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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훈] 비트코인이 내 돈을 지켜줄 수 있을까?

한대훈, 코로나19, 투자이야기

[한대훈의 투(자 이야)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 연준(Fed)은 양적완화(QE)를 실시했다. 기축통화 국가의 위엄이었다. 미국 연준은 다시 한번 최종 대부자로 떠올랐다. 다른 국가들도 연준의 양적완화를 따라했다. 기축통화국이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그 결과 각국의 무분별한 통화공급이 나타나면서 장기부채 사이클 상승국면에 진입했다. #레이 달리오의 경고, “부채의 증가” 이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가 경고한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신용증가로 투자가 증가했고, 증시는 사상 최대기간의 호황을 누렸다. 소비는 증가했고, 경제성장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통화공급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고, 미국 연준은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터졌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부채상환 요구가 증가하면서 실물경기 경색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국제유가도 이 시기에 하락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국제유가의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에너지 기업들의 부도 리스크가 증가했고, 이들 기업의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급증했다. 산유국들도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위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금융시장을 짓눌렀다. 결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또 한번 통화공급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각국 정부의 부양책과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의 규모와 속도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 미국 연준은 3월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고, 중국은 21일부터 시작될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10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경기부양책이었던 4조위안을 크게 상회한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해 사상 첫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침체의 우려를 살리기 위한 응급조치지만 무분별한 통화의 공급으로 향후 화폐가치 하락, 나아가 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무엇이 문제인가 과연 인플레이션이 무엇이길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을까?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통화가 과잉 공급되어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화폐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실물 가치가 증가하고 화폐의 가치가 하락한다.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극도로 하락해 화폐 가치가 붕괴되는 현상을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데 가장 유명한 사례는 1919~1921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과 2008년 짐바브웨에서 발생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이다. 독일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이유는 세계 1차대전 때문이다. 전쟁 초기 독일의 기세는 무서웠다. 벨기에를 함락한 독일은 프랑스로 진격했고 연합군은 독일군을 막을 힘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1914년 9월 마른전투(Battle of the Marne)를 계기로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오랜 전쟁과 하루 수십킬로미터에 이르는 이동거리로 인해 독일군을 지쳤다. 물자 보급도 원활하지 않았다.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고, 전쟁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정부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 마른전투 직후인 1914년 10월 한 달간의 정부지출은 12억마르크까지 급등했다(당시 독일의 1년 예산은 23억마르크 수준).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8년 10월에는 약 48억마르크가 전쟁을 위해 지출되었다. 독일 정부가 채권과 어음을 남발하면서 마르크화의 가치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그리고 독일은 전쟁에서 패했다. 전쟁으로 인한 참상의 책임은 패전국인 독일의 몫이었다. 연합군과 독일은 1919년 6월 베르사유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에는 독일 영토의 처분, 군사력 제한 등과 함께 독일이 승전국에 지불해야 하는 1320억마르크의 전쟁배상금이 포함되었다. 이미 전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했던 독일에 배상금 지불 여력은 없었다. 독일 정부는 필요한 만큼의 화폐를 찍어냈고, 마르크화의 가치는 폭락했다. 마르크화는 종이 쪼가리로 전락했고, 빵 한 조각을 사기 위해 수레에 돈을 가득 싣고 다니는 환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화폐가치의 하락은 이미 시작됐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 M2 증가율은 20%를 넘어섰다. 사상 최고수준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공급이 주요 원인이다. M2 증가율, 즉 화폐의 공급이 당장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현재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이 더 심하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폐가치 하락은 이미 시작됐다. 돈이 더 많이 풀리는 상황에서는 필연적이다. 최근 금 가격이 오르는 이유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아니 화폐가치 하락이 시작되면 부동산과 금을 포함한 실물자산이 선호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실물자산을 소유한 계층과 그러지 못한 계층간의 빈부격차가 심해지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양극화의 심화를 우려하는 이유다. #아르헨티나에서 비트코인 검색량이 많아진 이유는? 그렇다면 신규자금 유입이 쉽지 않은 현시점에서도 꾸준하게 가격이 상승 중인 비트코인은 어떨까? 아르헨티나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650억달러 규모의 채무 재조정 협상을 5월 22일까지 연장했지만 9번째 디폴트에 대한 우려감은 고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아르헨티나 페소의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급기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개인의 외화 매입규모를 월 1만달러로 제한하는 등 외환규제를 실시했다. 디폴트 가능성의 고조, 자국 페소가치의 급락으로 아르헨티나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인기가 최절정에 달했던 지난 2017년을 100으로 했을 때 아르헨티나 내 비트코인에 대한 검색은 60을 넘어섰다. 글로벌 평균이 24인 점을 생각해보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경고음은 이미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자국 통화가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국가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 인민은행과 페이스북 리브라가 촉발한 디지털 화폐 전쟁도 막 시작됐다. 투기성 자산이라며 못난이 취급을 받던 비트코인이 다시 빛을 볼 시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탄생한 비트코인이 코로나19가 촉발한 경기침체의 시기에 매력이 재부각되고 있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 『넥스트 파이낸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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