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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 클레이, 가치와 가격의 갭… 거래소 탓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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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s B노트] “클립을 기획하면서 제일 고민했던 이슈는 ‘과연 일반 사용자들에게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인식시킬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경계했던 것이 토큰의 시세차익만 관심을 가지고 클립 서비스보다 클레이(KLAY)가 부각되는 것이었습니다. 클레이는 클립에 담기는 디지털 자산의 한 종류이지 클립의 전부가 아닙니다.” 6월 7일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클레이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클레이는 플랫폼 토큰으로, 그 가치는 플랫폼의 가치에 종속된다”고 설명하면서 “거래소 내 토큰의 시장가가 플랫폼과 네트워크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으므로, 여기에 연연하지 말자”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클레이 가격은 수직 상승하고 있습니다. 8일 오전 8시 반 코인원에서 전날 대비 7.52% 오른 336원에 거래 중입니다. 상장 후 3일간 80% 이상 상승한 셈입니다. #무단 상장 논란과 클립 출시 클레이는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의 토큰입니다. 그라운드X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입니다. 카카오의 직ㆍ간접적 영향 하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클레이를 ‘카카오 코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최근 클레이는 두 가지 이슈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1) 국내 상장을 둘러싼 그라운드X와 거래소들 간 입장 차 (2) 카카오톡 내 탑재된 암호화폐 지갑 클립(Klip) 출시입니다. 지난 한달 새 지닥과 데이빗, 코인원이 잇달아 클레이를 상장했는데, 그라운드X는 이들이 동의 없이 무단 상장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이니 사전 합의를 거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원론적인 내용은 여기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거래소들은 이제 클레이를 투자 가치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 뿐, 클레이튼 생태계와는 단절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라운드X가 이들 간 협업 관계를 끊겠다고 했으니까요. 사실 거래소 입장에선 충분히 감수할 만합니다. 클레이튼 생태계의 파트너로선 얻는 간접적 이익보단 거래 수수료 수익이 훨씬 크니까요. 소위 ‘듣보잡’ 거래소의 경우 클레이튼의 명성에 탑승해 거래소 홍보도 할 수 있으니, 클레이튼에 밉보이는 것 정도는 이들에게 별 것 아닌 문제입니다. 또 다른 빅이슈는 3일 출시된 암호화폐 지갑 클립입니다. 클립은 그라운드X가 개발한 암호화폐 지갑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탑재된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카카오톡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쉽고 직관적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기 편합니다. 클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복잡한 블록체인 주소 따위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주소 대신 카카오톡 친구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기존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와 비교해봐도 전혀 이질감이 없습니다. 현재 클립에서 제공하는 암호화폐는 11종인데, 그중 클레이가 포함돼 있습니다. 앞서 한 대표는 클레이가 클립 내 여러 암호화폐 중 하나라고 강조했지만, 사실 그라운드X는 대놓고 클레이를 띄워줬습니다. 클립 출시 기념으로 10만명에서 50KLAY씩 에어드랍을 해준 겁니다. 이중엔 클레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공짜라고 하니 냉큼 받아간 이용자들도 상당수일 겁니다. 어쨌든 이벤트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단 21시간 만에 500만KLAY가 모두 에어드랍됐으니까요. 카카오톡의 위력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습니다.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가장 우려되는 건 클레이 물량입니다. 클레이는 초기 발행량이 100억개입니다. 여기에다 매년 3억개(인플레이션율 3%)씩 추가로 발행해 생태계 인센티브로 지급합니다. 비트코인과 달리 점차 늘어나는 구조이죠. 매달 풀리는 물량도 상당합니다. 지난해 9월 그라운드X는 클레이 락업 해제 일정표를 공개했는데요. 5월 말 기준 락업 해제된 물량이 6억 4200만개입니다. 이달 풀리는 물량만 무려 1억4345억개이고, 다음달에는 이보다 2배 많은 약 3억개가 풀립니다. 올해 안으로 총 23억5000만개가 유통됩니다. 이처럼 많은 물량이 단기간 내 풀리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코인원의 클레이 거래량이 1083만개, 지닥 70만개 정도로 많지 않지만 락업이 하나 둘 풀리면서 이 수치도 크게 불어날 겁니다. 커뮤니티에선 클레이의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옵니다. 락업 해제로 클레이의 시가총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예정대로 올해 23억5000만개가 모두 유통된다고 가정해보죠. 지난해 4월 프라이빗 세일 가격인 0.08달러(약 95원) 기준 시가총액은 2255억원입니다. 초기 발행량 100억개가 모두 풀릴 경우 1조원 수준입니다. 가격 하락 우려가 있긴 하지만, 현재 가격으로도 계산해 보죠. 100억개이면 3~4조원대입니다. 카카오 시총(22조원)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엄청난 규모입니다. 순수하게 코인 가치로만 이 정도라니, 누군가는 ‘가만히 앉아서 돈 번다’며 비난하겠지만 꼭 그렇게 볼 것도 아닙니다. 생태계가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한다면야 문제될 게 없습니다. #가치와 가격 갭… 무작정 거래소만 탓할 수 있나 다시 한 대표의 발언으로 되돌아가보죠. 그의 말대로라면 플랫폼의 가치가 토큰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클레이튼은 최소 1조원의 가치를 지녔을까요. 아직은 의문이 남습니다. 지난 3월 발생한 사건이 이를 잘 보여줬죠. 당시 클레이튼에 신규 블록이 생성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10시간 넘게 메인넷이 가동을 중단했는데도 워낙 이용자가 적어 다들 알아차리지 못했죠. 클레이튼의 공지사항을 보고서야 뒤늦게 알았다는 사람이 상당수였습니다. 그만큼 클레이튼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클레이의 가치와 가격의 갭이 벌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라운드X는 사전 협의 없이 상장을 강행한 거래소들을 탓합니다. 하지만 오로지 거래소들의 책임일까요. 클레이튼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기도 전에 클립이 출시됐고,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카카오톡에 탑재됐습니다. 또한 에어드랍 이벤트를 하면서 과감하게 존재를 드러냈습니다. 클레이를 사고 팔 수 있도록 문을 연 건 거래소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클레이의 존재를 드러낸 건 클레이튼 자신입니다. 한 대표는 투자자를 상대로 “’일희일비’해서 ‘소탐대실’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클레이튼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부디 클레이튼이 작은 걸 탐하다가 큰 것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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