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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공 당하는 페북코인… 리플은 다르다?

리플, 금융, 블록체인

페이스북 리브라(Libra)의 백서가 공개되고 반응이 뜨겁습니다. 백서(White Paper) 공개 이전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규제 이슈 해소를 위해 각국 관료까지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썩 마음에 들진 않았나 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리브라 백서에는 페이스북이 글로벌 은행이 되겠다는 야심찬 선언이 내포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리브라 협회의 파트너가 향후 10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한정된 협회가 리브라 토큰에 대한 신용을 보증하죠. 관료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최근 반독점 조사 이슈로 IT 공룡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은 리브라에서도 이어졌는데요. 리브라 백서가 공개되자마자 미국 의회에서는 우려를 나타내며 ‘리브라 청문회’를 요청했습니다. 청문회는 오는 7월 17일(현지시간)에 열린다고 합니다. 또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앞장서서 리브라 규제를 위한 G7 TF팀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신속한 반응이 나오는 걸 보니 페이스북 이름 네 글자가 크긴 큽니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기존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거대한 공룡이 블록체인 시장에 진입하면 생길 기본적 효과는 환영하면서도, 이들이 블록체인을 통해 추구할 비전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허가형 블록체인에 약 30개로 출발하는 노드는 중앙화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부터 리브라 토큰으로 은행을 이용할 수 없었던 사람을 돕겠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비판까지. 그야말로 업계와 제도권 양쪽에게 협공을 당하고 있습니다. 리플, ‘나는 믿을 거야, 제도권’ 페이스북은 제도권의 규제를 준수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약 25억 명의 인프라를 갖춘 채로 특정 기업연합이 신용을 보증한다는 점은 제도권 금융세력에게 위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페이스북이 협공 당하는 동안 리플(Ripple)은 블록체인으로 제도권을 철저히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리플은 은행을 비롯한 기존 금융세력에게 대항하지 않습니다. 리브라는 은행 없이도 리브라 협회가 보증하는 페북코인을 공급할 수 있지만, 리플은 은행이 없으면 존재가치가 사라집니다. 리플은 처음부터 제도권 시스템 안에서 은행의 송금절차를 간편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리플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도 “우리는 은행과 함께 문제의 해법을 찾는 회사다”라며 제도권 은행과 대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얼마전 조인디가 인터뷰한 고팍스(GOPAX) 이준행 대표도 그런 맥락에서 “최근 인식이 바뀐 코인이 리플이다.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가 화두인 시점에서 리플은 그 룰을 철저히 따르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죠. 리플만의 장점? 리플사는 말합니다. 해외송금 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5조 달러에 달한다고. 현재 은행은 해외송금을 노스트로(Nostro) 계정으로 처리해서 전송절차가 번거롭습니다. 노스트로 계정은 내가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송금할 때 신뢰의 문제로 상호간에 미리 예치금을 넣는 계정을 의미합니다. 만약 사전에 예치금을 넣지 않고 거래하면 ‘먹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해외송금 거래 주체가 확대될수록 무수한 노스트로 계정이 필요합니다. 리플사는 이렇게 쌓인 노스트로 계정의 양이 무려 27조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27조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묶여있는 셈이죠. 리플은 블록체인으로 노스트로 계정을 없애겠다고 합니다. 리플 네트워크를 이용해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로 은행을 연결하면 최소 2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기존 송금 속도를 노스트로 계정없이 3~4초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XRP(리플사에서 발행되는 코인)없이 리플 네트워크만 사용하면 리플사의 엑스커런트(XCurrent), XRP를 이용해 좀 더 신속한 거래 구조를 구축하면 엑스래피드(XRapid)가 됩니다. 현재 엑스커런트는 주로 은행과의 파트너십에 이용되고 있으며, 엑스래피드는 세계 1·2위 송금 업체인 웨스턴 유니온(Western Union)·머니그램(MoneyGram) 등이 테스트 중입니다. 한계점? 리플은 처음부터 블록체인 업계에서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탈중앙 정신에 위배되는 폐쇄적 운영을 하기 때문이죠. 리플사는 이에 대해 “노드 추천 리스트의 절반 이상이 리플사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다. 리플사가 운영하는 노드는 전체 검증자 중 6%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의문점 중 하나는 ‘수익모델의 모호함’입니다. 리플사가 수익을 얻는 구조는 XRP 토큰의 가격이 오르는 방법밖에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은행은 굳이 리플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프로토콜을 만들어도 됩니다. 제이피 모건(JP Morgan)의 JPM코인처럼요. 실제로 JPM코인이 나왔을 때 리플은 망할 거란 이야기도 돌았죠. 그러나 리플사는 “리플사의 수익모델은 XRP밖에 없어서 가격이 오르면 회사가 덤핑하는 걸로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재단 물량의 60%가 묶여있다. 만약 올라서 덤핑한다고 해도 그건 리플의 장기적 추세를 꺾는 일이기 때문에 회사는 XRP를 팔 수 없다. 수익을 XRP로만 얻는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리플 소프트웨어는 일종의 구독료 개념이다. 은행이나 송금 업체가 리플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일정 주기로 파트너사가 구독료를 낸다. 결국 리플 네트워크의 확장이 리플사의 진짜 수익을 만들어낸다”며 반박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이 자체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리플은 망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갈링하우스가 “JPM코인을 다른 은행이 채택할 지는 의문이다. 확장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며 신용 주체에 따른 한계를 암시했습니다. 리플은 다른 코인과 달리 지급보증 주체 없이 은행과 은행을 연결하는 브릿지(Bridge) 화폐이기 때문에 확장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갈링하우스의 자신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유독 음모론이 흥한다? 리플의 콘셉트 자체가 제도권 친화적이다 보니, 이에 따른 음모론도 유난히 많습니다. 그중 ‘리플은 사실 제도권이 만든 비밀병기다’같은 형식의 음모론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bearableguy123이라는 레딧(Reddit)유저의 음모론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곰탱이’라는 별명으로 익숙한 유저입니다. bearableguy123이라는 유저가 이와 같은 수수께끼 이미지를 올리면 리플 투자자들이 답을 유추해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수수께끼를 해석해보니 올해(2018년 기준) 리플이 589 달러까지 간다’부터 ‘중앙은행이 리플과 함께한다’까지 재밌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589 달러 해석 등은 빗나간 것으로 밝혀졌죠. 그럼에도 리플 투자자들은 여전히 제도권과 리플의 관계를 의심하는 듯 합니다. 지난 2019년 1월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IMF(국제통화기금) 총재가 “은행은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서클(Circle)과 리플(Ripple)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을 밝히자 투자자들은 다시 한 번 리플에 대한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과연 투자자들의 바람처럼 리플은 자신만의 생존전략으로 제도권과 함께 금융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까요? Parker’s note: 블록체인 세상에서 벌어질 금융 패권을 두고 세 개의 진영이 대립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IT 공룡으로 불리는 기업집단입니다. 페이스북·애플·구글 등이 여기 포함되겠습니다. 두 번째는 오늘 다룬 리플입니다. 블록체인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철저히 제도권을 보조하는 전략으로 성장을 도모하죠. 세 번째는 탈중앙화 본연의 의미에서 금융 메커니즘을 설계하는 진영입니다. 요즘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탈중앙화된 금융(Decentralized finance, Defi)도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Parker’s Crypto Story에서는 세 번째 진영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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