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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비트코인 ETF 시대는 이미 왔다

비트코인, ETF, 암호화폐, 가상자산

[파커’s Crypto Story]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비트코인 이슈로 ETF 승인 여부를 꼽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ETF 안으로 들어오면 사실상 제도권으로부터 ‘공인’을 받는 것인데다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는 대중 참여도가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과연 올해는 자본주의의 본진인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승인될 수 있을까요. 이와는 별개로 비트코인 ETF 시대 그 자체는 이미 도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 왜 비트코인 ETF인가 업계는 물론이고 제도권 기관까지 눈독들이고 있는 비트코인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가 왜 중요한지 알려면 펀드의 역사를 훑어봐야 합니다. 원시적인 형태의 펀드는 자본주의 태동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펀드의 시초는 17세기 무렵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구 열강이 식민지를 개척하면서 대규모 항해를 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펀드를 조성한 것입니다. 이후 18세기 중반 무렵부터는 단순 수익 목적의 펀드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반 펀드는 각 펀드를 조성하는 중개인에 의존해야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펀드 매니저가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펀드는 특정 펀드 매니저가 조성한 포트폴리오에 한번 몸을 담으면, 일반 주식 등의 투자 상품에 비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높은 수수료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와 달리 1993년에 처음 등장한 ETF는 특정 기초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아 추종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펀드와 공통분모가 있었지만, 개인에게 거래의 자유를 줬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이 만든 ETF 중 한 곳에 참여하면 개인들이 주식처럼 직접 사고 팔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수수료도 일반 펀드에 비해 저렴합니다. 또한 레버리지 상품까지 결합해 개인 투자자들도 공매수·공매도등을 간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ETF가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ETF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금융시장을 수평적으로 맞춰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ETF에 비트코인이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암호화폐를 모르는 대중 투자자들도 자연스럽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되겠죠. 2020년 기준으로 글로벌 ETF 시장 규모는 약 7500조원에 이릅니다. 여기서 약 69.4%가 미국발 ETF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영국(8.3%), 일본(6.6%), 독일(4.0%)이 뒤를 잇습니다. 또한 글로벌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ETF가 차지하는 비율은 7.6%에 달합니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자산 운용 규모 약 8900조원)인 블랙록 역시 iShares라는 ETF를 운용하는데, 이 ETF가 전체 ETF 시장에서 무려 38%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자산운용사들도 ETF를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 비트코인이 진입한다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될 것입니다. # 비트코인 ETF 고난사 물론 비트코인 ETF 승인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윙클보스 형제가 운영하는 제미니를 비롯한 몇몇 업체들이 비트코인 ETF 승인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미국 규제 당국은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업체 측에서 승인 여부가 확정되기 전에 ETF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 투자 운용사 윌셔피닉스·뉴욕증권거래소 아카(NYSE Arca), 암호화폐 정보 제공 업체 비트와이즈, 블록체인 업체 솔리드X·자산운용사 반에크 등이 비트코인 ETF 신청서를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넣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윌셔피닉스·뉴욕증권거래소 아카를 제외한 업체들은 SEC가 통보를 하기도 전에 자진 철회를 신청했습니다. 한번 거부 통지를 받으면 한동안 ETF 신청을 다시 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SEC는 철회하지 않고 끝까지 신청을 고수한 윌셔피닉스·뉴욕증권거래소 아카에게는 승인 거절 통보를 보냈습니다. 이에 SEC는 “거래소법(Exchange Act) 6조 b(5)항에 따르면 허가 받은 거래소는 사기나 시세 조작을 막고, 투자자와 공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NYSE 아카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거절 이유를 언급했습니다. 또 감시 공유에 관한 협정이 결여돼 있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참고로 윌셔피닉스·뉴욕증권거래소 아카가 제안한 ETF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미 국채 비중을 높이고, 반대로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면 비트코인 비중을 높이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곧, 미 국채와 비트코인 두 가지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ETF였죠. 