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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혼돈의 시장 속에서 비트코인 고래를 만나봤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비트코인, 고래

[파커's 크립토 스토리]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폭락을 거듭하던 주식시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활황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나스닥 지수는 일시적으로 전고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주식시장 역시 어느덧 코스피 2000선(6월 16일 오후 기준)을 재탈환했습니다. 이 가운데 바이오 테마주를 중심으로 일종의 투기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죠. 암호화폐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시장을 대표하는 비트코인은 제도권 주식시장 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군소 알트코인의 변동성은 급격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프로젝트 투자에 정해진 룰이 없어 발생한 잠재적 문제들이 극단적인 변동성으로 표출되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2018년 이후 암호화폐 시장에 겨울이 오면서 일명 ‘작전 코인’이나 경쟁력을 상실한 프로젝트들이 임계점에 다다른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어난 투자자들의 자금 손실입니다. 2017년 ‘블록체인’이라는 마법의 단어만 넣으면 수익이 보장되던 시절로 인해 “지금 내가 매수한 코인 투자하면 무조건 오른다”는 식의 언급에 넘어간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한때 “일정한 금액만 넘겨주면 채굴기를 대신 운영해 수익을 넘겨주겠다”는 식의 사기도 굉장히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막 떠올랐던 신산업인데다가 기본적인 규제라는 개념도 잡혀있지 않아 유독 피해 사례가 눈에 띄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한 언론사는 이러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근황을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혼돈의 암호화폐 시장에서 여전히 살아남은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소위 ‘고래’라고 불리는 이들은 제도권 주식시장보다 더 변칙적인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를 오랫동안 떠돈 끝에 어렵게 ‘고래’의 조건에 부합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다년간 자신의 자산을 지킬 수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이들은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신흥 고래를 대상으로 물어봤다 최종 인터뷰 대상은 2018년 이전에 암호화폐 시장을 진입해서 여전히 큰 수익을 유지하고 있는 고래 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인터뷰이 섭외 과정에서 너무 시장 진입이 빠른 케이스는 고래라고 하더라도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했다가 화를 입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2017년 이후에 형성됐는데, 너무 빨리 시장에 진입한 고래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었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역사에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2014년 마운트곡스 사건 전후로 시장에 진입해 코인을 확보한 1세대 고래들은 사실 ‘수익의 유혹’에 빠지긴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공포감’을 견뎌야 했죠. 결국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과 같은 환경에서 반대의 결과를 낳은 인물을 분석하기 위해선 신흥 고래를 주요 인터뷰 대상으로 삼아야 했습니다. 이들의 보유 자산은 비트코인 기준으로 수십 BTC에서 많게는 수백 BTC로 확인됐습니다.(6월 16일 기준 100 BTC는 약 11억 원) 수익률도 최소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것으로 이야기됐습니다. #주어진 환경 활용…운도 따라줬다 1세대 고래와 신흥 고래는 수익방법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입니다. 1세대 고래는 시장 존폐 위기라는 리스크를 견뎠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큰 수혜를 봤기 때문에 별다른 방법이 필요하진 않았습니다. 반면 신흥 고래는 2017년 불장의 역동성 속에서 주어진 환경을 기민하게 활용했습니다. 먼저 2017년 초창기에 진입한 고래들의 경우, ICO(암호화폐공개)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전에 한 박자 빨리 움직인 것이 주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퀀텀·오미세고·EOS와 같은 코인이 이 무렵 ICO를 진행한 주요 프로젝트였습니다. 모두 ICO 대비 최소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ICO에서 이러한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니 2017년 후반부터 ICO 열풍이 불어 닥친 것입니다. 그리고 뒤늦게 거액의 자금을 들고 무리하게 ICO에 뛰어든 사람의 결말은 좋지 못했죠. 어떻게 보면 운도 따라줬던 셈입니다. 몇 달만 늦게 암호화폐 시장을 알았더라도 결과가 꽤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운으로만 3년을 버티긴 힘들다 다만 이들이 잘된 이유를 운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습니다. ‘한 번 고래는 영원한 고래’가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2017년 불장의 강렬한 분위기 속에는 무수한 수익의 유혹이 있었습니다. 이 유혹에 무감각해진 많은 고래들이 쌓아왔던 자신의 자산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시장이든 장기간 살아남는 개인 투자자는 드물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실패를 거울 삼았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자산을 장기간 지킨 이들만의 방법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입을 모아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특기할만한 점은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이 암호화폐 시장 이전에 주식 투자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이 중 유일하게 시장 진입 시점이 2015년이었던 A씨는 “주식시장에서 5000만원 가량을 잃었던 경험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른 인터뷰이 역시 주식시장에서의 실패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설명했습니다. 