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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C Report] 라스트 로맨티시스트, 이더리움2.0을 기다리며

UDC, 확장성, 이더리움, 정순형

[UDC2019 Report]-4 ‘먹고사니즘’의 시대, 낭만에는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낭만주의는 풍요의 시대에나 어울린다. 블록체인 씬(scene)에도 낭만이 있었던가. 시계를 조금만 돌리면 그랬다. 낭만과 이상을 빼면 블록체인을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탈중앙화(Decentalized)’는 마법의 단어였다. 지금의 모든 모순과 불합리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탈중앙화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배신자라는 낙인까지 찍혀야 했다. 2018년, 암호화폐 시장에 겨울이 왔다. ‘윈터 이즈 커밍(Winter is comming)’. 낭만은 사라지고 현실주의의 냉혹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업계 전체가 현자 타임을 맞았나. 탈중앙화ㆍ보안성ㆍ확장성은 동시에 이룰 수 없다는 ‘블록체인 트릴레마’ 이론이 시장을 지배했다. 약삭 빠른(정확히는, 살아남아야 하는) 신생 프로젝트는 셋 중 하나는 미련 없이 버렸다. 기업형 블록체인, 리버스ICO, IEO(Initial Exchange Offering, 거래소를 통한 자금모집), 노드 수 줄이기 등의 테마가 바로 낭만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먹고사니즘 시대의 산물이다. 어디에나 언제나, 이상한 인간은 항상 있다. 굶주린 배를 움켜쥐면서도 꿈을 꾼다. 블록체인 씬에도 이런 인간들이 유독 모이는 곳이 있다. 이곳의 인간들은 블록체인 트릴레마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결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아, 오해는 마시라. 이들은 블록체인 기반의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원금을 N배로 돌려준다거나, 100만 TPS를 달성해 트릴레마를 완벽히 극복했다고 말하는 식의 스캠(Scam) 프로젝트 언저리에서 한 탕 해 드시려는 사기꾼이 아니다. 1년에 코드가 단 한 줄도 업데이트되지 않는 많은 프로젝트와 달리, 이들이 모이는 곳에선 철저히 탈중앙화 방식으로 매일 개발이 활발히 이뤄진다. 다만,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다는 현실주의자들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해 내지는 못한다. 현실 앞에 이상의 좌절을 목도했던 인류 역사에서, 이들의 바람은 끝내 이뤄질 수 있을까. 2019년 10월 기준 시가총액 2위에 올라 있는 이더리움 얘기다. 자판기와 벽돌이 만난, 이상한 장난감 블록체인 생태계를 창조한 인물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다. 사토시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만들고 난 뒤 탈중앙 조직에 구심점이 생겨났다. 문제는 비트코인이 디지털 자산의 성격은 있으나, 서비스 측면의 개념은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블록체인 플랫폼에 디앱(DApp)이 형성되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최초로 해결한 사람이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다. 본격적인 분산형 블록체인 플랫폼을 위해 그가 들고 온 개념은 ‘자판기’와 ‘벽돌’이었다. 자판기의 원리는 그보다 앞서 탈중앙화를 연구했던 닉 자보(Nick Szabo)가 고안했다. 자보는 음료수를 사먹고 싶을 때 자판기에 정해진 금액을 투입하면 음료수가 자동으로 나온다는 개념을 활용해 스마트 컨트랙트를 창시했다. 그는 음료수 자판기처럼 프로그래밍을 통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계약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통해 신뢰도 높은 중개인(third party) 없이도 당사자 간 거래가 가능한 길이 열렸다. 다만, 자판기만으로는 보안이 취약하다. 프로그래밍을 통해 자동화된 어떤 조건을 누군가가 몰래 바꿔버리면 큰 문제다. 오히려 중개기관을 활용하는 기존 방식이 낫다. 부테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판기에 벽돌을 얹었다. 벽돌 위에 위ㆍ변조가 불가능한 기록을 새기면 보안 취약성을 해결함과 동시에 스마트 컨트랙트의 장점도 취할 수 있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2014년 ICO를 통해 비트코인(BTC) 3만1000개를 모은 프로젝트가 이더리움이다. 일반인이 보기엔 너무도 이상한 장난감이었다. 첫 번째 시련, 한 몸이 두 몸이 되다 ICO 이후 이더리움은 빠르게 업계를 장악해 나갔다. 비트코인과 달리 반복 연산이 가능한 솔리디티(Solidity) 언어를 도입해 튜링 완전성(Turing Completeness)도 확보했다. 이더리움 커뮤니티 안에서는 거의 모든 탈중앙화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자신감을 얻은 이더리움 진영은 ICO를 통해 ‘THE DAO(탈중앙 자율조직)’라는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었다. 모금액은 약 1억5000만 달러.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액수였다. THE DAO를 통해 이더리움 진영이 만들고 싶었던 이상은 ‘주인 없는 회사’ 였다. THE DAO 안에서 모든 업무 프로세스는 주소도, 경영진도 없이 코드로 돌아갔다. 