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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C Report] 블록체인이 예술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UDC, 포에버 로즈, 케빈 아보쉬, SM

[UDC2019 Report]-9 “비트코인 하는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보고 ’눈으로 볼 수 없고 벽에 걸 수 없는데 가치가 어디 있는 거냐‘고 묻는다.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는 사실이 우습다.” 2019년 9월 5일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에서 ’유기농 감자‘ 사진 한 장을 75만 파운드(약 13억 원)에 판 사진 작가 케빈 아보쉬(Kevin Abosch)가 한 말이다. 그의 사진은 실물 형태가 없는 디지털 작품이다. 벽에 걸 수 있는 그림도 아니고, 앞마당에 조형물로 놔둘 수도 없다. 아, 물론 이를 인화해서 벽에 전시할 수 있지만, 피카소(Pablo Picasso)가 직접 그린 작품처럼 유일무이하지도 않다. 프린터기만 있다면 누구든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그의 사진을 출력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러나, 그의 작품에 13억 원이라는 가치를 매겼다. 가치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가지게 되는 중요성‘이다. 여기서 ’경제적 가치‘는 가치의 척도를 환산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된다. 문화와 예술은 경제적으로 가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가치를 통해 숫자화 된다. 아보쉬의 감자 사진 또한 그의 사회적 지위가 더해져 13억 원이라는 가치가 매겨졌다. 그는 영화 와 <죠스> 등을 감독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가위손>과 <캐리비안의 해적> 등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조니 뎁(Johnny Depp) 등의 초상 사진을 촬영한 작가다. 12억 원 ’포에버로즈‘는 사진일까 코인일까 하지만, 실물로 존재하는 전통 예술과 달리 현대 디지털 아트는 무한대로 사본을 찍어낼 수 있다. 예술작품의 가치의 팔 할, 아니 거의 전부를 차지하다 싶은 희소성이 사라진다. 무제한으로 복제할 수 있는 창작물에 누가 돈을 내겠나. 아보쉬의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의문은 그런 배경을 담고 있다. 비트코인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유를 증명할 수는 있다. 디지털 사진은 작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아보쉬는 앞선 사람들의 질문에 ’보이지 않는 작품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화‘로 답했다.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와 디지털 사진을 결합한 결과물이 ’포에버 로즈‘(Forever Rose)’다. 아보쉬는 자신이 찍은 디지털 장미 사진의 이미지를 암호화한 뒤, ERC-721 기반의 암호화폐 ‘로즈(ROSE)’를 발행했다. 그가 찍은 장미 사진은 여러 개의 사본이 존재할 수 있지만, 로즈 토큰은 세상에 딱 하나만 존재한다. 이 유일무이한 ‘작품’을 사기 위해 전 세계 150여 명이 몰렸다. 아보쉬의 당초 계획은 ROSE를 단 한 사람에게만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폭발적인 관심이 쏠리면서 계획을 수정했다. 블록체인에 영원히 기록되는 장미 사진을 담은 ROSE토큰은 INK재단, 블록체인 자문사인 TLDR, 디지털 자산 펀드인 ORCA 등 10명의 구매자에게 0.1개씩 돌아갔다. 총 판매가는 100만 달러(약 12억 원)이다. 12억 원의 가치를 지닌 포에버로즈의 본질은 ‘장미 사진’일까, 아니면 그 의미를 담은 ‘ROSE토큰’일까. 아보쉬는 “증권거래소에서 일하는 친구가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알려줬다. 작품을 경험하기 위해서, 예술작품과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나의 취향이 고상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 네 번째 이유도 있다. 투자 대상이라는 거다. 그 친구는 남에겐 얘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 네 가지 중 두 개 이상의 이유로 예술작품을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장미사진 자체는 구매자에게 옮겨지지 않고 아보쉬의 개인컴퓨터 안에 존재한다. 결국 사람들이 아보쉬의 포에버로즈를 산 건 장미사진이라는 예술을 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토큰을 소유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호크니의 작품을 9900원에 삽니다? 대중이 갤러리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건 불과 몇 백 년 전 일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거치면서 신분제가 무너지고, 자유ㆍ평등의 사상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예술 작품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다는 의식이 싹트면서다. 또,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예술작품 또한 투자자산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미술시장의 거래규모는 71억 달러에 달한다. 예술을 누구나 향유할 수 있더라도 누구나 소유할 수는 없다. 왜냐고? 너무 비싸다. 2019년 9월 22일 ‘현존하는 가장 비싼 작가’라는 별칭이 붙은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작품이 9900원에 팔렸다. 이게 실화냐? 실화이긴 한데,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호크니의 그림이 만 원도 안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의 ‘거울과 함께 모인 그림(Pictured Gathering with Mirror, 2018)’과 ‘초점 이동(Focus Moving, 2018)’ 등 두 그림이 각각 8900개, 5900개로 쪼개졌다. 실제로 그림을 쪼개서 판 건 아니고, 블록체인 미술 투자 플랫폼인 아트블록(ARTBLOC)이 작품의 소유권을 ERC-20 토큰으로 발행했다. 홈쇼핑도 아닌데 호크니의 작품을 단돈 9900원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현장에 모인 350여 명 가운데 약 130명이 호크니 작품의 소유권 토큰을 샀다. 토큰화된 계약서는 구매자의 암호화폐 지갑 비트베리(Bitberry)에 저장됐다. 여기서 말하는 ‘소유권’은 다른 미술 작품의 소유권과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토큰 구매자들, 곧 작품의 일부를 소유했다고 해도 작품이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없다. 