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검색

[한대훈] 금과 달러가 걸어온 길⑤ 디파이의 부상

한대훈, 비트코인, 디파이

[한대훈의 투(자 이야)기] 금과 달러가 걸어온 길⑤ 디파이의 부상 요즘 핫하다는 디파이(DeFiㆍ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오늘은 자기반성으로 칼럼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디파이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2018~2019년 어느 날이었다. 디파이는 말그대로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나름 금융기관에서 오래 일해 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너무 이상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은행이나 금융기관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을 리 없고, 금융당국도 당연히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그냥 안된다고 생각했다. 더 문제였던 건, 디파이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개념만 듣고 디파이는 절대로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었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시간이 2~3년 지나보니 디파이는 디지털 자산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수익률이 수십%에서 수백%가 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렸다. 디파이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공부를 안 했고, 안 해봤기 때문이다. 마음 한구석에는 디파이를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안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소크라테스의 격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모르는 것을 안된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차 싶었다. 필자는 항상 마음 한구석에 꼰대가 되지 말자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어쩌면 내가 꼰대 초기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해보기로 했다. 공부도 해보고, 실제로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해보기로 했다. 지난 2017년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디파이에서 비트코인의 향기가 난다 필자는 지난 2015년 언제쯤 비트코인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전에도 비트코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식하게도 그걸 살 수 있는지, 채굴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2016년말이 됐다. 친한 친구가 비트코인을 샀단 이야기를 듣고 국내에서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느꼈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리포트를 쓰기 시작했다. 도무지 개념이 잡히지 않아서 거래소 계좌도 만들었고 직접 소액으로 사고 팔고를 해보니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높아졌고 흥미도 생겼다. 그렇게 해서 작성된 리포트가 증권사에서 최초로 비트코인에 대해 발간한 “주식 애널리스트가 비트코인에 주목하는 이유” 였다. 운이 좋게도 비트코인 광풍과 겹치면서 여러 행사에 많이 불려 다녔고, 인생에 많은 변화도 있었다. 세미나를 다니거나 주변 지인들을 만나서 비트코인을 소개할 때면 재미있게 들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전통적인 화폐 시스템이 공고한데 그게 되겠냐고 질타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금과 비교를 하면 그 반감은 더 컸다. 그럴 때마다 비트코인은 이제 탄생한지 10년도 안된 자산인데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건 아닌지 불만도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직접 해보지도 않고 왜들 그럴까’ 하는 원망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내가 디파이를 평가절하했던 것처럼 말이다. 2017년말, 직접 필드에서 뛰어 보겠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 합류해 직접 사업도 해봤다. 그리고 한창 디지털금융에 대해 바쁘게 뛰던 어느 날, 2017년의 리포트를 다시 봤을 때는 얼굴이 화끈거렸던 경험이 너무나 생생하다. 내가 잘못 알았던 것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그때 비트코인을 그냥 평가절하했다면, 그리고 그에 대해 공부를 하지 못했다면, 그 당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한 리포트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시각을 넓히지도 못했을 것이고 블록체인 및 디지털자산에 대한 이해도 역시 부족했을 것이다. 어쩌면 비트코인 광풍이 꺼졌을 때 ‘거봐, 내가 저럴 줄 알았어’ 하면서 그 물밑에서 일어나던 변화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던 필자가 디파이를 듣고도 공부해볼 생각도, 서비스를 이용해 볼 생각도 없이 무시했으니 반성을 하게 된다. #2017년의 ICO=2020년의 디파이 2017년에는 ICO가 광풍이었다. 사실 ICO도 취지는 좋았다. 투자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스타트업, 그리고 투자금을 중간에 회수하기 어려운 투자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ICO=사기’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비트코인 광풍과 맞물려 손쉽게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가 증가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비트코인 광풍이 꺼지면서 ICO 열기도 함께 식었다. 디파이의 취지도 매우 좋다. 불필요한 중개자 없이 누구나 손쉽게 대출, 거래 투자 등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의 금융서비스와는 달리 약정기간도 없고 공인인증서와 같은 본인인증 과정도 필요 없다. 가입과 탈퇴도 자유로워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는 메리트도 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디파이는 시중은행 없는 세상을 꿈꾼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은행에 가서 심사를 통해 은행이 제시하는 금리를 받아들여 대출을 받는 개념이 아닌, 개개인이 직접 개인간 P2P 대출을 주고받을 수 있다. 분명 이렇게 좋은 취지였던 디파이도 부작용이 생길 수는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악용하는 프로젝트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아직까지 경험해 본바로는, 적어도 과거의 많은 디앱(dApp)에 비해 훨씬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디지털자산이 블록체인의 킬러앱이라고 생각하는데 디파이는 디지털자산이 블록체인계의 킬러앱으로 자리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장이 혼탁해지고 과거 ICO처럼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잘 안될 수는 있지만, 지난 몇 년간 필자가 이곳 생태계에서 경험한 바로는 가장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건전한 생태계가 정착될 수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본다. #그럼에도 필자는 DeFi를 잘 모른다 필자가 디파이에 입문한지 얼마 안되는 디린이(디파이+어린이)라, 요즘 디파이를 들여다보는 것이 가끔은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처음보다는 이해도가 높아졌지만, 필자는 아직도 디파이를 잘 모른다. 그래서 디파이가 새로운 금융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을지, 아니면 과거 ICO처럼 열기가 식을지 지금으로선 전망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디파이가 어떻게 변화하고, 과연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필자도 몹시 궁금하다. 디지털자산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아니면 필자처럼 디지털자산에 관심은 많지만 디파이는 안된다고 생각하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디파이에 대한 공부를 해보시기를 권유드린다. 되고 안되고는 공부를 한 다음에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 오히려 잘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절하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반감 속에서 비트코인이 꿋꿋하게 버티고 성장했듯, 지금 디파이도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 『넥스트 파이낸스』 저자

조인디 logo
j o i n
d

Article Title

  • J loading image
  • O loading image
  • I loading image
  • N loading image
  • D loading image

RE: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