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검색

[파커] 디파이 100만% APY의 비밀?

디파이, 이자농사, 유니스왑

[Parker’s Crypto Story]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APY(복리를 포함한 연 이자율) 열풍이 절정을 찍고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 합니다. 오로지 APY와 거버넌스 토큰 가격 상승을 위해 설계된 지속불가능한 프로젝트들의 부작용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를 반증하듯 9월 15일 현재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TVL(잠겨있는 총 물량)의 대부분은 아베(Aave)·메이커(Maker)·유니스왑(Uniswap) 등의 전통 강호들이 점유하고 있는데요. 이른바 스시스왑(Sushiswap)·김치·핫도그 등의 자극적인 음식 프로젝트에 투기꾼들이 몰린다는 소식과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왜 지금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걸까요. 기존 금융과 다른 디파이 특유의 APY 메커니즘에 그 답이 있습니다. #악마 취급 받던 이자가 자본주의의 핵으로 자리잡는데 공헌한 ‘수학’ 디파이 APY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이자라는 존재의 기원을 간단히 짚고 넘어갈까 합니다. 처음부터 기존 금융 이자의 응용 버전에 해당하는 디파이 APY를 언급하면 너무 큰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이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관련한 고대 문헌에도 기록돼 있다고 할 정도로 그 역사가 깊습니다. 다만 현대 인류가 사용하는 체계적인 이자 개념은 중세 이후에 자리잡았습니다. 유럽의 중세는 기독교 사상에 따라 이자가 금기시됐던 걸로 유명한데요. 르네상스 시대 이후 교황의 몰락과 함께 새로운 지배층이 등장하면서 이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게 됩니다. 이 무렵 상업의 진흥과 함께 원시적인 은행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자가 도입된 것입니다. 이렇게 성립된 이자 시스템은 곧 이어 열린 자본주의 태동 시기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때마침 물품 교환 경제에서 금속화폐로의 이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어음·환율·채권 등의 새로운 금융 체계가 쏟아지는 바람에 ‘이자의 고도화’는 필연이 됐습니다. 서구의 선조들이 수학이라는 학문을 금융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시기도 이때였습니다. 단순 단리가 아닌 복리(원금에서 발생한 이자에 다시 이자를 붙이는 계산법)가 본격 도입되면서 고차방정식·극한·수렴·미분과 같은 고등수학이 초창기 금융에 도입됩니다. 특히 15~16세기 이탈리아에서는 대출업이 발달하면서 “A가 n온스(금속 무게 단위)를 n년 빌려줄 시 발생하는 복리 이자는?”과 같은 수학 문제 풀기 대회가 활발하게 열렸을 정도로 뛰어난 수학자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여기서 만기일의 고려와 함께 n년이 1년이 아닌 다년으로 확장될 경우 고차방정식이 필수적으로 동반됩니다. 또한 기간에 따른 복리 이자 횟수를 n으로 임의 설정함에 따라 미지수(값을 불특정 n으로 처리)·극한(n값이 무한하게 흐를 경우 자연 상수 e에 수렴)·미분(n년 후의 총액 변화율 등)의 개념이 도입됩니다. 기능 고도화를 달성한 이자 시스템은 오늘날 자본주의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기능이 됐습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인하에 따라 거시 경제의 시선이 집중되죠. 아무 생각없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쉽게 금리가 결정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렇게 고도화된 이자 시스템이 동반 고려됩니다. 연준이 금리 방향성을 정할 때 장기 미 국채 가격 및 이자율 안정 여부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전통 금융의 MM 모델과 디파이의 AMM 모델 지금까지 디파이 APY의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전통 이자 시스템이 기능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발달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디파이는 단순 이자 모델뿐만 아니라 거래 방식 자체가 기존 금융과 다릅니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마켓 스프레드(매도 호가 최저가와 매수 호가 최고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MM(Market Maker)이 나섭니다.