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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시장은 스테이블코인을 주목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 가상자산

[파커’s Crypto Story] 미 연준과 BIS(국제결제은행)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 발간,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디지털 유로 도입 고려, 중국의 선전시 시민 5만명 대상 디지털 위안화 배포, 일본 중앙은행의 디지털 엔화 테스트 발표, 한국은행의 CBDC 파일럿 체계 추진. 모두 최근 1주일간 벌어진 일입니다. 10월 12일(현지시간)에는 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가 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과 CBDC 표준 수립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CBDC 소식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은 덜 받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인 스테이블코인(민간 발행을 포함하는 영역)에 대한 규제권의 관심도 높은 상황입니다. 지난 4월 G20 FSB(금융안정위원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관련한 권고사항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 주도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경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G20의 해당 발언 직후 리브라가 규제 친화적인 업데이트 내용을 담은 ‘리브라 2.0’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G20 FSB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주제로 69페이지짜리 보고서를 10월 13일(현지시간) 내놓으면서 관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때마침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스테이블코인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말이죠. #스테이블코인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이후 양적완화 기조에 맞춰 급등하는 암호화폐 대표 스테이블코인 USDT의 발행량을 조명한지가 불과 5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15일간 13억 달러를 뽑아낸 USDT가 경이롭다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요. 이때만 해도 64억 달러 수준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던 USDT는 다음 달인 6월엔 90억 달러를 넘는 수준으로 도약합니다. USDT가 2015년 출범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2달동안 과거 5년간의 총발행량이 단숨에 찍힌 셈입니다. 7~8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USDT는 9월들어 다시 한 번 퀀텀점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90~10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약 150억 달러로 껑충 뛴 것입니다. 이에 따라 단 6개월만에 5년동안 찍어낸 총발행량의 2배가 시장에 나오게 됐습니다. 10월 현재 USDT는 시가총액 160억 달러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3위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특기할만한 점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도약은 USDT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스테이블코인의 공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2020년 상반기 공급량은 USDT가 단연 돋보였습니다. 다른 스테이블코인은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미약했죠. 그런데 하반기 들어서는 디파이(DeFi) 열풍과 함께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USDT를 능가하는 스테이블코인들이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6월 중순까지 시가총액 7억 달러 수준이었던 USDC의 경우, 6월 후순에 9억 달러로 덩치가 급격히 불어났습니다. 이후 상승을 거듭해 현재는 시가총액이 무려 28억 달러에 달합니다. 4달만에 4배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는 같은 기간 USDT 추세를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이더리움 디파이 스테이블코인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DAI나 씨파이(CeFi)를 주도하고 있는 바이낸스의 스테이블코인 BUSD도 다를 바 없는 상황입니다. 6월 발행량(스테이블코인에서 발행량=시가총액)이 1억 2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DAI는 현재 9억 2000만 달러를 가리키고 있는 중입니다. 바이낸스의 BUSD는 디파이 성장을 눈여겨보고 씨파이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발행량 급증 현상이 조금 늦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상승세는 뒤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8월까지만해도 2억 달러를 밑돌았던 BUSD 발행량이 9월부터 급등해 현재는 7억 3000만 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의의는 ‘1달러 가격 유지’가 지속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메커니즘에서 수요가 공급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1달러 붕괴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전례가 2018년 USDT에서 있었죠. 당시는 화폐 공급을 별로 늘리지 않았는데도 수요가 워낙 저조해서 1달러가 일시적으로 붕괴됐습니다. 이때 테더사가 선택한 전략은 5억 달러 규모의 화폐 소각이었습니다. 공급을 축소해서 화폐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1달러 가격을 유지한 것입니다. 이와 달리 이번엔 전례 없는 공급이 쏟아졌음에도 1달러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에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많다는 것이죠. #스테이블코인 별도 규정 마련하는 제도권 이러한 가운데 FSB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관련한 보고서를 업로드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CBDC는 물론 민간 스테이블코인에도 규정을 마련할 전망입니다. 보고서 내용의 대부분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특성 분석 및 지난 4월 권고사항에 대한 것들이었지만, 로드맵이 추가됐다는 점이 특기할만합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크게 3단계로 나눠 2023년 7월까지 마련된 스테이블코인 규정에 대한 리뷰까지 이뤄질 예정입니다. 가장 첫 단계인 스테이블코인 국제 표준이 설정되는 기간은 2021년 12월까지로 잡혀있습니다. 그 다음 단계인 추가 피드백 및 해당 규정의 광범위한 포괄적 규제 구현은 2022년 7월로 설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항을 검토하고 리뷰하는 마지막 단계가 2023년 7월까지입니다. 아직 암호화폐 자체에 대한 규제마저 확립되지 않은 나라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정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게 의미심장한 대목인데요. 같은 시기 CBDC 추진에는 적극적인 중앙은행들의 모습을 보면 제도권의 입장은 어느정도 확실해졌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CBDC가 무조건적인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화폐가 아닌, 민간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말이죠. 간단히 말하면 중앙이 메인이 되고 민간이 보조를 맞추는 디지털화폐 발행을 구상하고 있는 셈입니다. 민간이 화폐 발행의 메인이 되는 걸 특히 경계하는 모습은 페이스북 주도 암호화폐 리브라를 대하는 모습만 봐도 잘 드러납니다. #스테이블코인의 현재와 미래 사이 앞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감독하기 위한 규제권의 움직임은 계속해서 일어날 전망입니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거나 규제권의 규정에 어긋나는 스테이블코인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겠죠. 다만 그 미래에 앞서 뚜렷한 규제가 없는 현재의 스테이블코인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앞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최근 폭증한 공급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같은 기간 스테이블코인이 아닌 변동성 있는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빠졌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워 볼 수 있습니다. 그레이스케일이나 마이크로스트레티지와 같은 기관 신규자금 유입이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몇 년 전에 비하면 둔화된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비스테이블코인의 간판격인 비트코인 점유율은 스테이블코인 상승폭 대비 얕은 하락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단순 가격과 시가총액 흐름만 봐도 스테이블코인의 약진에 해당하는 만큼의 비스테이블코인 하락은 일어나지 않고 있죠. 오히려 스테이블코인만큼은 아니지만, 비스테이블코인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곧, 최근 시장 전체 자금은 큰 폭으로 늘어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의 큰 축으로 자리잡은 스테이블코인 자금이 향후 어디로 흐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선 이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훈풍이 지속되거나 스테이블코인 예치 열풍이 사그라들면 해당 자금이 비스테이블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겠죠. 이럴 경우 비스테이블코인의 상승장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반면 대선 이후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되레 커지면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더욱 강화되거나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불확실성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통 금융시장 하락폭이 매우 크다면 지난 3월 ‘검은 목요일’처럼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 수요가 급락할 수 있죠. 그러나 하락이 조정 정도로 적당히 진행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일종의 변동성 피난처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요가 더 올라갈 여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제도권조차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별도 규정을 계획할만큼 시장이 스테이블코인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수요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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