어다니다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서 갈 평생 한번 있을법한 기회라고 본 듯하다”며 “특히 유럽 내에서 증권형 토큰과 관련해 선도적 역할을 점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독일 재무부는 “증권이 종이 형태에 국한되지 않으며 전자 형태로 발행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증권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정부는 시장의 자연사를 바라는가 새로운 산업은 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커야 한다. 규제는 기술 발전을 가로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기술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따름이다. 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투자자들이 평안함을 느낄 때, 그 시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우리보다 금융이 뒤쳐졌다고 여겨지는 동남아 국가들도 앞서 뛰기 위해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할 수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암호화폐 시장의 고사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 사이 페이스북은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인 리브라를 발표했고, 세계 최대 거래소그룹 ICE(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의 자회사 백트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론칭했다. 한편, 2019년 10월 7일 현재 코인마켓캡(CMC) 기준으로 거래량 상위 30위권 안에 국내 거래소는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9월 4~5일 인천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9’를 보고서로 정리했습니다. 전체 보고서는 https://static.upbit.com/reports/udc2019_report.pdf 에서, UDC2019 강연 동영상 및 발표자료는 https://udc.upbit.com/program/detailed_progra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업비트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1. 카카오를 말하지 인터넷을 말하지 않는다 2. 돈의 UX는 안정성! 변동성을 제거하라 3. 확장성을 위해서라면, 블록체인도 버릴 수 있다? 4. 라스트 로맨티시스트, 이더리움2.0을 기다리며 5. 파워 블로거가 파워 ‘블로거지’ 된 까닭은 6. 당신의 데이터는 돈이다 7. 부패한 정부도, 은행도 없다… 1대1로 돕는다 8. 엄마들에게 고함, 게임 하면 돈이 나옵니다 9. 블록체인이 예술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10. 정부여, 투기가 아닌 투자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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