당시 ‘크립토 맘’으로 알려진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은 해당 결정이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SEC가 거절 이유 중 하나로 든 ‘감시 공유 협정’의 결여는 앞서 비트와이즈의 비트코인ETF 심사 때엔 논의되지 않았던 내용”이라며 “이처럼 변덕스러운 잣대를 들이미는 건 SEC가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승인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비트코인 ETF 추가 신청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이번엔 뭔가 다르다? 해당 비트코인 ETF 신청 건들은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에 있었던 일입니다. 하반기부터는 신청 소식이 계속해서 들리지 않다가, 지난 12월 30일(현지시간) 반에크가 단독으로 승인 신청서를 내면서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한때 협력했던 솔리드X가 아이디어 표절을 이유로 반에크를 고소한 상태라서 상황은 조금 어수선합니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이전과 달리 비트코인 ETF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더블록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 중 51.3%가 비트코인 ETF 승인을 긍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같은 보고서의 1년 전 응답에서는 77.4%가 통과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고 하니, 실제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최근 페이팔·마이크로스트래티지·그레이스케일과 같은 기관이 본격적으로 진입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ETF 승인을 담당하는 SEC의 수장이 개리 겐슬러로 바뀌었다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관계자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 제이크 체르빈스키 컴파운드 법률고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개리 겐슬러는 암호화폐를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수년 간 비트코인을 강력하게 지지해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미국인들은 이미 비트코인 ETF 우회로를 찾았다 그런데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지 않았어도 미국 국민들이 ETF에 참여할 수 있는 우회로는 이미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해외 ETF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스위스에서는 2018년부터 자국 내 최대 증권거래소그룹인 SIX를 통해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 바 있는데요. 당시 신청은 영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아문 크립토가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XRP·비트코인캐시를 ETF 포트폴리오로 엮어서 진행했습니다. 스웨덴의 비트코인 ETN(상장지수채권)과 독일의 ETP(상장지수상품) 등도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독일 비트코인 ETP의 경우에는 지난 연말 미국에 비트코인 ETF를 단독 신청한 반에크 주도로 승인이 결정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미국 증권거래소 나스닥과 브라질 투자회사 해시덱스의 버뮤다 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버뮤다에 비트코인 ETF를 내놨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벤처 스마트 아시아의 블록체인 계열사 아라노 캐피탈이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최대 10% 구성할 수 있는 ETF를 홍콩으로부터 승인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들 국가에서는 미국인들이 비트코인 ETF를 거래하기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가 바로 캐나다입니다. 예로부터 미국과 캐나다는 지리적으로 인접해있고 언어도 같아 왕래가 잦은 편입니다. 금융 거래를 할 때도 미국과 캐나다 간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습니다. 최근 조인디에 제보를 준 한 캐나다 교민에 따르면, 주식 거래를 할 때도 양국 간에는 자국 거래소 통용 화폐만 준비돼 있으면 거의 아무 불편함없이 매매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캐나다인이 미국 거래소에서 주식을 매매하려면 미국 달러만 준비하면 되고, 미국인이 캐나다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려면 캐나다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 됩니다. 캐나다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미 비트코인 ETF가 출시됐습니다. 캐나다 최대 디지털자산 투자펀드 운용사 3iQ가 출시한 QBTC.U와 CI 글로벌 애셋 매니지먼트·갤럭시 디지털이 협업해서 내놓은 BTCG.U 2가지가 준비돼 있죠. 3iQ사는 지난 12월 세계 첫 이더리움 ETF를 승인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보에 따르면 이번 달 27일에는 나인포인트사가 새로운 비트코인 ETF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내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갤럭시 디지털 등의 회사도 캐나다에 비트코인 ETF를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제미니 거래소도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에 비트코인 ETF 관련 안내서를 제출했습니다. 안내서가 통과될 경우 제미니 산하 제미니 트러스트는 해당 ETF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수탁 관리인 자격을 획득하게 됩니다. 아직 미국이라는 메인 스테이지를 런웨이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무대 뒤편에서는 비트코인 ETF 시대가 이미 열린 셈입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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