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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경제 시대의 개막, 주주 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라

플랫폼, 공용경제, 비트코인

[고란의 어쩌다 투자] 플랫폼(Platform) 경제의 시대다. 플랫폼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이 됐다. 승자 독식의 구조에서 지배적인 플랫폼에 대한 과실은 온전히 주주의 몫이다. 페이스북(Facebook)이 스타트업에서 시가총액 500조원이 넘는 기업이 됐지만, 페이스북의 네트워크 효과를 만든 사용자들에게는 한 푼의 보상도 돌아가지 않았다(되레 개인정보만 탈취당했다). 주주 자본주의의 폐해다. 일부는 이런 모순을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공용경제(Sharing Economy, 이른바 공유경제)*와 블록체인의 결합이다. 블록체인 현상이 가능한 건 공용경제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적 맥락에서 블록체인이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사례 중심으로 살펴봤다. 대한전자공학회가 18일 서울 강남 건설회관에서 연 ‘블록체인으로 여는 미래사회’ 워크숍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정리했다. 금융: 인간의 자유는 경제적 자립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먼저다. 그 기술을 실제 활용한, 현존하는 가장 성공적인 금융분야의 디앱(DApp)이 비트코인(BTC)이다. 비트코인은 전세계 금융소외 계층의 구원자가 됐다. 2016년 출간된 마이클 J 케이시와 폴 비냐의『블록체인 현상, 블록체인 2.0』(원제: The Age of Cryptocurrency)의 서문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한 소녀 이야기가 나온다. 이곳 여성들은 이슬람 율법을 따른다는 명목으로 자기 이름으로 은행 계좌를 만들 수가 있다. 영화평을 써서 받은 원고료가 고스란히 아버지나 오빠들에게 돌아갈 판이다. 대안은 비트코인. 은행 계좌가 없어도 비트코인은 받을 수 있다. 비트코인은 아프간 소녀에게 경제적 자유와 독립을 선사했다.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들은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스마트폰을 갖는 게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결제나 송금 시장의 메이저 업체는 은행이 아니다. 엠페사(M-Pesa)라는 핀테크 업체다. 케냐의 사파리콤(Safaricom)이라는 통신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SK텔레콤쯤 되는 보다콤(Vodacom)이 만든 합작회사다. 일종의 암호화된 문자를 통해 돈을 송금하고 인출할 수 있다. 케냐 15세 이상 인구의 네 명 중 세 명꼴로 엠페사 고객이다. 현재 아프리카나 동유럽의 간편결제 및 송금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엠페사 고객들이 주고 받는 돈의 가치는 전세계 2위 통신사업자 보다폰(Vodafone)이 지급보증을 한다(사파리콤과 보다콤의 최대주주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보다폰이다). 이런 지급보증의 주체가 없어도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S10에 암호화폐 지갑이 탑재됐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단말기 모두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한다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는 비트코인이라는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일종의 은행계좌가 생기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라는 플랫폼을 통해 금융업에 진출했다면, 최근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을 도입하는 페이스북은 SNS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금융업을 장악하려 한다.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Instagram)ㆍ스냅챗(Snapchat) 등 범 페이스북 그룹의 사용자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다. 곧 이곳 계정이 있는 이들 전체가 페이스북 은행계좌를 갖게 되는 셈이다. 콘텐트: 유통의 지배를 창작자의 권리로 끝내라 2016년 10월 한국 영상 콘텐트 시장에 일대 파란이 일었다.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 BJ 대도서관이 아프리카TV에서 유튜브(Youtube)로 탈출했다. 유튜브 망명의 계기는 소위 ‘아프리카TV의 갑질’이었지만, 뒷단에는 콘텐츠로 창출된 수익의 공정한 배분에 있었다. 대도서관은 좀더 공정하게 배분을 한다고 생각하는 유튜브로 넘어갔다. 그나마 공정하다는 유튜브도 광고수익의 45%를 플랫폼 몫으로 가져간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블록체인 기반 동영상 플랫폼에 대한 시도가 활발하다. 최근 주목받는 곳은 디라이브(DLive). 지난 4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약 9400만명)를 보유한 유튜버 퓨디파이(PewDiePie)와 독점 라이브 스트리밍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소위 ‘유스 케이스(Use Case)’로 자주 언급되는 스팀잇(Steemit)은 텍스트 콘텐트에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글을 쓰는 사람도 먹고 살 수 있는, 작가에게 정당한 권리가 돌아가는 플랫폼을 지향했다. 초기에는 성공한 블록체인 적용 사례를 보여주는 듯 싶었지만, 소위 ‘고래’의 횡포 등 생태계에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응용 사례가 나오고 있는 곳은 게임판이다. 디앱의 대부분은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를 통해 가능한, 참여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 줄 수 있어서다. 게임이 잘 돌아가려면 소위 ‘현질’을 하는 5%의 진성 유저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돌아가게 만드는 수많은 돈 안 쓰는 95%의 플레이어가 있어야 한다. 이들이 있어야 게임이 재밌어 진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서는 게임에 참여만 해도 이들에게 토큰을 통해 보상해 준다. DID: 플랫폼 데이터 주권의 회복 지난해 4월,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대표는 미 의회에 불려나가는 굴욕(?)을 겪었다. 청바지에 후드티만 고집하는 그가 의회 청문회에는 양복을 갖춰 입어야 했다. 그리고 약 1년 뒤 열린 페이스북의 개발자 대회 F8에서 저커버그는 이상한 선언문을 제시한다. ‘The Future is Private.’ 그리고 한 달여 만에 페이스북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브라(Libra)’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월 초 비트코인이 본격적인 상승장에 돌입했을 때 디지털 자산 거래소 백트(Bakkt)의 출시와 때를 맞춰 나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뉴스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탈중앙화 신원인증(DID, Decentralized IDentifiers)을 비트코인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 구축하기 위해 오픈소스 프로토콜인 ION(Identity Overlay Network)을 활용한다는 소식이다. 온라인에서 신원 인증을 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모두 중앙화 돼 있다. 그리고 다들 이걸 당연시했다. 왜냐고? 가장 효율적이다. 그런데 페이스북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달라졌다. 중앙화된 방식은 개인 데이터의 주권이 개인이 아닌 플랫폼에 있다. 사람들은 효율성보다는 주권을 핵심 이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데이터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라며, 개인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중앙화된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큰 사고 위험을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MS가 도입한 방식이 DID다. 비트코인 플랫폼 위에 DID를 구축하는 건 비트코인이 현존하는 블록체인 가운데 가장 탈중앙화됐기 때문이다. Rani‘s note 10년 뒤의 변화를 과소평가 말라 “우리는 앞으로 2년 뒤에 닥쳐올 변화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지만 10년 뒤에 올 변화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나태함으로 이끌지는 마라.” 빌 게이츠는 1995년에 출간한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1995)에 나오는 구절이다. 블록체인 응용사례가 지금은 그저 무모한 시도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10년 뒤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을지 모른다. *이 기사에서는 영어 'Sharing Economy'를 ''공유경제'가 아니라 '공용경제'로 표기합니다. '공유'라는 단어가 포함한 자선의 이미지가 Sharing Economy 본연의 특성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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