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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형] ETH 2.0 ①디파이 가스비 대란, 2.0과 어떤 관계?

[철학자의 탈중앙화 잡설] 이더리움 가스 수수료가 높아진 원인은 디파이(DeFi)라고 불리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들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은 이러한 디파이 서비스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으려 한다. 그보다는 플랫폼으로서의 이더리움 관점에서 이러한 수수료 문제가 왜 생기며,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 문제는 이더리움 2.0과도 의외로 매우 깊은 연관성이 있다. #거래 수수료는 무조건 저렴할수록 좋은가? 무적유심칩(이하 무적칩) 이야기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무적칩이란 SK텔레콤이 2013년까지 55이상의 요금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3300원의 월 추가요금만 지불하면, 최대 여섯 개 기기에서 무제한의 3g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으로 공급한 유심칩을 뜻한다. 얼핏 듣기에도 파격적으로 저렴한 이 요금제는 순식간에 1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하여 대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그러나 일부 가입자들이 이 무적칩을 이용하여 무제한적인 고화질 동영상 시청과 수백 기가에 달하는 파일을 다운로드해가면서 통신망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 사용자들의 통신 품질 저하 등, 3g망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자 SK텔레콤은 무적칩 추가 가입을 중단했다. 통신망의 대역(bandwidth), 즉 처리 용량은 기지국 등의 물리적인 시설에 의해 확장될 수 있는데, 너무도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서 물리적 시설의 확장 속도가 사용량 증가 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나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공공재적 성격의 서비스와 상품을 무제한적으로 소모하여 주변에 피해가 발생하는 행위를 공유자원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라고 부른다. 통신의 대역폭이란 어느 정도의 공공재적 성격이 있어서 내가 그 사용량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용자의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서비스에 너무 낮은 가격을 부과하면 마치 도심 공해와 같이 주변인에게 손해를 입히게 된다. 무료로 제공되는 공공시설물이 비용을 내야하는 사립시설물에 비해 쉽게 낡거나 해지는 일이 많은 것 또한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공유자원의 비극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이더리움과 같은 공개 블록체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지금의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초당 13건 정도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고, 만약 누군가 초당 1건을 차지하면 다른 사용자는 주어진 처리량 내에서 그만큼을 포기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희소한 초당 거래량을 적절한 기준을 통해 분배할 가격 정책이 필요했다. 이더리움은 이 해결 방안으로 경매를 택했다. 곧, 초당 처리될 수 있는 13건의 거래를 선택함에 있어서 가장 높은 수수료 탑재한 거래를 먼저 태워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마치 32인승 통근버스 정류장에 100명의 탑승객이 기다리는 경우, 탑승 전 버스요금을 경매에 붙여서 가장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승객을 우선적으로 싣는 정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매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만약 어떠한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을 경우 경매 과정에서 경쟁이 붙어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수수료가 종종 높아지는 것이다. #수수료는 낮을수록 항상 좋은가? 여기까지 이해한 후에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수수료는 항상 낮을 수록 좋은가?” 거래 처리 용량의 한계가 있다면, 의도적으로 낮게 설정된 수수료는 이더리움 시스템의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32인승 버스에 100명이 탑승했다고 가정해보자. 정원을 초과한 버스는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시장원리에 의해 적정한 수준으로 형성된 가격은 꼭 필요한 사람만이 거래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여 네트워크의 붕괴를 방지한다. 곧, 수수료는 낮은 것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니다. 적절한 것이 좋은 것이다. 다만 현실에서의 경매는 입찰자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실제 물건의 적정 가격보다 높게 낙찰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더리움 유저들은 지난 몇 주간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치러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원리에 의한 적정 수수료 책정의 원리는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는 마치 재난상황에서 생필품의 가격을 수십 배 올리는 업자와 같아 괘씸하기까지 하다. 왜 이더리움은 다른 IT인프라와는 달리 특정 기간에 수 배에서 수십 배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내는 괘씸한 상황이 자주 생기는지 조금 더 알아보자. #이더리움1.0이 초당 처리량을 무한대로 높이지 못하는 이유 버스 정류장에 100명의 승객이 기다리고 있다면, 버스 회사는 32인승 버스를 3대 이상 출발시키면 된다. 만약 1000명의 승객이 기다리고 있다면 10대의 버스를 출발시키면 된다.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에 거래량이 폭발한다면, 이더리움은 초당 처리량을 현재의 13TPS(초당 거래 처리량)을 130TPS, 혹은 1300TPS로 각각 10배와 100배씩 늘리면 될 것처럼 보인다. 전통 IT인프라는 클라우드와 같은 기술을 이용해 이 한계와 유연함을 엄청난 수준으로 늘려왔다. 이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트래픽에 대한 부담을 유저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렇게 발전시킨 전통IT영역의 기술과 노하우는 공개 블록체인에서 쉽사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공개 블록체인의 데이터 생산자가 전통 IT인프라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왜 현대의 국가는 직접투표를 통해 모든 사항을 결정하지 않을까. 