2017년 중반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온 B씨는 “솔직히 이야기하면 내 생각보다 상승세가 훨씬 강력해서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고점에 추격매수를 하지 않고 소신을 지킨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꾸준한 시장 트렌드 파악 이쯤되면 이들이 작전 코인을 몇 번 쯤은 타본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되레 작전 코인은 지양했다고 답했습니다. 소수 세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소규모 알트코인은 그 위험성으로 인해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수익률이 높았던 이유를 “시장 트렌드에 꾸준히 올라탄 것”으로 꼽았습니다. 2017년 초 암호화폐에 투자를 처음 시작한 C씨는 “주식 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시장은 변수가 많은 불안정한 시장이었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기회가 많았다”며 “이러한 기회를 잘 포착하는 능력이 중요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2017년엔 ICO와 아비트리지(차익 거래)가 트렌드라서 이를 잘 활용했다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규제 당국에서 ICO와 차익 거래에 대한 규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시점은 2017년 후반의 일이었습니다. 이후 관련 규제 언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자 IEO(거래소 암호화폐 공개)나 거래소 이벤트,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기반의 P2P 거래, 렌딩 서비스 트렌드에 합류해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산의 20% 정도는 ICO나 마진 거래가 가능한 해외 프로젝트의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D씨의 답변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라본 코인 사기 피해자들 그렇다면 이들은 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8명의 인터뷰이가 공통적으로 “투자 원리나 코인 시장 특성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수익만 바라봤기 때문에 당한 것 같다. 여기에 규제 당국의 손이 닿지 않은 신규 시장이다보니, 극단적인 사례가 더 많이 나왔다”는 의견을 드러냈습니다. 모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E씨는 “몇몇 소수의 대박 사례를 듣고 환상에 빠진 상태에서 현금이 아닌 코인 투자가 이뤄졌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더 무감각해진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무분별한 ICO나 거래소 상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뒤편에 있는 ‘한탕 프로젝트’ 관계자들에 대한 수위 높은 처벌도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암호화폐를 주식과 같은 자산으로 인정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세금 내야한다고 생각한다…다만 합리적 제도를 기대한다 수익을 많이 낸 고래들이다보니, 암호화폐 과세에 대한 이들의 생각도 궁금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E씨는 “세금은 언젠가 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만 합리적인 세금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세금을 내는 만큼, 정부차원에서 건전한 코인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과 투자자 보호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인터뷰이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다만 합리적인 과세 제도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회의적 시선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대학생 시절 코인을 접했다가 현재는 트레이딩 전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F씨는 “P2P 거래 등에서 발생하는 세금은 어떻게 걷을 것인지 궁금하다. 이와 관련한 과세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적절한 방안을 연구해서 과세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 건전하게 나아가려면? 끝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한 방법을 이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의외로 답변이 많이 갈렸습니다. “묻지마 투자를 반복하는 투자자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내용부터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코멘트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답변은 G씨와 A씨로부터 나왔습니다. G씨는 “사기는 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발생한다. 몰락하는 프로젝트들의 9할 이상은 처음부터 돈을 모으는 게 목적이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암호화폐시장이란 단어가 현 상황에서 성립할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A씨는 “암호화폐나 주식시장이나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주식시장도 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려서 문제가 됐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지금도 주식시장에서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건전한 암호화폐 시장을 위해 나쁜 부분을 도려내고, 신산업의 특장점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이 앞으로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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