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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노트] BTC 3만달러 시대, 또다시 소외되지 않으려면

[소냐’s B노트] 비트코인 사상 첫 3만달러 돌파. 2021년 새해 벽두에 비트코인이 보여준 성적표입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 랠리를 시작한 비트코인이 불과 3개월 만에 300% 넘게 급등했습니다. 2017년을 뛰어넘는 불마켓을 확신하는 순간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번 비트코인 강세장을 이끈 건 기관들입니다. 매일 채굴되는 물량을 싹쓸이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없어서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기관들의 공세가 이어지자 한동안 주춤했던 개인 투자자들까지 다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상승장 초반만 해도 "이러다 얼마 못 가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비트코인이 생각보다 오래 버텨주니 태도가 바뀔 수밖에요. 국내에서도 이 같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1월 4일 김치프리미엄(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현상)이 6% 넘게 붙었다고 하네요. #비트코인 3만달러 시대가 왔다 "2021년에는 적어도 '비트코인 말고 블록체인'이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다." 암호화폐 분석가 조셉 영이 이번 강세장을 마주하며 한 말입니다. ‘비트코인은 투기, 블록체인은 혁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전자는 배척하고 후자만 받아들이려는 일부 정부관료나 전통 금융업계의 입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인데요. 최근 기관들의 투자 열기를 볼 때 그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합니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들도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각국 정부는 '아직은 불편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트코인 시장은 낙관적일 거란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물론 3만달러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진 불확실합니다. 가격이 끝도없이 오르기만 할 순 없으니까요. 언젠가 조정을 받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과거 수준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판도는 이미 바뀌었고, 리스크에 민감한 기관이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 이상 비트코인이 이전과 같이 곤두박질치지는 않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비트코인만 주목받는 건 아닙니다. 지난 7일간 50% 상승을 보여준 이더리움 역시 기관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올 2월 출시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이더리움 선물은 기관 유입의 물꼬를 터줄 전망입니다. 지난해 12월 론칭된 이더리움 2.0은 플랫폼이자 생태계로서 올해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이자농사로 열풍을 일으킨 디파이와 탈중앙화 플랫폼, 디앱은 올해 또 한 번 흥행몰이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고, 중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실험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각종 암호화폐 파생상품도 올해 주목받는 분야입니다. #정부, 이분법적 틀 못 깼다 국내 분위기는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정부는 여전히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듯합니다. 비트코인을 포함해 암호화폐는 투기 성격이 짙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제재하기 바쁩니다. 반면, 블록체인은 기술혁신 차원에서 포용하겠다는 방침인데요.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업계에 고스란히 반영돼 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산업을 먼저 살펴보면 정부는 그간 다양한 정책과 지원사업을 내놨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전략인데요.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합친 것으로 정부는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중 디지털뉴딜의 대표과제 중 하나인 지능형 정부 사업에 블록체인 공공서비스가 포함됩니다. 부동산 거래, 온라인 투표, 디지털 증거관리, 복지급여 중복수급 방지 등에 블록체인을 이용한다는 게 골자이죠. 탈중앙화 인증(DID)에도 블록체인이 이용됩니다. 사실, DID야말로 국내에서 블록체인 활용도가 가장 높은 분야가 아닐까 싶은데요. 정부는 올초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약 1만명에게 모바일 공무원증을 발급하며 연내 일반인 대상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민간 분야에서도 DID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때마침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서 블록체인 기반 전자서명 서비스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카카오와 패스, 페이코 등이 개발한 전자서명 서비스는 올해 연말정산에 최초 적용될 예정입니다. #”암호화폐 업체는 씨가 말랐다” 이처럼 블록체인 산업은 정부의 지지를 받아 덩치를 키워가는데 반해, 암호화폐 시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한 마디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암호화폐 취급 업체들은 씨가 말랐다.” 그는 앞서 조셉 영의 발언에 “한국은 여전히 ‘비트코인 말고 블록체인’이라는 말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관련된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블록체인, 그것도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편향된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거래소뿐만 아니라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은 채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버티지 못해 사라진 업체들도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암호화폐 업체들도 정부 눈치를 보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오는 3월 개정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인데요. 실명확인입출금계좌와 ISMS(정보보호확인체계인증) 요건 등 정부가 요구한 조건에 미달한 암호화폐 취급 업체는 특금법이 발효되면 무조건 사업을 접어야 합니다. 회사 사활이 여기에 걸려 있죠. 하지만 정부가 아직까지도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업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사업 계획이나 전략을 세우는 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데요. 먼저 정부가 어떻게 행동할 건지 이야기부터 들은 뒤 방어적으로 움직이자는 게 업계의 흐름입니다. 비트코인 3만달러 시대가 왔는데도 맘 놓고 축포를 터트릴 수가 없는 실정이죠. 그러는 사이 글로벌 경쟁력은 약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디파이와 대체불가토큰(NFT), 스테이블코인, 파생상품 등이 흥행몰이를 했을 때에도 국내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여기에 관심 있는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플랫폼을 쫓아다니기 바빴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해외로 한꺼번에 빠져나간 것이죠. 주 대표는 “국민은 IT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고 투자 시장을 선도하는데, 정작 정부는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라며 “퍼블릭 블록체인을 도외시하지 말고, 암호화폐 업계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내가 해외 시장에 비해 준비가 덜 돼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진우 메이커다오 국내 커뮤니티 총괄은 “지난해 각종 이슈들도 암호화폐 시장이 떠들썩했을 때 국내는 소외돼 있었다. 당시로선 업체들이 급진적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지난해를 회고하면서 “만약 올해에도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만큼 상승 랠리를 이어간다면 국내 시장이 또 한 번 소외될 수 있다”고 올해를 전망했습니다. #그럼에도 기대되는 건 다만, 한 가지 기대되는 건 특금법 시행으로 국내 기관들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낼 거란 점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말쯤 되면 기관들이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미 이곳저곳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이달 시작할 예정입니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들도 뒤따라 커스터디 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그 밖에 대외비로 추진 중인 암호화폐 관련 사업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최근 해외 기관들이 보여주는 과격한 행보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해외에선 이미 각종 암호화폐 파생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사람들이 평소에 자주 쓰는 결제 앱에서 손쉽게 암호화폐를 살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열려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꿈도 못 꿀 일이죠. 하지만 기관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조심스럽게나마 첫 발을 뗐습니다. 얼마나 도약할 수 있을까요.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여 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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