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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은 금융공학으로 포장한 고급 사기?

고란, DLF, 우리파워인컴펀드, 파생상품

[고란의 어쩌다 투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억하시는지요. 경험은 못해도 들어는 봤을 겁니다. 한국 사회에 IMF 구제금융이 사람들의 의식과 사고관을 송두리째 바꿔놨다면, 미국 사회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렇습니다. 조인디 기사의 메인 테마인 {{BTC}}도 2008년 9월 리먼브라도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한 달여 뒤인 2008년 10월 31일 백서가 처음 공개됐으니까요.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비트코인도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이유야 여럿이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입니다. 나중에 버블이 터지고 나서야 알았지만 형편없는 자산(서브프라임 모기지)을 기반으로 천문학적인 파생상품이 만들어진 겁니다. 파생상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증거 잠깐, 파생상품(혹은 파생금융상품)이 뭐냐고요. 말 그대로 파생된 (금융)상품입니다. 어디서 파생됐을까요. 그 기원이 되는 자산을 기초자산이라고 합니다. 파생상품의 출발은 아마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모든 자산이 언제나 우상향을 할 수는 없지요. 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안전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져도 수익이 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파생상품인 거죠. 문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겁니다. 당초엔 아마 리스크를 헤지하려고 파생상품을 만들었을 텐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기초자산은 한정된 자원입니다. 하지만, 그 한정된 기초자산을 근거로 무한대에 가까운 파생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 수익의 기본은 수수료 장사입니다. 예전에는 장사가 참 잘 됐는데, 최근엔 사람들이 별로 하는 일도 없으면서 수수료를 떼가는 금융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깝게 여깁니다. 여러 금융 관련 암호화폐 역시 금융회사와 같은 ‘불필요한 제3자’를 없애기 위해 탄생했으니까요. 금융공학으로 포장한 사기? 단순하게 상품을 중개해서는 먹고 살기 힘드니 2000년대를 전후해 금융회사를 휩쓴 수익모델은 ‘금융공학’을 기반으로 설계한 파생상품 판매입니다. 2000년대 초 대학을 다니거나 금융회사에 입사한 분들은 아마 분위기를 기억하실 겁니다. 금융공학, 파이낸셜 엔지니어링(Financial Engeneering) 바람이 거셌습니다. 관련 대학원이나 MBA를 졸업만 하면 보통 월급쟁이의 두 배 정도 받고 금융회사에 입사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으니까요. 우리야 이게 2000년대 들어서 벌어진 일이지만, 미국에서야 90년대 후반부터 금융공학이 번성했습니다. 하버드대학에서 금융공학을 전공하고 월가의 투자은행으로 가면 대졸 초봉 연봉 10만 달러는 우스운 수준이었죠. 그 세계에서 10만 달러는 돈도 아니겠지만, 일단 입사후 성과를 보여주면 몇 년 새 100만 달러를 훌쩍 웃도는 연봉에 뉴욕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아파트와 개인 요트는 기본으로 챙기는, 그들만의 세상에 입성할 수 있었으니까요. 금융공학 바람에 국내에서도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경험이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 자체적으로는 파생상품을 설계할 능력이 변변치 못했습니다. ELS(주가연계증권)가 2005년 즈음해서 국내 도입됐을 때 국내 증권사가 ELS를 판다고 했지만, 그건 그냥 홍콩 은행에서 찍어낸 상품을 3% 넘는 수수료를 내고 사와서 그대로 갖다 파는 수준에 불과했으니까요. 지금이야 상품 구조가 심플한 ELS는 우리 증권사가 충분히 자체 제작한다고 합니다. 이 모든 비극의 시작, 글로벌 저금리 2005년이면 주식시장이 만개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박스권만 눈에 본 국내 투자자들 가운데 주식을 직접 사는 건 불안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사실 훨씬 더 많죠). 그런데 금리는 자꾸만 바닥으로 바닥으로 내려오고. 