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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승] 탈중앙 바이오해킹, 내 몸은 내가 스스로 바꾼다

[이대승’s 블록체인 헬스케어] “이게 네 인생이야. 한 번에 1분씩 사라져가고 있어” 핀란드 헬싱키에서 다가올 10월에 열릴 2020 바이오해커 서밋의 주제는 ‘생명 연장'입니다. 영화 파이트 클럽의 명대사를 표어로 사용하더군요. 우리에게 익숙한 해커들은 컴퓨터 시스템을 구석구석 파악하고 약점을 찾아냅니다. 바이오해커는 대학이나 전문연구기관에 속하지 않은 채, 스스로 우리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고 분석하고 수치화하는 이들을 말하죠. #바이오 버전 탈중앙 조직, 바이오해커 마이크로소프트는 10년 후 직업 중 하나로 이 ‘DIY(Do-it-yourself) 생물학자'들을 꼽았습니다. 2011년 미국의 비영리재단으로 출발한 젠스페이스 바이오해킹 랩과 같은 조직이 아마추어 생물과학자들에게 연구공간·장비·기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면, 이 바이오해커들은 기존의 연구소들이 타산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한 연구들을 가져와 프로젝트를 지속합니다. 최근 유전자 편집 기술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죠. 블록체인이 은행이나 중앙 주체 없는 탈중앙화 금융 시장(DeFi)을 열어 젖히듯, 생명과학기술을 탈중앙화한 버전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합니다. 바이오해킹은 다양한 모습으로 이미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와 같은 거대한 기술도 있지만, 아주 작은 영역부터 생각해보죠. 먼저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일시적으로 손 소독제가 부족해 졌을 때, 손 소독제 자가 제조 방식을 공유했습니다. 덕택에 약국에서 의료용 에탄올이 동나기도 했죠. 조금 더 살펴볼까요. 1형 당뇨로 고통받던 환자인 다나 루이스는 까다로운 인슐린 사용을 쉽게 해결해주는 인슐린 펌프(이해하기 쉽게 인공췌장 이라고 하겠습니다)라는 의료기기를 기다렸지만, 기존의 의료체계에서 개발되는 기기에 한계를 느껴 스스로 만들기로 합니다. 같은 환우 몇 명과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함께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이내 인공췌장 오픈시스템 운동(Open Artificial Pancreas System)이 되어 수천 명이 같이 참여하고 전세계적인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로 발전했습니다. #바이오에서도 일어나는 탈중앙화의 역설 너무나 멋진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감과 동시에 수많은 이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돕습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과 엄청난 수의 인력으로 기나긴 시간을 들여 임상시험을 하고 만들어진 약이 무지막지한 가격으로 환자들을 옥죄는 현재와 비교하면, 훨씬 더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좋기만 할까요. 캐나다 앨버타대학 연구팀은 멸종된 천연두 유사 바이러스를 2018년에 되살려 냈습니다. 민간기업에서 DNA 조각을 우편으로 구입한 뒤, 유전자 편집기술을 이용해 6개월 만에 문제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해당 과정을 유수 과학 저널에 공개하면서 국가 당국의 규제를 피하는 방법을 함께 싣기까지 합니다. 미국과 러시아 연구소에 각각 보관해 지구상 단 2곳에 남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염병 중 하나인 천연두 균을 폐기할 것인지를 놓고 지난 10여년간 벌여온 논쟁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 것이죠. 누구든 이제 쉽게 역사상 최악의 병을 수개월 만에 되살려낼 수 있으니까요. 어센던스 바이오메디컬이라는 바이오해킹 기업의 대표이자 주목받던 사업가인 아론 트레이윅은 “에이즈와 헤르페스를 치료할 수 있는 성분을 개발했다”며 공개석상에서 스스로 개발한 약물을 주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그는 2018년 4월 29일 원인 모를 이유로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어센던스 바이오메디컬의 CEO 아론 트레이윅의 생전 모습 #안전이라는 이름의 환상 탈중앙화는 강력한 책임을 바탕으로 이뤄집니다. 바이오 해킹이라는 ‘생명과학기술의 탈중앙화’가 생명이라는 가치를 담보로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현재 블록체인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탈중앙화 금융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는 하지 못했던 시도를 과감하게 수행하며, 다양한 실험적 구조들로 깜짝 놀랄만한 수익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독 주체나 처벌 기준이 없는 탓에 여러 사고도 많이 일어납니다. 자신의 개인 키를 잃어버려 자신의 자산을 잃어버리는 기초적인 사고부터 최근 이더리움2.0 테스트넷에서 클라이언트 오류로 나타난 시스템적인 문제, 그리고 의도적인 사기 사건까지. 탈중앙화라는 명제는 평소에 신경 쓰지도 않았던 ‘다양한 층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감수하도록 합니다. 탈중앙화된 세상 속에서는 언제나 경각심을 가지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대비해야 합니다. 파이트 클럽의 또 다른 명대사는 이번에도 경종을 울립니다. ‘안전이라는 이름의 환상’ 이대승 안과 전문의, 한양대 IAB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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