주체 없이도 조직이 돌아갈 것이라 믿었던 이유는 DAO 토큰을 통해 당사자 간 보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THE DAO는 2016년 6월 재귀호출 버그(Recursive Call Vulnerability)를 이용한 무한환불 공격으로 약 360만 이더리움(ETH)을 해킹 당한다. 특정 스마트 컨트랙트의 splitDAO(이더리움 환불 명령 함수)가 재귀호출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해커가 파악했기 때문이다. 재귀호출은 자신을 다시 호출해서 반복적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취약점을 활용해 보상이 갱신되기 전 DAO 토큰을 인출해 이 작업이 무한 반복되도록 설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반복 연산이 독이 됐다. 이 사건으로 이더리움은 취약점 보완에 대한 업데이트를 진행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블록의 분리가 없는 소프트 포크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소프트포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보안 공격 때문에 하드 포크로 결정한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하드포크로 블록이 분리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생소한 일이라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해킹 취약점을 보완한 업데이트 버전에 옮겨간 사람들은 지금의 이더리움 진영을 택한 셈이다. 블록 분리가 탈중앙 정신에 위배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더리움 클래식(ETC)’ 진영에 남게 됐다. 이더리움이 맞은 첫 번째 시련이었다. 두 번째 시련, 블록체인 난제의 근원지가 되다 블록 분리 이후에도 시련은 또 찾아왔다. 이번엔 블록 분리를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업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인 ‘확장성 문제’다. 이미 THE DAO 사건이 터지기 전 문제 의식을 느낀 이더리움 커뮤니티가 장기 프로젝트로 ‘캐스퍼(Casper)’를 발표하긴 했지만, 문제가 생긴 시점이 너무 빨랐다. 캐스퍼는 기존에 작업증명(PoW)을 사용했던 이더리움이 탈중앙성 확보와 작업 효율성 개선을 위해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2017년 말 등장한 ‘킬러’ 디앱(DApp)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사건의 발단이 됐다. 당시 통용되던 킬러 디앱이란 용어는 블록체인 플랫폼 아래 대중을 선도할 만한 서비스가 도입돼야 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크립토키티도 처음엔 긍정적 의미의 킬러 디앱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것도 오늘날 ‘실생활 속에서 쓰일 수 있는 블록체인’의 첫 번째 분야로 꼽히는 게임 디앱이다. 그런데 처음 기대와는 달리 문자 그대로 이더리움 플랫폼을 죽일 뻔한 부정적 의미의 ‘킬러(Killer)’ 디앱이 됐다. 원인은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수수료로 통용되는 ‘가스(Gas)’ 였다. 이더리움은 데이터 계산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채굴자에게 가스를 내야 했는데, 크립토키티에서는 작업을 실행할 때마다 가스비가 소모됐다. 이 때문에 중앙화된 서비스보다 데이터 비용이 더 들어가는 문제가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크립토키티가 론칭된 시점에 암호화폐 이용자가 폭증해 극심한 네트워크 과부하 현상까지 나타났다. 확장성 문제의 시작이었고, ‘탈중앙 근본주의’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었다. 이더리움 2.0, 탈중앙 조직의 꿈은 이루어진다 확장성이 업계 화두로 떠올랐어도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탈중앙 방식을 고수한다. 크립토키티 사건이 터지기 전, 이더리움의 조셉 푼(Joseph Poon)과 부테린은 플라즈마(Plasma)라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플라즈마는 이더리움의 트랜잭션 처리 속도를 사이드체인으로 잡는다는 개념이다. 곧, 일반적인 거래는 사이드체인을 통해 해결하고, 주기적인 요약본을 메인 체인에 보내는 방식으로 확장성 개선을 도모한다. 국내에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온더(Onther)다(사명 자체가 ‘On Ethereum’의 준말이다). 온더는 이더리움과 동일한 수준의 스펙을 사이드체인에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통의 플라즈마 프로젝트에서는 디앱을 구동할 수 없지만, 온더는 EVM(이더리움 가상머신)을 사이드체인에서 구현하기 때문에 디앱을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개발에 품이 많이 들지만, 한 번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사이드체인 프로젝트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현재 온더는 세컨드 레이어(Second Layer)를 통해 확장성을 더욱 개선하고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을 활용해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보장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순형 온더 대표는 UDC2019에서 “zk-SNARKs(지캐시에서 개발한 영지식증명의 일종)을 활용해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탈중앙화 거래소 zk-DEX(영지식증명이 결합된 탈중앙 거래소)는 영지식증명과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가 서로를 알지 않고도 이더와 토큰을 안전하게 교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더리움 플랫폼 안에서는 zk-DEX의 연산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해당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연산은 확장성에 제약이 없는 세컨드 레이어로 해결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세컨드 레이어에서는 블록체인 바깥에서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내외 커뮤니티의 기여로 이더리움은 내년 초 이른 바 ‘이더리움 2.0’을 앞두고 있다. 