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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마켓, ‘이번엔 다르다’는 말 믿어도 될까?

비트코인, DID, 디지털금

[고란의 어쩌다 투자] “지금 사도 돼?” “뭐 사야 돼?” 비트코인이 ‘핫’하기는 한가 보다. 2017년 말, 2018년 초만큼은 아니지만 필자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앞의 두 가지를 물어보기 위해서다. 구글 검색어 순위에선 ‘도널드 트럼프’를 앞서기 시작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잇달아 나온다. 결코, 시장에서 믿어서는 안 된다는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말을 이번만은 믿어도 될까. 암호화폐 시장의 겨울은 끝난 걸까.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자산은 무엇일까.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렸겠다. 당연히 비트코인이다.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5월 말까지 올 초 대비 112% 올랐다(암호화폐 전체로 넓히면 1위는 ‘비트코인의 동생’쯤 되는 라이트코인이다. 5월 말 기준으로 250% 급등했다). 압도적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제자리걸음 했다. 코스닥 지수도 3%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는 10% 올라, 지수에 비해선 그나마 나은 이익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 최고 투자자산은 비트코인 주식으로 한정하자면 가장 분위기가 좋은 시장은 미국, 업종으로는 기술주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월 말까지 12% 올랐다. 그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다는 아마존도 18% 상승에 그쳤다. 어떤 주식을 갖다 대도 비트코인 수익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비트코이니스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조합은 비트코인을 매수(long)하고 도이치은행을 공매도(short)하는 전략이었다. 이론적으로 5월 말까지 최고 130%의 수익률이 가능했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112% 오른 반면, 도이치은행은 17.5% 떨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위험하다는 투자자산이 가장 높은 수익을 거뒀다. 2018년을 떠올리면 그렇게 단정 지을 순 없다는 반론도 가능하겠다. 그렇지만, 아니다. 증거를 대 보이겠다. 전체 자산 가운데 비트코인을 5%, 나머지(95%)를 현금으로 들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최근 6년 연속 미국 증시(S&P500) 수익률을 앞선다. 특히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비트코인 투자가 유리했다. 최악의 성과를 냈다는 2018년에도 ‘비트코인 5% + 현금 95%’ 조합은 5% 손실에 그쳤다. 반면 S&P500 지수는 근래 최악이었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심지어, ‘쥐약(rat poison)’에 비유할 정도로 냉소적인 투자자를 압도하는 성과를 냈다. 게다가 그 냉소로 일관하는 인물이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다. ‘오마하의 현인’ 버핏은 직물 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를 1964년 인수했다. 이후 보험사 및 투자회사로 탈바꿈했다. 인수 이후 최근까지 이 회사 주가는 99만7900% 상승했다. 그와 함께 투자를 시작했다면 1만원이 지금 9980만원이 됐다는 얘기다. 놀라운 건 비트코인은 첫 가격이 표시된 이래 최근까지 약 10년간 7억2000만% 상승했다. 얼어붙었던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제는 따뜻한 기운을 넘어 약간 뜨거울 지경이다. 곳곳에서 ‘정신 승리’적 해석이 난무한다. 2018년 시장 침체기를 재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3년 말 1차 비트코인 급등기 때 그래프의 모양이 당시에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2017년 말 2차 급등기 때 관점에서 보면 동네 구릉에도 못 미칠 정도의 높이다. 그러니 2017년 말의 에베레스트처럼 보이는 사상 최고가도 조만간 뒷산 기울기 정도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급등할 거라고 ‘희망 회로’를 돌린다. 암호화폐 시장에 갑자기 찾아온 봄, 왜? 해가 바뀌었을 뿐인데 시장 분위기가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모든 가격은 하락하면 언젠가 한 번은 오르게 돼 있다. 일명 ‘대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 그럼, 이번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말일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아니라는 답을 내놓는다. 