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마찬가지로 MM이 존재하죠. 이들은 MT(Market Taker)보다 수수료를 감면 받는 등의 혜택을 부여 받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이 MM 시스템이 원활하게 적용될수록 매수·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에 거래를 체결할 수 있게 됩니다. 디파이 생태계가 해결하고자 하는 슬리피지(매수·매도자가 원하는 청산가와의 괴리) 문제를 기존 금융은 MM으로 해결하고 있는 셈입니다. 반면 디파이의 AMM(Auto Market Maker)은 MM 메커니즘이 코드와 수식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AMM이 탄생하기 전, 디파이 생태계는 단순 예치·담보와 DEX(탈중앙거래소) 기능을 위주로 돌아갔는데요. 유니스왑(Uniswap)이라는 디파이 프로젝트가 이 AMM 모델을 들고 나오면서 분기점을 맞이합니다. AMM에서는 MM 시스템과 달리 사람이 단순 유동성 공급자(LP) 역할만 수행합니다. 그렇게 LP가 특정 거래쌍(유니스왑 기준)에 해당하는 풀(Pool)에 맞는 유동성을 불어넣으면 수수료의 0.3%를 보상으로 받습니다. 여기까지의 보상 원리는 MM이 MT보다 수수료 감면을 받는 메커니즘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AMM은 생태계 시스템 구축을 위해 X*Y=K라는 수식을 사용합니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B라는 사람이 USDC/ETH 거래쌍에 LP로 참여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여기서 X는 USDC가 되고, Y는 ETH가 됩니다. 그런데 해당 풀에는 현재 총 1000개의 USDC와 10개의 ETH가 있습니다. 이 경우 X와 Y를 곱해 나오는 상수 K값은 1만이 됩니다. 중요한 점은 거래가 일어나도 해당 풀에는 K값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C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ETH를 USDC와 스왑하기 위해 1ETH를 보낼 시, 유니스왑은 먼저 LP에게 보상으로 돌아가는 수수료를 계산합니다. 계산의 편리함을 위해 액면가 그대로 0.3%의 수수료만 계산하면 1ETH*0.003(백분율 적용)=0.003ETH라는 금액이 LP 보상 수수료로 책정됩니다. 그러면 ETH/USDC 거래쌍에서 ETH 풀의 총량은 10(기존 ETH 풀 총량)+1(C가 USDC와의 교환을 위해 보낸 ETH)-0.003(LP 보상 수수료)=10.997이 됩니다. 이러면 1000(기존 USDC 풀 총량)*10(기존 ETH 풀 총량)=10000에서 X*10.997=10000으로 조건이 바뀌게 됩니다. 공식에 맞는 X값을 찾으려면 10000/10.997을 해주면 되겠죠. 곧, 909.339가 C의 1ETH 전송 이후 적정 USDC 풀이 됩니다. C가 최종적으로 받는 USDC 금액은 1000(기존 USDC 풀 총량)-909.339(스왑 이후의 USDC 풀 총량)=90.661이 되겠죠. 구매자 입장에서는 보내는 ETH 수량이 많아지거나 수수료 금액 자체가 커질수록 내가 받고자 하는 USDC 수량이 줄어들 것입니다. 반면 LP 입장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길게 잡고 수수료가 증가할수록 보상이 커지게 되는 구조입니다. 예시에서처럼 기존 금융 거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니스왑 백서에는 이 X*Y=K 수식 뒤에 선조들이 쌓아 올린 금융 수학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유동성 풀 규모와 거래쌍 간의 비율을 자동으로 계산하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고등수학 응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간단하게 설계된 프로젝트는 아닌 셈입니다. #이자 농사의 출현 AMM은 거래쌍을 K값에 맞춘다는 특성상 수수료 수익이 높지 않거나 유동성 공급 시점 이후에 그 풀의 토큰 가격이 올라버리면 되레 LP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손해는 아니고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은 토큰 보유자와 비교했을 때 이익이 덜 메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디파이 업계에서는 방금 이야기한 “토큰 가격 상승 시 LP와 비LP의 손익 차이”를 비영구적 손실(Impermenant Loss)이라고 부릅니다. 비영구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LP가 유동성 공급을 취소하기 전까지는 결과적으로 손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유동성 공급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향후 토큰 가격·수수료 변동 추이에 따라 ‘비영구적 손실’ 상황이 종료될 수 있죠. 