당시 IMF 시절의 초고금리를 누렸던 분들에게 고꾸라진 예금 이자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갔을 겁니다. 그래서 증권사나 은행이 제안한 게 ELSㆍDLS(파생결합증권) 등입니다. 주가(혹은 기초자산의 가격)가 일정 범위 안에만 있으면 만기에 예금의 두 배 정도 되는 이자를 주는 상품입니다. 주식하는 사람들이야 이런 거 투자 못하지만, 연 3% 예금 금리가 불만족스런 이들에겐 눈이 갈 만한 상품입니다. 고객들의 이런 니즈를 반영해 2005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등이 판매한 ‘우리파워인컴펀드’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예, 눈치채셨겠지만,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바로 지난 19일 첫 만기가 돌아온 독일 국채 10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F(파생결합펀드)가 60.1%의 손실률을 기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입니다. DLF에서 원금 97.5% 손실 우리파워인컴펀드의 향기가 안전하다는 은행에 눈뜨고 코베인 DLF 사태가 실은 2008년에도 벌어졌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파워인컴펀드입니다. 역사는 한 번은 희극으로, 다른 한 번은 비극으로 반복된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두 번다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공교롭게도 2008년 문제됐던 펀드와 이번 DLF 모두 우리금융그룹이 연관돼 있네요. 여기는 굿판이라도 벌어야 하는 걸까요. 우리파워인컴펀드가 뭐냐는 분들께 간단히만 설명드리겠습니다(실제로 상품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나중에 재판에 제출된 증거자료를 보고 이해하려는데도 잘 이해가 안 가더군요). 우리은행이 2005년 11월과 12월에 걸쳐 장외파생상품에 집중 투자한 펀드를 판매합니다. ‘인컴’이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펀드에 가입하면 예금 마냥 매 분기 이자가 나옵니다. 3%대 예금이자가 못마땅하던 안전지향 투자자들에겐 이 펀드가 마치 예금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비극의 단초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 우리금융그룹이 제공했습니다. 당시 그룹 측에서 낸 보도자료(2005년 11월 1일자)를 보면 ‘6년 동안 고정금리로 매 분기마다 확정 수익 지급으로 노후생활자금 등 정기적인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한 고객에 적합한 상품’이라고 광고했습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1.2%에 해당하는 고정금리를 6년동안 매 분기마다 지급한다고 했습니다. 펀드를 예금이라고 팔았다 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언론 기사는 더 가관입니다(다행히, 피해자 측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물에서 중앙일보 기사(제가 작성한 기사를 포함해서요)는 없더군요. 정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2005년 11월 4일자 조선일보는 <와! 6%…. 와~하~하~ 금융권 고금리 경쟁…예금자들 신났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습니다. 2005년 11월 14일자 동아일보는 <1억원 예금하면 석 달 이자가 148만원...파생상품 이용 고수익예금 등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아니, 예금이라뇨! 이건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그것도 100% 손실 위험이 있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한 펀드입니다. 확정이자를 지급하는 예금이 아닌 거죠. 이거 가입하신 분들도 뭐 대단한 대박을 누리겠다는 분들이 아닙니다. 예금이자 3%인데, 6%만 받아도 좋겠다는 분들입니다. 최근 발생한 DLF 사태처럼 은퇴생활자나 주부, 고령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당시 제게 제보한 분은 어머니가 남편(제보자의 아버지)이 사망하고 나서 받은 사망보험금 3억원을 맡기셨다고 하더군요. 남편이 없으니 현금흐름이 끊긴 상황에서, 분기마다 이자를 주는 안전한 ‘예금’이라는 은행 직원의 말에 가입했다고 합니다. 만기가 6년 남은 상황에서 2008년 여름, 본격적인 위기가 감지됩니다. 이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건 2008년 8월, 판매사인 우리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지금 시점에서 중도해지하면 원금 40% 내외의 손실을 입게 된다. 