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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노트] '대륙의 사기' 플러스 토큰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플러스토큰, 다단계, DCEP

[소냐’s B노트] 중국인 타오씨는 친구의 소개로 SNS 위챗의 한 채팅방에 들어갔다. 채팅방의 이름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때마침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를 곧 발행할 거라는 뉴스가 쏟아지던 시기였다. 단체방에 있던 사람들은 DCEP 개발 현황에 대한 기사를 서로 공유하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DCEP가 비트코인에 이어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될 거란 희망이었다. 채팅방 운영자는 DCEP가 머잖아 출시될 거라는 소식과 함께 DCEP 계정에 가입하려면 1000위안의 가입비를 내야 한다고 소개했다. 계정에 가입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바로 '인민은행 글로벌 디지털지갑 플러스(이하 플러스 지갑)'를 이용하면 된다. 운영자는 타오씨에게 "플러스 지갑은 4대 중국 시중은행과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ㆍ위챗페이와 더불어, 인민은행이 DCEP 발행을 위해 협약을 맺은 업체"라고 소개했다. 타오씨는 뉴스에서 은행과 알리페이 등이 인민은행과 손잡고 뭔가를 한다는 걸 언뜻 본 기억이 났다. 이때 운영자가 덧붙였던 말에 타오씨는 귀가 솔깃해졌다. "가입을 한 뒤 가족이나 지인 등을 가입시키면 최저 6%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수익은 평생 누릴 수 있으며 심지어 후손 대대로 물려줄 수 있다." #DCEP 협력사? 알고보니 다단계 끝판왕 ‘플러스 토큰’ 1년 전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DCEP 발행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DCEP를 넣을 수 있는 디지털 지갑인 플러스 지갑이 중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개됐습니다. 플러스 지갑 관계자는 인민은행이 DCEP 홍보를 위해 플러스 지갑과 협력해 DCEP를 플러스 지갑 속에 내장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소 3500위안을 투자하면 DCEP를 살 수 있고, 월 6~18%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DCEP 홍보 대사가 돼서 이 좋은 소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합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DCEP가 위안화를 디지털한 것에 그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금 그 자체로서 DCEP만으로 추가적 수익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데려와 가입시키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수익을 주겠다? 게다가 DCEP 지갑은 4대 은행에서 자체적으로 구축해 테스트 중입니다. 당국은 별도의 디지털 지갑 업체와 손잡고 DCEP를 보급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없습니다. 의심쩍은 건 이뿐만 아닙니다. 관계자의 설명 속에서 익숙한 단어 하나가 튀어나옵니다. “’플러스 토큰’ 디지털화폐 스마트 지갑은 삼성과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공동 개발했다. 인민은행이 ‘플러스 토큰’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화웨이의 5G 스마트폰에 ‘플러스 토큰’ 앱이 기본 탑재된다.” 그 악명 높은 플러스 토큰이 여기서 등장한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플러스 토큰이 DCEP 유명세를 이용해 또 다른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 #주범 체포에도 또다른 다단계 사기 벌여 플러스 토큰의 일당들이 체포돼 중국 사법부의 심판을 받은 게 불과 한 달 전입니다. 앞서 11월 19일 운영자 천보를 비롯한 15명의 플러스 토큰 핵심 인사들은 중형의 징역형과 벌금을 선고 받았습니다. 당국은 이미 플러스 토큰 관련 자금 중 절반 가량을 압수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플러스 토큰의 사기극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입니다. ‘대륙의 사기’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이번에도 사기 치는 규모가 남다릅니다. 겁도 없이 중국 정부가 공들여 준비하는 DCEP에 손을 댔습니다. 인민은행이 51%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둥, 플러스 토큰이 중국에선 곤경에 처한 상황이지만 해외에선 합법화됐다는 둥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플러스토큰의 중국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최근까지도 관련 내용이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공지에는 “조직을 이끄는 쑹(宋) 선생이 광저우로부터 플러스 토큰이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확실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DCEP를 통해 정부가 지급하는 4000억위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전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민은행은 “DCEP는 아직 발행되지 않았으며, DCEP 거래 플랫폼을 공식 승인한 적 없다”며 “시중에 나온 DCEP는 법정 암호화폐가 결코 아니다”라고 두 차례에 걸쳐 못박았습니다. 또한 “유통 중인 DCEP는 다단계 사기 등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이용자들의 주의를 요한다”고도 전했습니다. 정부가 DCEP 발행을 공식화할 때까지는 그 어떤 것도 믿어선 안 된다는 당부였죠. 현지 매체들도 대중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시중에 법정 디지털화폐나 DCEP라는 이름으로 주문을 받고, 수수료를 요구하는 모든 행위는 다단계 사기 등 불법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런데도 플러스 토큰은 버젓이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쑹씨가 이번에 잡힌 플러스 토큰 주범들과 함께 2차 범죄를 사전 모의한 건지, 아니면 플러스 토큰의 이름을 도용한 새로운 다단계 사기 단체 일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쑹씨를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이 팀을 꾸려 1년 가까이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둘 중국 정부가 아닙니다. DCEP가 정식 발행되기 전 한꺼번에 ‘대청소’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당국은 지난 10월 선전에서 했던 것처럼 이번엔 쑤저우에서 DCEP를 훙바오(세뱃돈이나 보너스) 형식으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일 계획입니다. 일부 지역과 은행에서 진행 중인 DCEP 테스트도 순항하고 있어 머지않아 정식 발행 소식이 들릴 거란 기대가 큽니다. 그 전까진 DCEP 유명세를 이용한 사기범죄가 횡행하겠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잡히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희망고문에 또 한 번 넘어가는 피해자들 플러스 토큰의 범죄 폐해는 국내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번 플러스 토큰 다단계 사기로 피해를 본 이용자의 국적은 중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입니다. 수조원 규모의 역대급 사기 사건인 만큼, 막대한 피해를 입은 국내 이용자 수도 적지 않습니다. 우려되는 건 이번 신종 다단계 사기극도 국내에서 활개를 치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DCEP와 관련된 플러스 토큰의 허위 정보를 한국어로 번역해 부지런히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 커뮤니티와 손잡고 플러스 토큰의 정상화가 머지 않았다며 희망고문을 하기도 합니다. 플러스 토큰 피해자들은 이러한 희망고문에 쉽게 넘어갑니다. 플러스 토큰이 정상화하면 그간 입은 손해를 만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플러스 토큰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한 제보자는 “플러스 토큰 측은 ‘지금까지 사기라고 밝혀진 것은 다 거짓이다. 플러스토큰은 곧 대박이 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 말을 믿는 가족을 이해시키려 노력했으나 받아들이기는커녕 가정 불화만 생기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한층 업그레이드돼서 돌아온 플러스 토큰의 다단계 사기는 피해자를 두 번 울릴 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도 큰 고통을 겪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DCEP를 아직 발행하지 않았으며, 플러스 지갑처럼 가입비를 받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건 다단계 사기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플러스 토큰은 중국에서 다단계 사기로 판명났고,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체포돼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 번 사기꾼은 영원한 사기꾼입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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