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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의 블록체인은 어둠의 자식? 애들은 밝아요

블록체인, 익명, 프라이버시

블록체인이 지금보다 훨씬 미약했던 그 시절. 사람들은 블록체인을 추적 불가능한 도구로 생각했습니다. 초창기 비트코인을 쓰던 사람들은 다크웹(DarkWeb)을 기반으로 활동했습니다. 마약 거래에 비트코인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쪽 방면으로 악명이 높았던 다크웹 사이트 실크로드(SilkRoad)가 불법암거래로 적발된 사건도 이 무렵 2013년 후반이었습니다. 미 FBI(연방수사국)의 조사결과 실크로드에 보관된 비트코인은 총 14만4341개. 당시 시세로 약 360만 달러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당시 선점효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독점하다시피 했던 마운트곡스(Mt. Gox)가 85만 개의 비트코인을 해킹 당합니다. 이때가 2014년 2월이었습니다. 블록체인은 추적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역사에서 터진 2013년 말~2014년 초의 두 차례 핵폭탄급 사건은 네트워크 참여자들을 절망케 했습니다. 이때부터 블록체인 씬에 뛰어들었던 극소수 한국 참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땐 잠시동안 정말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정신을 차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고 말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기반이 미약했던 블록체인을 감안하면 지난해 비트코인 침체기보다 더 위기감을 느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때를 계기로 블록체인에 꼬리표가 붙습니다. 바로 ‘블록체인은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실크로드와 마운트곡스 사건이 블록체인의 이미지를 그렇게 굳혀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비트코인이 개인정보가 담겨있지 않은 임의의 주소로 거래되는 건 사실이지만, 해당 주소를 통해 거래기록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 ‘투명성’을 이용해 손쉽게 추적할 수 있는 것이죠. 믹서기로 진본 감추기? 블록체인을 통한 거래는 추적 불가능하기는커녕 기존 시스템보다 훨씬 추적이 쉽습니다. 오히려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싹텄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비트코인 믹싱’입니다. 많은 사람의 비트코인을 섞어서 트랜잭션을 여러 번 거치면 출처가 불분명해지는 원리를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처음엔 믹싱을 도와주는 전문 업체가 생겼지만, 그 업체 자체가 대체로 신뢰도가 낮은 집단이었기 때문에 P2P 믹싱이 발전합니다. 블록체인답게 해결방안도 탈중앙적으로 모색한 것이랄까요. 익명화폐 3형제? 믹싱 서비스는 기존보다 추적을 어렵게 할 순 있어도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찾아낼 수 있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익명성만을 다룬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코인은 대시(Dash). 개개인이 참여자로 활동하는 P2P 믹싱의 한계를 마스터노드(Masternode)라는 개념을 도입해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믹싱 서비스를 마스터노드라는 전문집단이 관리하도록 유도해서 효율성을 도모합니다. 마스터노드는 그 보상으로 대시코인을 가져가고요. 대시도 그러나, 결국 똑같은 믹싱 서비스라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때 나타난 코인이 지캐시(Zcash)와 모네로(Monero)입니다. 지캐시는 zk-SNarks라는 자사 프로젝트를 통해 영지식증명으로 익명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반면 모네로는 믹싱 서비스에 스텔스(Stealth)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트랜잭션 주소를 일회용으로 생성하거나 송금자의 공개 키를 감추는 방식으로 익명성을 개선했습니다. 영지식증명과 밈블윔블 이후 익명화폐가 정체 상태에 머물자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우선 거래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거래결과가 실제로 맞는지만 확인해주는 영지식증명을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나왔습니다. 익명화폐 바깥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말이죠. 특히 이더리움(Ethereum)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영지식증명을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그 사이에 zk-SNARKs는 zk-STARKs로 발전했습니다. zk-STARKs에서는 초기 프로토콜 셋업 단계에서 신뢰 설정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게끔 설계해 시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물론 아직은 불완전해서 주로 zk-SNARKs를 쓰긴 하지만요. 아예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2016년 7월 비트코인 개발자 포럼에서 ‘Tom Elvis Jedusor(프랑스어로 ’볼드모트‘라는 뜻)’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발표한 밈블윔블(MimbleWimble)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달랐습니다. 그동안에는 거래내역을 숨기려고 했습지만, 밈블윔블은 아예 기록울 하지 않습니다. 발상의 전환이죠. 밈블윔블은 법은 거래 과정에서 일어난 정보를 기록하지 않음으로써 익명성 의제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밈블윔블은 라이트코인과 모네로 진영에서 관심이 있습니다. 이미 그린(Grin)과 빔(Beam)이라는 프로젝트가 밈블윔블을 기반으로 서비스 준비 중입니다. 두 서비스 모두 PoW(작업증명) 기반으로 완전무결한 탈중앙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양사 재단 모두 코인 물량을 하나도 가지지 않은 채로 시작합니다. 새판에서 채굴 커뮤니티를 건전하게 키워보겠다는 의도죠. 그래서 채굴풀 중앙화를 야기한 ASIC(주문자특화반도체)에도 패널티를 부여합니다. 재밌는 것은 빔(Beam)은 처음부터 VC(Venture Capital) 투자를 여유롭게 받고 시작하는 반면, 그린은 VC나 ICO(암호화폐공개) 등의 투자 모금없이 제로에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마침 그린 개발진이 한국을 찾습니다. 22일 ‘비들(BUIDL) 아시아 2019’에 참석한 뒤, 이튿날인 23일 오후 7시 강남 논스(Nonce)에서 밋업을 가집니다. 여기서 그린은 개발자금을 모으기 위해 자사의 굿즈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익명화폐 3형제’때문에 익명성 프로젝트는 전부 어두울 줄 알았는데 의외죠. 다행히 최근 익명성 연구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는 지키되 블록체인의 투명성은 유지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투명성으로 인해 블록체인이 오히려 ‘빅 브라더’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익명성 프로젝트가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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