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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기축통화 되고 싶다면... BTC여 알트에도 기회를

임동민, 트리핀딜레마, 기축통화, 지젤 번천

[Economist's Deconomy] 세계 최초로 억만장자에 등극한 브라질 출신의 톱 모델 지젤 번천은 2007년 8월, 모델료를 유로화로 받고 싶다고 밝혔다. 달러화 가치가 불확실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2006년 한 해 동안 약 3300만 달러를 벌었다. 2005년 말엔 1유로는 1.1839달러에서 2006년 말엔 1.3148달러가 됐다. 곧, 번천이 유로화로 모델료를 받았다면 가만히 앉아서 11.1%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달러로 받았기 때문에 300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사라졌다. 2006~2007년은 글로벌 기축통화(reserve currency)인 달러화에 대한 전망이 암울했던 시기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5%를 넘었다. 미국의 경상적자 확대는 국제적으로 달러화가 더욱 많이 풀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잃고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다. 번천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과 금융투자가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2008년 9월, 글로벌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터졌다. 그런데 달러화 가치는 되레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유로 당 달러는 2007년 말 1.4722달러에서 2008년 말 1.4125달러가 됐다. 곧, 달러화 가치가 올라갔다. 2011년 그리스 재정위기를 시작으로 PIIGS 재정위기가 확산하면서 유로화 가치가 급락해 달러화 대비 1 대 1, 혹은 그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기축통화 지휘를 위협받던 달러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해결된 적이 없다. 중국ㆍ일본ㆍ독일ㆍ한국 등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달러화 보유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달러화가 미덥지는 않지만 기축통화니까 중요하다. 쌓아놓아야 한다. 이것이 미국 이외 국가, 전세계인의 딜레마다. 미국 달러화가 직면한 대표적인 불균형 문제는 로버트 트리핀(1911~1993년) 교수가 1960년 제기한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로 알려져 있다.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대외거래에서 적자를 발생시켜 국외에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이 경우 유동성이 과잉되어 달러화의 가치는 불안정해진다. 반면 미국이 대외거래에서 흑자를 지속하면 달러화 가치는 안정시킬 수 있지만 이때에는 국제무역과 자본거래를 제약할 수 있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유동성과 신뢰성은 필연적인 상충관계(Trade-off)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트리핀 교수가 제기한 딜레마다. 기축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가운데 굳이 우선 순위를 따지자면 유동성이 먼저다. 1980년 이후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해는 1980ㆍ1981ㆍ1991년 등 단 세 번에 불과하다. 1980년 이후 2018년까지 미국의 경상적자 누적 합계는 11조4812억 달러다. 즉, 30년 동안 무역을 통해 풀린 11조 달러가 미국을 제외한 국가의 경제성장 동력이 된 셈이다. 무분별한 달러화 발행을 비판하는 입장에서도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 기능하는 한 달러화의 유동성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분쟁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의 통화정책 구도를 둘러싼 논쟁도 기본적으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과 관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통상질서 재조정과 전통산업 경쟁력 회복을 통해 미국의 경상수지가 구조적으로 흑자로 전환되고, 미국 경제가 가장 빨리 정상화돼, 연준이 금리인상 등을 통한 긴축에 나서게 된다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에는 재앙이다. 달러화의 대외공급은 축소되는 가운데, 달러화에 대한 상업적 및 비상업적 수요가 늘면서 기축통화는 거래 수단보다는 가치저장 및 축적 수단으로 변화할 것이다. 암호화폐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비트코인이 직면한 딜레마도 비슷하다. 비트코인이 기축통화가 되려면 유동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 자체는 유동성보다는 탈중앙화된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 설계됐다. 분산원장을 생성하고 검증하고 확정하는 작업증명(Proof of Work)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되고, 발행량이 한정돼 있다. 비트코인은 완전히 탈중앙화된 개인 간 전자화폐 거래라는 비전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교환의 매개라기보다는 가치저장의 기능에 적합하다. 곧,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법정화폐인 달러화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기축통화로서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비트코인의 입장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스스로 중요성을 낮추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결제수단의 범위를 달러화 이외 유로화ㆍ엔화ㆍ파운드화ㆍ위안화ㆍ원화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또한 독보적인 중요성을 내려 놓고 다양한 암호화폐에도 그에 걸맞은 기능을 인정해 줘야 한다. 그래야 비트코인도 안정적인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 달러화의 패권에 비트코인이 도전했듯, 비트코인의 패권에 대해서도 다양한 도전이 요구된다. 번천 얘기로 돌아가 보자. 2008년 1월 번천은 미국 달러화 대신 유로화로만 모델료를 받는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나는 많은 국제 기업들과 일하면서 각기 다른 통화로 돈을 벌고, 그게 전부다”고 말했다. 모든 이들이 달러화ㆍ유로화ㆍ위안화ㆍ원화 등에 더해 비트코인ㆍ이더리움ㆍ리브라 등의 암호화폐로도 보수를 받고 거래하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임동민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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