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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노트] 中 빅브라더 사회와 DCEP, 블록체인의 묘한 관계

[소냐’s B노트] #중국 직장인 샤오밍은 모처럼 친구를 만나기 위해 디디추싱을 불러 타고 시내로 갔다. 친구와 함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 뒤, 어젯밤 메이퇀 앱에서 미리 예약해둔 맛집으로 향한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기 위해 모바일 앱을 연다. 식당이 외진 곳에 있어 인터넷 신호가 잘 잡히지 않지만 결제는 문제없이 이뤄진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을 주제로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다. 요즘 그의 취미는 브이로그를 찍는 것이다. 중국의 유튜브 비리비리 플랫폼에 매일 짧은 동영상 하나씩 만들어 업로드한다. 최근 구독자 수가 점차 늘고 있어 수입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샤오밍의 일상은 여느 때와 다름없습니다. 딱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DCEPㆍ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를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앱에 익숙한 그에게는 DCEP를 사용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이질감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이전처럼 모바일 앱을 통해 통장의 잔고가 빠져나갑니다. 오히려 한 가지 편해진 점은 인터넷 연결이 안 돼도 결제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디디추싱ㆍ메이퇀 이어 틱톡 모회사까지? 중국이 디지털화폐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이 DCEP 프로젝트에 합류했습니다. 디디추싱은 인민은행 산하 디지털화폐연구소와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맺고 스마트 주행 분야에서 DCEP를 도입하는 방안을 공동 추진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협력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기존 협력사들의 행보대로 소규모 제한된 장소에서 시범 운영을 한 뒤 DCEP가 정식 발행되면 디디추싱 결제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디추싱은 우버의 뒤를 이은 세계 2위 차량 공유 업체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호주 등에서 5억50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분야 자회사를 설립, 2030년까지 자율주행차 100만대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알리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연내 홍콩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목표 조달 금액은 수년간 홍콩 IPO 중 최대 규모인 800억달러로 잡고 있습니다. 2년 전 디디추싱은 여성 승객이 운전기사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문제가 된 순펑차(카풀) 서비스를 접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위기를 겪었는데요. 이번 DCEP 프로젝트 합류는 디디추싱에게 과거 논란을 완전히 벗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활 서비스 플랫폼 메이퇀도 DCEP 프로젝트에 투입됐습니다. 일부에선 메이퇀을 ‘중국판 배달의 민족’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음식 배달 외에 맛집 추천, 호텔 예약, 영화표 예매, 레저 정보 공유 등 제공하는 서비스가 훨씬 광범위합니다. 메이퇀은 2억4000만명의 이용자와 500만개 업체를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DCEP의 또 다른 파트너사 비리비리는 젊은 층에게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중국판 유튜브’라고도 불립니다. 뉴욕 나스닥에 상장된 비리비리는 최근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도 DCEP 프로젝트에 가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현지 매체가 전했습니다. #TMD 합류가 의미하는 건 비리비리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은 ‘TMD’라고 불립니다. 바이트댄스(T)ㆍ메이퇀(M)ㆍ디디추싱(D)의 약칭으로 BAT(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의 후발주자 3사를 뜻합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이미 DCEP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각종 신기술 지원은 물론, 양사의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도 DCEP가 이식될 거란 소식은 기정사실화된 상태입니다. 중국 인터넷 공룡 5~6곳이 총집합해 DCEP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TMD의 합류는 기존 DCEP 시범 운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지난 4월 ‘시진핑 도시’ 슝안신구(雄安新区)는 19개 DCEP 파트너사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맥도날드ㆍ스타벅스ㆍ서브웨이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징둥닷컴 무인마켓ㆍ유니온페이 무인마켓ㆍ카이리호텔ㆍ중신서점ㆍ칭펑바오즈푸(요식업)ㆍ중티페이리(헬스)ㆍ유스마일(편의점)ㆍ오스카(영화관)ㆍ젠쿤찬인(요식업) 등 유명 본토 기업들도 대거 포함됐습니다. 대부분 서비스 영역이 해당 지역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전국 각지에 프랜차이즈가 있긴 하지만 서비스의 범위 자체는 지엽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폐쇄형 시범 운영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겠죠. 하지만 TMD의 서비스 영역은 전국 단위입니다. 잠재 고객을 포함한 대상 범위도 일부 지역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어디서든지 누구나 비리비리나 틱톡에 영상을 올리거나 유료 구독을 신청할 수 있고, 디디추싱을 이용해 도시 간 이동이 가능합니다. 음식배달은 이동 제한이 있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메이퇀은 그 밖에 다양한 서비스를 지역을 넘나들며 제공합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DCEP 기술 기반을 세웠다면 실사용을 유도하는 건 바로 TMD입니다. 서비스의 범위는 교통ㆍ식생활ㆍ여행ㆍ취미ㆍ엔터테인먼트 등 일상 생활의 전반을 아우릅니다. DCEP는 이들 서비스에 힘입어 급속도로 전파될 것으로 보입니다. #빅브라더의 고도화 DCEP가 도입된다 해도 샤오밍의 일상은 달라질 게 없습니다. 디디추싱을 이용하는 것도, 식당을 예약하거나 영화표ㆍ비행기표를 예매하는 것도 이전 방식과 동일합니다. DCEP 도입 초반엔 약간 생소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금방 익숙해집니다. 어느 순간엔 본인이 DCEP를 쓰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간과한 게 있습니다. 자기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전에도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면 결제 내역이 해당 플랫폼에게 공유됐습니다. 하지만 그 땐 정보가 편파적으로 흩어져 있었습니다. 간혹 현금을 쓸 때면 노출되는 정보량은 더 적었습니다. DCEP가 도입되면 모든 정보는 고스란히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쌓이게 됩니다. 돈의 기록은 곧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입니다. 본인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낱낱이 기록됩니다. 사람들이 우려해 마지않던 빅브라더 사회가 도래합니다. 중국도 이러한 우려가 있음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암호화 기술을 도입하고, 고객 정보를 차등 관리하는 등 방식으로 사생활보호를 하겠다고 말합니다. 과연 얼마나 실효적일지 의문입니다. 중국 정부의 말을 신뢰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권력이 한쪽에 쏠리지 않도록 견제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사실상 모든 정보의 통제권을 쥐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이 나온 건데, 이마저도 ‘중국식 블록체인’으로 개조됩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곧 다가올 미래입니다. 주요 7개국(G7)은 CBDC 발행 관련 협력을 확대하고 있고, 미국도 디지털화폐 패권을 잃지 않기 위해 민간 차원의 디지털달러 연구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CBDC 분야에서 중국이 가장 앞장서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세계 각국이 디지털화폐 도입에 중국을 참고 사례로 참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정보의 디지털화가 사생활보호보다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탈중앙화에 역행하는 데 블록체인이 이용’당하고’ 있습니다. CBDC가 눈앞에 다가온 이 시점에서 블록체인의 근본 정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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