다만 단순히 수수료의 0.3% 보상으로는 LP 유인 효과가 미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등장한 개념이 이자 농사입니다. 이자 농사 시대를 열어젖힌 프로젝트는 디파이 내에서 예치·담보 등의 서비스를 수행하며 탈중앙 은행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컴파운드였습니다. 컴파운드 고객 유치와 탈중앙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COMP라는 별도의 거버넌스 토큰을 발행한 게 그 시작이었는데요. 컴파운드 파이낸스 안에 자금을 넣거나 대출을 진행하면 규모에 따라 COMP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식이었습니다. 컴파운드 거버넌스에 참여를 해도 COMP 토큰이 지급됐죠. 그런데 이 COMP 토큰 가격이 600% 가량 치솟으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이자 농사는 소수의 디파이 생태계 초기 멤버들이 유동성 풀의 LP가 되어 수수료를 받거나, 탈중앙 은행 서비스의 예금·대출 격차로 레버리지를 생성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COMP 폭등 때만 하더라도 직접 디지털 농부가 되기보다는 거래소에서 COMP를 매수해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개념에다가 디파이 자체의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한국과 달리 외국에서는 이자 농사 이전부터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가 어느정도 있기는 했지만 말이죠. #연간 100만% 이자율의 원리? 이러던 이자 농사가 뉴스의 중심에 선 시점은 ‘음식스왑’으로 불리는 유니스왑에서 파생된 스시·김치·핫도그 등의 APY가 공개되면서부터 입니다. 특히 김치·핫도그는 APY가 100만% 대를 일시적으로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업계 내외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대체 이런 저 세상 이자는 어떻게 나올 수 있었던 걸까요. 선조들이 세운 이자 수식으로는 도무지 나오기 힘든 수치로 보입니다. 예상처럼 음식스왑에 정교한 이자 시스템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MM이라는 기발한 모델을 도입한 유니스왑의 파생 프로젝트인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 음식스왑 프로젝트의 APY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은 이유는 유니스왑이 애초부터 거버넌스 토큰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니스왑 기반으로 하드포크를 진행한 프로젝트가 거버넌스 토큰 발행을 결심했다면, 그와 관련한 부분은 베끼고 싶어도 베낄 수 없습니다. 곧,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런데 음식스왑의 원조격인 스시스왑 측은 높은 APY 형성 원리에 대해 “수수료와 사용량 기반으로 APY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값은 알 수 없다”고 간단히 대답했습니다. 그로우파이의 모종우 공동창업자 역시 “스시스왑이나 김치 파이낸스의 경우 단순 토큰 가격으로 APY가 계산된다. 토큰 가격이 떨어지면 APY도 떨어지고 가격이 올라가면 APY도 올라가는 구조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초기 비정상적인 APY를 나타내는 까닭은 유동성 풀 자금이 극히 적은 상황에서 토큰 가치가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연간 100만 % 이자율에 대단한 원리는 없었던 셈입니다. 다만 음식스왑 역시 유니스왑의 AMM을 사용하기 때문에 X*Y=K 공식에 의해 유동성 풀 규모 및 토큰 가격에 따라 이자율도 변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AMM이라는 전례없는 모델에 거버넌스 토큰 이자 개념을 극단적으로 설정하니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디파이 프로젝트는 음식스왑처럼 APY만을 겨냥한 지속불가능한 실험을 하고 있는 걸까요. 김치나 핫도그와 같은 음식스왑은 1주일도 못가 시스템이 균열됐지만, 전체 디파이 생태계 TVL은 몇 년째 우상향을 지속하고 있는 걸 보면 그런 건 아닌 듯 합니다. 다음 디파이 칼럼에서는 보다 유의미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험들을 위주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조인디 logo
j o i n
d

Article Title

  • J loading image
  • O loading image
  • I loading image
  • N loading image
  • D loading image

RE: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