그리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한 이유를 근거로 댄다. ① 수요와 공급의 법칙…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른다 경제학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할 정도로 당연하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돼 있다. 이건 누구도 바꿀 수 없다. 애초 생성될 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다. 총 발행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정확히 20만 번째 블록마다 블록 생성에 대한 보상으로 주는 비트코인 수량을 절반으로 줄인다. 이걸 반감기라고 하는데, 대략 내년 5월쯤 3번째 반감기를 맞는다. 지금은 블록을 만들면 채굴자들은 약 12.5개의 비트코인을 챙겨간다. 약 1년 뒤엔 6.25개로 보상이 줄어든다. 극단적으로 비트코인 수요가 1년간 하나도 늘지 않더라도 공급이 절반으로 줄기 때문에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기왕 비트코인을 사겠다면 미리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런 ‘사자’세가 몰리면서 앞서 1ㆍ2차 반감기에도 약 1년 전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직전 1년 수익률이 1차 때는 384%, 2차 때는 142%를 기록했다. ②판이 바뀌었다… 개인이 아니라 기관이 주도한다 2017년 말 암호화폐 급등장은 개인들이 주도했다. 투자 시장의 역사를 통틀어 개인들이 가격을 이끌어간 매우 드문 시장이었다. 개인이 주도한 탓인지 그만큼 시장은 급하게 달아올랐다 식었다. 올해 상승세는 주도 세력이 다르다. 본격적인 상승은 4월부터 시작됐다. 두터운 매물대를 뚫고 가격을 끌어올린 호재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백트(Bakkt)의 출현이다. 백트는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 ICE(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가 만들었다. 스타벅스ㆍ마이크로소프트(MS)ㆍ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이 파트너나 투자자로 참여했다. 전통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아무리 코인베이스(미 뉴욕금융청의 비트 라이선스를 받은, 달러 입금이 가능한 글로벌 메이저 거래소)라고 해도, 믿고 자금을 거래하기엔 꺼림칙하다. 코인베이스도 전통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작은’ 스타트업일 뿐이다. 반면, 백트는 그간 계속 거래해 왔던 NYSE의 모회사인 ICE가 만들었다. 기관 투자자들이 원하고,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 백트의 출현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도 거래 상대방 위험 때문에 꺼렸던 기관 투자자의 본격 진입이 가능해졌다. 기관이 들고 오는 자금의 규모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백트를 통한 비트코인 선물의 출현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앞당기는 호재다. ③그토록 바라던 ‘유스 케이스(Use Case, 실사용 사례)’ 나왔다 2018년 암호화폐 가격 하락과 함께 업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두 단어는 ‘Use Case’. 아무리 블록체인 기술이 대단하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이 실감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자기반성이 일었다. 그땐 다들 누가 속도가 더 빠르네, 탈중앙화 정신을 구현했네 등의 진영 논리에 천착했다. ‘그들만의 리그’였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무의미한 싸움이었다. 블록체인이니까 의무감에 쓰지는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쓰기 편하니까 이용할 뿐이다. 올해 들어선 그토록 바라던 유스 케이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ㆍ스냅챗 등 범 페이스북 그룹의 사용자만 전 세계 22억 명을 웃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다. 그런 거대 플랫폼이 최근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브라(Libra)’를 발표했다. 플랫폼에서 쓸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인 ‘글로벌 코인’도 발행할 계획이다. 글로벌코인을 이용해 세계 각지로 돈을 보낼 수 있고, 플랫폼에서 파는 어떤 물건도 살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그러면서 효율적인, ‘페이스북 경제권’이 생긴다는 의미다. 스타벅스와 아마존의 자회사인 홀푸드 등은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앞으로는 환전할 필요 없이 비트코인 등만 있으면 어느 나라에서든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다. 실체가 없다던 암호화폐가 글로벌 기업을 통해 그 매력적인 모습을 대중 앞에 선보이고 있다. ④미ㆍ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안감에 ‘디지털 금’을 찾기 시작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기는 하겠지만.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면서 펀더멘탈이 약한 고리의 국가부터 환율이 불안하다. 