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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공존의 기축통화 체제를 얘기해야 한다

브레튼우즈, IMF 트리핀

[Economist Deconomy] 기축통화의 역사는 글로벌 패권의 역사와 직결된다. 대영제국에서 금본위제가 발현됐고,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달러본위제가 구축됐다. 21세기 들어 유럽이 유로존을 출범하고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달러본위제에 도전했지만 좌절됐다. 그리고 현재는 유럽보다 더 강력한 도전자인 중국이 나서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전세계 실물교역의 패권을 차지했지만, 위안화의 위상은 달러화의 위상에 비해 너무 약하다. 전세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미 달러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미 재무부와 금리와 신용을 조정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영원한 것은 없다. 영국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지만 결국 미국에 패권을 내줬다. 미국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계기는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전한 44개 연합국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서 금 1온스를 미 35달러로 고정하고, 기타국 통화는 미 달러화에 고정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국제 간 지급불능 사태 시 필요한 외화, 즉 미 달러화를 공급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전후 부흥 및 후진국 개발원조를 위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을 창설했다. 1960년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결성돼 국제원유 거래에 있어 미 달러화로만 결제하기로 하면서 달러의 기축통화 기능이 강화됐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 1966년 로버트 트리핀 예일대 교수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금-달러 본위제가 직면한 딜레마를 제기했다. 세계경제의 발전으로 달러화의 수요는 많아지나 금의 생산량은 제한적이므로 달러의 공급을 증가시킬 때, 달러 가치의 신뢰성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함을 지적했다. 특히, 베트남 전쟁으로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전비 조달을 위한 통화증발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달러가치가 급락하자, 일부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금 태환을 요구했다. 이것이 달러본위제에서 발생한 첫 번째 위기다. 1973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금 태환 중지를 선언했다. 그리고 1971년 스미소니언 협정을 거쳐 1973년 주요국의 환율 유동화 조치, 1976년 킹스턴(자메이카 수도) 협약을 통해 IMF 회원국 각자가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 중 자유롭게 채택할 수 있도록 한다. 킹스턴 체제는 미 달러화와 금과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자유변동 환율제를 시작해 각국의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했다. 각국은 환율 변동성 완화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할 수는 있지만 환율을 조작해서는 안 된다. 달러본위제는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종식되고 미국의 패권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더욱 강해졌는데, 1990년대 미국식 시장경제와 국제금융자본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 발전모델로 삼자는 합의인 워싱턴 컨센서스가 힘을 발휘했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주요 내용은 1)사유재산권 보호, 2)정부규제 축소, 3)국가 기간산업 민영화, 4)외국자본에 대한 규제 철폐, 5)무역 자유화와 시장개방, 6)경쟁력 있는 환율제도의 채용, 7)자본시장 자유화, 8)관세인하 및 과세영역 확대, 9)정부예산 삭감, 10)경제 효율화 등이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지금까지 겪는 구제금융 프로세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미국식의 경제구조가 이식되고 달러 본위제가 강화됐다. 한편, 중국은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덩샤오핑이 점진적인 개혁, 개방을 시도했지만 국제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2001년이다. 중국은 수출을 늘리고 자국시장을 보호했으며, 금융시장 개방은 더욱 늦게 진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국제적 금융위기를 겪어 워싱턴 컨센서스가 이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 실행된 결과다. 결국, 중국은 교역 기준으로 미국을 넘어섰으며, 조만간 전체 경제규모를 웃돌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화폐 전쟁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미국이 중국의 금융위기를 획책할 수 있음은 경제적으로는 타당치 않지만 패권경쟁의 관점에서는 설득력이 있다. 금융위기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기축통화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충격은 이외 국가에서 배가된다. 2008~2009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미국은 자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달러화를 찍어냈지만, 기축통화 파이프라인을 가진 미국의 은행들은 해외에 자금을 회수했다.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아닌 전세계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는 충분히 견딜 수 있을 정도의 달러화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2020년 팬데믹을 겪고, 2021~2024년 바이든 정권에서 아무리 많은 달러화를 찍어낸다고 하더라도, 금융위기를 겪은 경제주체들의 본능은 달러화를 쉽게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19세기 대영 제국에서 발현된 금 본위제, 20세기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달러 본위제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리고 21세기에 이어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가운데 전개될 새로운 화폐전쟁도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게 된다면, 수십 년이 흐른 시점에서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화폐전쟁의 역사는 우리가 함께 공존해야 할 새로운 기축통화 체제를 논의하고 준비해야 할 이유를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다음 글에서 새로운 본위제에 대한 상상을 이야기하겠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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