너무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단위 지역의 주민들을 대리하는 대의원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및 일부의 매우 제한적인 특별 사항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민이 직접 국가의 대소사에 일일이 의견을 표시하는 직접 투표는 하지 않는다. 만약 지금의 국회 입법 활동과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결정하는 모든 사항을 모두 직접투표로 결정한다면, 입법 및 행정시스템은 곧바로 마비될 것이다. 블록체인이 만들어낸 가장 큰 혁명은 불특정 다수에 의한 의사결정 과정을 매우 매끄럽게 처리하는 기술적·경제적 구조를 발명해냈다는 점에 있다. 참여자들은 저마다 최선의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함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올바르게 동작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직접투표가 매번 일어나는 것과 같다. 필자가 상대적으로라는 말을 강조한 이유는 직접 투표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수의 대리자 혹은 지정된 의사결정자(예를 들어 독재자)가 결정하는 것과 같은 전통의 IT인프라의 방식에 비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이 과정을 여러 기술을 통해 최적화하여 매 13초마다 해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과거에 만들어진 비트코인은 이 과정을 매 10분마다 수행한다. 이더리움 1.0이 해내는 초당 13건의 처리 용량은 지금의 기술 수준에서 불특정 다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선의 값인 것이다. 승객이 많아지면 버스를 늘려야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의사결정 하는 구조에서는 갑작스럽게 버스의 숫자를 늘리기 어렵다. 이를 확장성의 한계라고 표현한다. 확장성의 한계는 클수록 좋다. 클수록 여유가 생기고, 그만큼 서비스 요금을 낮출 수 있다. 무적칩을 판매하던 SK텔레콤이 만약 늘어나는 유저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물리적 인프라를 늘릴 수 있었다면 여전히 그들은 신규 가입자를 늘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통신망의 물리적 인프라를 늘리는 작업은 이더리움2.0에서 확장성의 한계를 넓히는 작업과 매우 닮아있다. #이더리움2.0은 어떻게 확장성의 한계를 넓히려고 하는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민주주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만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고, 그들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더리움2.0의 가장 큰 변화는 의사결정의 자격 요건을 기존의 "컴퓨팅 연산 능력(작업 증명)"에서 "코인 보유량(지분 증명)"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 블록 생산의 자격요건을 "컴퓨터 연산 능력"으로 두든, "코인 보유량"으로 두든, 심지어 블록체인이나 컴퓨터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회적 지위"로 두든, 그것 자체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의 성능은 자격요건 자체보다는 그렇게 만들어진 선출자의 숫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작업증명으로부터 지분증명으로 선출의 방식을 바꾼 그 자체는 성능과는 별도의 논거를 필요로 한다. 여기서는 그 이유에 대해서 엄밀히 살펴보기 보다는 선출 방식의 변경 그 자체는 받아들이고, 그렇게 되었을 경우에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지에 대해서 더 집중할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출직 대의원의 숫자가 많아질 경우 시민들의 의견을 더욱 세밀하게 반영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늘어난 숫자만큼 의사결정 효율성은 떨어질 것이다. 반면 대의원의 숫자를 줄일 경우 의사결정의 효율성은 높아지고 복잡도는 줄어들지만, 그만큼 시민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반영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또한 다수에 의한 폭정 가능성도 발생할 수 있다. 블록체인 트릴레마(블록체인 삼불론; 확장성·탈중앙성·안정성 세 가지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논증)의 본질은 사실 이것이다. 이더리움2.0이 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대의원의 숫자는 충분히 두면서도, 의사결정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더리움은 단순히 의사결정의 효율성만큼이나 그러한 의사결정의 과정을 특정 집단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음의 화제들은 이더리움2.0의 확장성 한계를 넓히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주제다. 그리고 각각의 영역에서 지난 수년 간 심도 깊은 논의들과 상당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었다. (1) 대의원을 특정 집단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잘 선출하는 것 (2) 선출된 대의원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감시하는 것 (3) 대의원의 의사결정이 병렬적으로 이뤄지면서도 일관성을 띄도록 하는 것 각각의 내용과 목적에 관해서는 이후 이어질 글을 통해서 이야기 할 예정이다. 다만 이 지점에서 우리가 확실히 이해해야 되는 것은 이더리움2.0은 단순히 성능 혹은 처리량 하나만을 끌어올리려는 시도이거나, 스테이킹 등을 통해 이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더리움은2.0은 ‘성능’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 의한 탈중앙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확보해야하는 난이도 높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몇 주간 발생했던 수수료 문제는 디파이로 비롯되는 이더리움 기반 제품의 2차 르네상스의 서막을 알리는 계기임과 동시에, 이더리움 확장성 문제 해결을 위한 이더리움2.0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만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감에 비해 어렵고 낯선 기술 용어 및 개념이 만들어내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이더리움 2.0은 지금까지 많은 오해를 불러왔다. 이 글과 앞으로 이어지는 필자의 글이 이 오해의 틈을 매워주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정순형 온더(Onthe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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