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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승] 블록체인이 논문을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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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승’s 블록체인 헬스케어] 2019년 초 슬픈 소식이 있었습니다. 국공립대학도서관 협의회에서 학술논문 데이터 서비스 구독료의 인상 문제로 구독료 협상이 결렬되면서 10개 국공립대학이 수많은 학술논문을 읽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국내 전체 대학 도서관의 전자자료(논문) 구입비는 10년간 20배 이상 상승했다고 하며 2018년 기준 1500억에 달한다고 합니다. 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들이 도서 등 자료구입비까지 줄여가며 전자저널 구독료를 내다가 부담에 못이겨 결국 구독을 해지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죠. 자유롭게 다양한 연구 자료들을 읽고, 그를 기반으로 한걸음 더 연구를 진전시켜야 하는 대학에서마저 ‘지식을 장사하는 플랫폼’에 갇혀 구독을 포기하는 상황은 지식의 부익부 빈익빈이 얼마나 심해졌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논문 발전의 역사와 새롭게 나타난 단점 과학 연구는 지금껏 어떻게 전달되어 왔을까요? 르네상스 이후 과학 연구는 주로 책 출판으로 전달됐습니다. 그러나 책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수년, 많게는 수십년 동안의 축적된 연구결과가 필요했기에 연구가 동료들에게 전달될 때까지는 너무나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최초의 과학 저널은 기존의 책 출판 방식을 넘어 빠르게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저널의 편집장이나 편집진들과 같은 소수의 사람들이 신속하게 평가하고 게재해 줌으로써, DNA 이중나선 실험 같은 위대한 결과들이 고작 연구가 수행된 지 한달 정도만에 발표될 정도였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과학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며 세분화 됐습니다. 이에 소수의 편집진이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적이게 됐습니다. 업무량도 급증하게 됐죠. 그런데 특정한 분야를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제출된 논문과 가장 유사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소수에게 몰리는 평가 업무를 줄이기 위해 동료 평가(Peer review)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는데요. 이 제도는 필수 불가결한 시스템이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정 연구주제의 경쟁자 혹은 해당 주제의 결론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지는 평가자에게 논문을 평가 받는 케이스 등에서 단점을 드러낸 것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저널 임팩트 팩터(Journal impact factor)라는 수치입니다. 좋은 연구일수록 인용이 많이 된다는 기본적인 사실에 근거해 산출하는 수치인데요. 처음엔 대학 도서관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구독할 저널을 선택하는 기준을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수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 저널의 질을 판단하는, 나아가 연구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절대적 수치가 됐습니다. 많은 이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인 지표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높은 임팩트 팩터를 가진 저널에 주요 연구가 몰리면서 과학 연구는 더 늦게 공유되고, 임팩트 팩터가 높은 상위 저널들을 독점한 출판사들은 엄청난 영리를 취하게 됐습니다. #대안의 등장 국가의 지원과 수많은 학자의 기여들이 모여 이룬 성과인 논문이 소수 출판사 이익으로 환원되는 상황에 반발하여, 다양한 대안적 지식 공유 방식이 발전하는 중입니다. 첫 번째로는 오픈 액세스 운동입니다. 누구나 무료로 논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부다페스트 오픈액세스 이니셔티브’는 이미 18년 전인 2002년부터 현재 과학저널이 처한 상황에 심각성을 느낀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이 모여 오픈액세스라는 목표를 확인하고 실천전략을 세웠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논문들은 오픈 액세스 저널에만 출판하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프리프린트(Preprint)라는 대안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1991년 arXiv라는 플랫폼은 동료 평가를 거치는 학술 저널에 출간되기 전에 업로드하여 동료들에게 자신의 연구를 공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연구의 우선권이 arXiv에 프리프린트를 올린 순서로 결정이 될 만큼 주요한 플랫폼이 됐습니다. 2013년 의생명과학계에도 BioRxiv가 설립되면서 5년만에 약 4만 건의 논문이 공개됐으며, 그 수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프리프린트 논문들의 공개 연구들은 기존 과학 저널들보다 9개월이나 빨리 최신의 연구결과를 알려주며 기존의 과학 저널의 가치를 되살리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완벽하지 않은 동료 평가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있는 논문들이 프리프린트 형식으로 대중에게 먼저 공개됨으로써 예방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프리프린트 논문에서 다수의 호응을 받아 권위있는 저널에 정식으로 출간되는 일도 일어나는 중입니다. #블록체인이 논문을 자유케 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블록체인이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심장학회 학술지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는 의료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논문 형태인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에 블록체인이 어떠한 가치들을 더해줄 수 있는지 기술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이 체계적 문헌고찰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기여자들의 활동을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실시간으로 각자가 어떻게 얼마나 논문에 기여했는지를 확인케 합니다. 한 번 이 체계적 문헌고찰이 이루어져 결과가 정리된 뒤라면 비슷한 주제의 관련 연구들이 나오더라도 새로운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낸 논문을 포크하여 기존의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에 새로 나온 연구 내용만을 더해 리뷰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마치 Github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기존에 만들어진 코드들에 자신이 개선하고 기여하는 것들이 실시간으로 받아들여지며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광경과 유사합니다. 해당 기술은 발표된 논문들이 대중에게 공개 감사 받는 과정들을 기록하여, 제한된 동료 평가 방식보다도 논문을 더 확실하고 믿을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으로도 기대됩니다. 동료 평가 방식을 사용할 때, 의견의 충돌이 있는 이에게 부당하게 평가 받는 경우도 해결할 수 있도록 스마트 콘트랙트 기술을 이용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림: Github에서 볼 수 있는 개발자들의 실시간 기여 상태표)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붙잡혀 있던 ‘화폐'라는 것이 대중들의 탈중앙화된 참여 방식으로도 훌륭하게 신뢰를 얻고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소수 출판사에게 붙잡힌 ‘과학 지식' 분야도 블록체인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대승 안과 전문의, 한양대 IAB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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