만기엔 원금전액 손실이 예견된다. 당초 8%로 정해졌던 환매 수수료를 2%로 낮춰주겠다”라며 투자자들에게 은근히 환매를 권유합니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린 겁니다. 나중에 집계를 해 보니 총 2277명에게 1506억 원어치 팔았습니다. 6년 2주의 만기가 도래한 2011년 11월 1호 펀드는 원금 97.5% 손실, 다음달인 12월 2호 펀드는 원금 95% 손실로 끝이 났습니다. 한국 금융회사, 글로벌 호구? 어쩌다 원금을 거의 까먹는 일이 생겼느냐고요. 피해자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가 쓴 글을 보니 대략 3가지로 정리됩니다. 먼저, 상품구조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입니다. 이게 각각 28개의 종목으로 구성된 위험포트폴리오와 보험포트폴리오로 나눠 매주마다 편입 종목의 주가가 기준가의 35%이상 떨어진 이벤트가 발생했는지를 체크합니다. 위험포트에서 보험포트의 이벤트수를 차감한 이벤트수가 총 몇 번이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됩니다. 곧, 주가가 급락해서 다시 회복하더라도 일단 한 번 35% 미만으로 떨어지면 이벤트 횟수가 더해지는 겁니다. 만회가 안 됩니다. 또, 3년은 그냥 두고 이후 3년간 매주마다 평가를 하니 한 종목당 관찰 횟수가 160번이나 됩니다. 총 56개 종목을 각 160번 관찰하는 동안 35% 이상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크지 않을까요. 게다가 기초자산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설명서에는 여러 지역과 업종에 고루고루 투자한다고 해 놓고서 막상 포트를 열어보니 미국 모기지 회사들 주식이 집중 편입돼 있었습니다. 2006년부터 미국 모기지 회사 주가가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분산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집중 투자를 한 거죠. 마지막으로 우리의 부족한 파생상품 설계 능력 탓에 우리 금융회사가 글로벌 호구로 당한 정황입니다. 당시 상품을 우리에게 팔았던, 이 상품을 설계한 글로벌 투자은행이 뒤로는 자신들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장외에서 우리파워인컴펀드가 예상대로 수익이 날 경우 볼 수 있는 자신들의 손실을 헤지하는 스왑계약을 맺습니다. 곧, 짜고치는 고스톱에 우리 금융회사가 당한 꼴이죠(물론 이런 주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이 상품의 운용을 맡은 당시 우리CS자산운용 관계자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작성한 ‘모든 상품의 위험 구조를 이해했다’는 서류에 서명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독일 국채 금리 DLS 사태도 비슷합니다. 우리 금융회사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호구 마냥 투자위험이 큰 파생상품을, 그 위험고지도 제대로 안 하고 마치 예금이라며 투자자들에게 팔았습니다. 투자자들은 투자설명서를 믿기보다는 은행 직원들말만 철썩 같이 믿었고요. 법원은 피해의 20~40%만 인정했다 대법원까지 간 우리파워인컴펀드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원금의 20~40%만 돌려받았습니다. 그나마 우리파워인컴펀드는 공모펀드입니다. 비교적 투자자 보호 규정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번 문제된 독일국채DLF는 사모펀드입니다. 사모펀드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투자자보호를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인간의 계약이라고 봐서요. 이번 기회에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은행이 위험한 파생상품을 파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하네요. 10여 년 전 벌어졌던 우리파워인컴펀드 사태나 DLF 사태나, 제가 얻은 교훈은 이렇습니다. 안전하면서 수익을 더 주는 상품은 없다. 금융상품은 무조건 간단한 게 좋다(판매직원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상품에는 투자하면 안 된다). 금융회사는 회사 편이지 고객 편이 아니다. 이건 아마 코인 시장에서 마찬가지일 겁니다. 고수익을 보장해 준다고 해서 편법 영업을 하는 거래소를 이용하시다간 ‘먹튀’ 당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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