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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는 맨 앞에서 달리지 않는다

백트, 디지털자산, 비트코인

[ 이용재’s Next Battlefield: Digital Assets ] 백트(Bakkt)의 켈리 뢰플러(Kelly Loefller) CEO는 17일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백트의 9월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자기인증(Self-Certification) 제도를 통해 규제 당국인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승인 준비를 마쳤고, 고객의 디지털자산을 실물로 보관하기 위해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SDFS)으로부터 신탁회사 인가를 취득했다고 강조했다. 개인 주도의 디지털시장 판세를 기관 쪽으로 뒤엎을 거래소의 탄생이 임박한 셈이다. 골드만삭스가 바이낸스와 거래한다? 기관 투자자들 입장에선 디지털자산을 취급하기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거래 상대방 위험이 대표적이다. 이는 거래가 완료되기 전에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의 소위 ‘메이저’ 거래소가 고객의 디지털자산을 가로챌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금융이란 오랜 기간 축적된 상호 신용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업이다. 골드만삭스가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사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겠나. 없다. 백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것도 규제당국의 허가까지 받고서 말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미래는 6개의 영역으로 구분돼 있다. ①디지털자산 거래소의 탄생, ②글로벌 기업들의 토큰 발행, ③자산 토큰화, ④비트코인 ETF, ⑤디지털자산 제도화, ⑥디지털자산 금융상품 출시 등이다. 이 가운데 3개 영역에선 이미 선두로 치고 나가는 이들이 생겼다. 백트는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는 디지털자산 거래소다. 페이스북은 자체 암호화폐인 리브라 발행을 선포했다. 지난해부터 미국ㆍ독일 등 선진국 금융당국은 각국의 자산 토큰화 프로젝트(미국의 아스펜 코인, 독일의 푼다먼트 등)를 합법적으로 승인해왔다. 남은 건 3개의 영역이다. 조만간 디지털자산 시장의 승패가 가려진다.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꼭 선구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 초기 선두 주자가 될 필요는 없다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는 시기에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유리한 고지는 새로운 ‘표준(Standard)’이다. 대중은 모호성을 싫어한다. 낯선 것에 대한 명확한 표준을 갈구한다. 이를 가장 먼저 충족시켜주는 회사가 가장 큰 과실을 가져 간다.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IBM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리고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아마존이 표준을 제시하고 시장을 선점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산업의 표준은 대체로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 개척자들의 전리품이었다. 하지만, 기업사를 뜯어보면 아닌 경우도 꽤 있다.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자신의 저서 『오리지널스(Originals)』에서, 후발주자가 오히려 선발주자보다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후발 주자들에겐 ‘모방꾼(Copycat)’이라는 낙인이 찍힐지언정, 개척자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이들이 맞닥뜨린 난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들이 첫 바퀴부터 선두에 섰던가. 그는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코멘트를 빌어 책에 다음과 같이 썼다. “차라리 두 번째나 세 번째로 시장에 진입해서 선발 주자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이디어가 정말 복잡해지고 세상도 복잡해지는데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리라고 생각하면 어리석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파악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중요한 건 ‘두 번째나 세 번째’ 앞서 언급한 구절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두 번째나 세 번째’라는 부분이다. 선두 주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선두를 추월할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본선 무대에서는 20대의 경주차들이 가장 먼저 체크 기(결승점에 도달한 우승 차량에 흔드는 체크 무늬 깃발)를 받기 위해 경쟁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꼴찌로 출발한 경주차가 체크기를 받을 순 없다. 역전극의 주인공은 최소한 5위 안에는 들어간 경주차에서 나온다. 곧, 2~5위 정도가 선두를 추월(overtake)할 수 있는 적합한 포지션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도 그렇다.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은 일찌감치 들었다. 다들 디지털자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다행히 어느 누구도 표준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는 없다. 경기 초반이라 선두 그룹(1~5위권)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은 무엇일까. 아직 선발 주자가 나오지 않은 3개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할까. 아니다. 선두를 차지하기보다 선두 그룹에 들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2등 세가가 아니라 3등 소니가 잡았다 세가(SEGA)는 게임업계 만년 2등이었다. 언제나 닌텐도(Nintendo)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1990년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3D 게임 시장이다. 2D에선 만년 2등일지 모르지만 3D에선 해 볼만 하다 판단했다.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비용을 3D 게임에 퍼부었다. 1994년 11월에는 자사의 게임을 가정에 보급하기 위해 새턴(Saturn)이라는 3D 게임기를 출시했다. 그런데 새턴은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가정용 3D 게임 시장의 꽃을 피운 건 소니(Sony)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이다. 소니는 3D 게임 업계에선 세가의 후발 주자다. 2D 역시 포기할 수 없었던 세가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에너지를 낭비할 때, 소니는 세가를 반면교사 삼아 3D 게임만을 위한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시장에서 세가의 고가 정책이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저가 정책을 펼쳐 시장 확보에 성공했다. 또 대작 게임 타이틀 기근에 시달리던 세가와 달리, 소니는 여러 유명 게임 제작사와 협업해 수많은 명작 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했다. 그 결과, 3D 게임기의 표준은 플레이스테이션이 됐다. 최근까지 4억 대가 넘게 팔렸다. 턱밑에 있던 소니가 1등 세가를 누르고 3D 게임 업계의 표준이 됐다.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이 늦었다고? 아직 싹도 제대로 틔우지 않은 시장이다. 1등 할 필요 없다. 선두 그룹에만 들면 된다. 선두 그룹 명단에서 우리 기업들 이름을 많이 발견했으면 한다. 그게 디지털자산 시장 강국으로 가는 길이다. 이용재 『넥스트 머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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