터키나 브라질이 그렇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하순부터 터키와 브라질의 통화가치 및 금융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그리고 그즈음 터키와 브라질에서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시세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자국 통화가 불안하자 실체가 없다고 비난받았던 비트코인을 그 나라 사람들이 찾아서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던 4월 중순 비트코인 거래가 가장 많았던 곳은 브라질 거래소였다. 전통적으로 거래량 상위를 차지했던 바이낸스ㆍOKEx 등 중국계 거래소 거래량의 2~3배를 웃돌았다. ⑤MS, 비트코인 플랫폼 위에 DID 구축...비트코인도 쓸 데가 있다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백트의 출시와 때를 맞춰 나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뉴스가 있다. MS가 탈중앙화 신원 인증(DID, Decentralized IDentifiers)을 비트코인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 구축하기 위해 오픈소스 프로토콜인 ION(Identity Overlay Network)을 활용한다는 소식이다. 온라인에서 신원 인증을 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모두 중앙화돼 있다. 휴대전화번호 인증은 통신사가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SNS 계정을 활용한 인증은 서비스 제공 업체가 개인정보를 서버에 모아둔다. 이런 식의 신원인증은 지금껏 당연시돼왔다. 그런데 페이스북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데이터 주권 문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이슈로 부각됐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데이터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라며,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중앙화된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큰 사고 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MS가 도입한 방식이 DID다. 비트코인 플랫폼 위에 DID를 구축하는 건 비트코인이 현존하는 블록체인 가운데 가장 탈중앙화 됐기 때문이다. 금이 ‘가치저장 수단’ 이외에 장신구나 첨단기기의 소재로도 쓰임새가 있는 것처럼, 비트코인도 디지털 금이라는 가치 이 외에 쓸 데가 생겼다. 비트코인 가격이 제로로 수렴할 수 없음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다. 그래서, 지금 사도 된다는 거냐? 뭘 사란 거냐? 지금쯤 ‘답답’ 게이지가 충만한 분들이 상당하실 것 같다. 글의 말미에 다가가는데도 아직까지 맨 처음 두 질문에 대한 답이 없어서. 아쉽게도 정답은 모르겠다. 인간이 어떻게 투자에 대한 정답을 내놓겠는가. 다만, 할 수 있는 답을 내놓겠다. 먼저, 뭘 사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 90년대 말 코스닥 버블 때 가장 각광받았던 주식은 밀레니얼은 알지도 못할 ‘새롬기술’이라는 종목이었다. 당시 1위 통신사라는 SK텔레콤보다 시가총액이 높았다. 사업 모델은 인터넷 국제전화, 이른바 ‘다이얼패드’다. 그 비싼 국제전화를 인터넷으로, 거의 무료로 할 수 있다고? 신세계가 열리는 듯했다. 정말 신세계는 왔다. 거의 무료가 아니라 (인터넷 와이파이만 연결돼 있다면) 아예 공짜로 세계 어디든 전화할 수 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영상통화도 공짜다. 그렇지만, 새롬기술은 주식시장에서 결국 퇴출 당했다. 곧,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대의 도래와 내가 투자한 코인의 가치가 정비례할 거라는 건 장담할 수 없다. 단, 필자의 경우 비트코인에 대해서만 예외다. 비트코인은 이미 디지털 금으로서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고 확신한다. 다음으로 지금 사도 되느냐는 질문의 답.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필자는 확신을 내렸다. 비트코인 가격은 오른다고. 아, 여기 수식어가 하나 빠졌다. ‘장기적으로는’. 하지만, 당장 내일, 다음 달, 혹은 내년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는 장담을 못 하겠다. 단기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오른다고 믿을 때 필요한 투자 전략은 적립식이다. 시간을 분산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비트코인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라. 필자는 이렇게 투자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트코인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 결과, 6월 초 비트코인 가격 1000만원 선이 무너졌을 때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되레 여윳돈으로 추가 매수했다. *이 칼럼은 월간중앙 7월호에 필자가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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