호크니 작품의 관리는 아트블록의 자회사인 홍콩의 아트블록마켓플레이스가 맡는다. 구매자는 작품에 대한 점유권이나 사용권이 아닌, 말 그대로 소유권만 갖는 구조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예술작품의 토큰화가 가치의 소유권에 대한 정의도 바꾼 셈이다. 토큰화된 소유권은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 아보쉬가 앞서 언급한 예술작품의 구매 이유 가운데 ‘투자 대상’으로써의 목적을 극대화한 경우가 되겠다. 작품의 토큰화는 또한, 예술가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예술품 시장 구조에서 일반인들이 예술가로부터 직접 작품을 구매하는 사례는 아주 드물다. 보통은 경매(옥션)를 거치지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매 시장은 소수의 중개자들이 좌지우지한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하지만, 토큰화된 작품의 소유권은 중개자를 필요 없게 만든다. 토큰화된 작품의 소유권 변경 내역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미술품 거래 이력의 기준이 되는 데이터를 가진 경매사나 갤러리가 필요 없다. 대중은 투명한 정보, 소유권 분산에 따른 낮은 가격을 통해 미술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미술품 거래에 참여하는 개인이 늘어날수록 시장에는 유동성이 공급되고, 그간 갤러리의 간택을 받지 못했던 마이너 예술가들도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아보쉬는 “블록체인은 기관의 힘을 개인에게 이양하도록 만든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아티스트에게, 창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이 SM의 미래를 결정한다” 토렌트(Torrent)의 등장은 영화와 음반ㆍ만화ㆍ소설 등의 무한 배포를 가능케 했다. 예술이라는 무형의 재산에 부여된 경제적 가치를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완전한 추적이 불가능해졌다. 그렇다고 토렌트 이용자들 가운데 책임감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은 드물 거라고 본다.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데다 이용자의 윤리 감각에 호소할 수도 없으니,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보호 문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주상식 SM엔터테인먼트 CT-AI랩장은 UDC2019에서 “미래에는 AI와 VR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초거대 가상 제국이 나타날 것”이라며 “블록체인을 음악 저작권 보호와 거래 기록 투명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M엔테인먼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가진 유무형의 가치를 블록체인과 결합하고자 한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아티스트의 음반을 비롯한 예술활동의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주 랩장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논의가 SM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과 같은 미래 기술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완벽한 디지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벅스뮤직과 CJ올리브네트웍스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관리형 블록체인 서비스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한다. 개발된 시스템을 통해 방송 콘텐트 내 음원 사용 이력을 탐지하고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한다. 방송국ㆍ저작권협회ㆍ저작권자 등 이해관계자가 이력을 담은 원장을 공유해 저작권료를 책정할 수 있다. 수익 창출 방법도 강화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저작권을 보호하고 팬 활동에 대해 보상을 해 줄 수 있다. 주 랩장은 “아티스트의 다양한 활동을 확대적으로 지원하고 팬의 노력과 기여도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기술 슈퍼바이저로 참여한 스노우닥(SNOWDAQ)은 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다. 루니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암호화폐 스노우밸류코인(SVC)를 활용한다. 스노우닥에서는 아티스트 별로 개설된 팬 페이지에 영상과 글을 올릴 수 있으며, 온라인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팬들은 팬클럽 활동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아티스트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이런 활동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다. SM이 음악 저작권 및 팬 클럽 활동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어느 영역에 블록체인을 적용할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산업 전반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주상식 랩장은 “엔터테인먼트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커머스 시장 등, 최근 엔터테인먼트의 외연을 더 넓혀주는 산업까지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월 4~5일 인천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9’를 보고서로 정리했습니다. 전체 보고서는 https://static.upbit.com/reports/udc2019_report.pdf 에서, UDC2019 강연 동영상 및 발표자료는 https://udc.upbit.com/program/detailed_progra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업비트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1. 카카오를 말하지 인터넷을 말하지 않는다 2. 돈의 UX는 안정성! 변동성을 제거하라 3. 확장성을 위해서라면, 블록체인도 버릴 수 있다? 4. 라스트 로맨티시스트, 이더리움2.0을 기다리며 5. 파워 블로거가 파워 ‘블로거지’ 된 까닭은 6. 당신의 데이터는 돈이다 7. 부패한 정부도, 은행도 없다… 1대1로 돕는다 8. 엄마들에게 고함, 게임 하면 돈이 나옵니다 9. 블록체인이 예술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10. 정부여, 투기가 아닌 투자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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