앞서 언급한 PoS로의 전환과 함께 확장성 개선이 1차적으로 완료된다. 이더리움2.0은 최근 들어서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사실은 지난 몇 년간 추진해왔던 프로젝트의 완료를 의미한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혁명은 돌아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보다 암호화폐를 먼저 만든 ‘암호화폐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은 2019년 10월 조인디 등이 주최한 디파인(D.FINE) 컨퍼런스에서 “혁명은 돌아보고 나서야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곧, 어떤 현상이 구체적으로 발생하기 전까지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블록체인 씬도 마찬가지다. 이더리움 2.0이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생각처럼 잘 안될 수도 있다. 부테린도 디파인에서 “IT 태동기에 리눅스와 넷스케이프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며 “블록체인 산업 역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더리움은 분명 많은 개선이 필요한 플랫폼이다.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선 크립토키티 때 불거진 가스비 문제가 최근 다시 점화되고 있다. 테더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처리 속도가 느려졌다. 현재 테더사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도 자사의 테더 토큰(USDT)을 발행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페어윈(FairWin)이라는 의문의 디앱까지 가세했다. 이 디앱은 2019년 9월 말 기준 이더리움 네트워크 내의 가스 사용량 50%를 장악하며 네트워크에 과부하를 일으키고 있다. 확장성 문제 해결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현재진행형이다. 부테린은 최근 “세컨드 레이어는 복잡성 측면에서 현실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플라즈마처럼 메인 체인과 연관해 확장성을 개선하려는 프로젝트가 유용하다”고도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세컨드 레이어를 쓰기는 비효율적이란 뜻을 에둘러 표현한 듯 싶다.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크립토키티 개발사 대퍼랩스(Dapper Labs) 측도 “세컨드 레이어는 게임 등 복잡한 구조의 앱에는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거버넌스 과정 역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완벽히 탈중앙적이진 않다. 부테린의 주장이 힘이 실리는 경우가 많다. 다만, 온체인 상에서의 합의 구조가 지속적인 탈중앙성을 유지하고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뿐이다. 아직 주사위는 던져지지 않았다. 블록체인 씬에서 현실주의도 이상주의도 승리의 깃발을 쟁취하진 못했다. 혁명은 결국, 돌아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탈중앙 조직에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는 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바라기 때문은 아닐까. ※9월 4~5일 인천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렸던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2019’를 보고서로 정리했습니다. 전체 보고서는 https://static.upbit.com/reports/udc2019_report.pdf 에서, UDC2019 강연 동영상 및 발표자료는 https://udc.upbit.com/program/detailed_progra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업비트의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1. 카카오를 말하지 인터넷을 말하지 않는다 2. 돈의 UX는 안정성! 변동성을 제거하라 3. 확장성을 위해서라면, 블록체인도 버릴 수 있다? 4. 라스트 로맨티시스트, 이더리움2.0을 기다리며 5. 파워 블로거가 파워 ‘블로거지’ 된 까닭은 6. 당신의 데이터는 돈이다 7. 부패한 정부도, 은행도 없다… 1대1로 돕는다 8. 엄마들에게 고함, 게임 하면 돈이 나옵니다 9. 블록체인이 예술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10. 정부여, 투기가 아닌 투자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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