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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ICO, 사기의 대중화였더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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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텔레그램이 자체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TON)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투자금 반환 여부와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텔레그램 측의 언급이 없습니다. 앞서 텔레그램과 마찬가지로 SEC가 증권으로 판명해 투자금 반환을 명령한 사례를 보면 텔레그램 투자자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은,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시늉만 하는 투자금 반환...사람 골라 돌려준다 파라곤(PRG)코인이라는 게 있습니다. 2017년 10월에 ICO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SEC에 의해 ‘증권 등록’ 판정을 받았습니다. 1200만달러를 모금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보를 해 준 분이 아니라 그분의 아버지가 당시 75이더리움(약 225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한창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영어가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 은퇴했거나 은퇴를 눈앞에 둔 분들도 해외 ICO 프로젝트에 투자를 한 겁니다. ICO 열풍이 얼마나 거셌는지 알 수 있네요. 파라곤 재단은 SEC의 명령에 따라 지난해 8월경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반환 서식(Claim Form)’을 작성해 약 석 달 뒤인 11월 21일까지 회신하면 투자금을 돌려준다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곧, 돈 돌려받고 싶으면 기한 내에 서류 꼼꼼히 작성해서 신청하라고 한 거죠. 파해자는 제보자의 도움을 받아 조금이라도 늦으면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 하는 노파심에 편지를 받은 즉시 서식을 작성해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어째 느낌에 ‘쎄~’ 합니다. 편지를 보내야 하는데 주소가 오피스가 아니라 포스트 박스로 돼 있습니다. 심상치 않습니다. 파라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파산했다는 내용만 있지 대표 이름도, 주소도, 연락처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차하면 미국으로 달려가 따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네요. 이제나 저네나 투자금 반환을 기다렸는데 돌아온 답은, 그것도 올 1월에 온 편지는 “서류 작성을 제대로 안 해서 못 돌려주겠다” 입니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9월에 보낸 서류에 미비한 점이 있다면 해당 부분을 기한 내에 다시 작성하라고 즉각 회신했을 겁니다. 그런데 파라곤 재단 측은 4개월 동안 묵묵부답이다가 1월에야 돈을 못 돌려주겠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통보를 보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제보자는 SEC의 판결문을 뒤졌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서식을 작성해 투자금 반환을 청구했는데도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은 경우엔 왜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는지 문서로 설명을 한다”(For any claims not paid, Respondent(파라곤 재단을 의미) will provide the claimant with a written explanation of the reason for non-payment.)는 부분입니다. (https://www.sec.gov/litigation/admin/2018/33-10574.pdf 51번 10페이지 하단) 곧, 재단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투자금 반환 양식을 안 보내면 제일 좋을 겁니다. 혹시라도 보낼 경우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거절하면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서류가 미비하다는 회신을 서류를 보내야 하는 데드라인인 2019년 11월이 훌쩍 지나서야 한 겁니다. 절차만 놓고 보면 SEC의 명령을 충분히 이행한 것이니 자신들은 책임이 없습니다. 이 모든 건 투자자 잘못일 뿐입니다. 파라곤코인 뿐만이 아닙니다. 제보자는 다른 ICO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를 찾아봤습니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ICO를 진행한 에어토큰의 경우에도 환불받은 사람도 (소수) 있고, 환불받지 못한 사람은 다수였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에어토큰 텔레그램방을 관찰한 결과 환불받지 못한 사람들이 특별히 서류에 결격이 있다기보다는 거의 트집잡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인다”며 “커뮤니티에서는 ‘푼돈’은 환불해 주고, ‘거금’은 안 돌려준다는 말이 돈다”고 설명합니다. #직접 산 것도 아니고 공구방 통해 샀다면... 제보자는 레딧이라는 해외 최대 커뮤니티도 뒤졌습니다. 역시나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집단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억울한 환불 거부에 대해선 SEC 담당자를 언급하며 민원을 내라는 글도 있고요. 바다 건너 영어로 소송이 진행되는데다, 미국 시민이 아닌 탓에 설사 집단소송(소송의 결과가 소를 제기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에서 이겼다 해도 제보자의 아버지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다시, 텔레그램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그램에 투자한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텔레그램은 ICO를 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소수의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프라이빗세일을 했습니다. SEC와의 법정 공방 과정에서 드러난 문서에 따르면, 이 세일에 참가한 인물들의 면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러시아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 메드베데프 행정부에서 열린정부 장관을 지낸 미하일 아비조프(Mikhail Abyzov)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시장에선 당시 세일 참여 최소 금액이 수십억 단위였다는 말이 나옵니다. 수십억원씩 투자하는데 어떻게 국내 투자자들 피해가 있을 수 있느냐고요. 국내 개인들은 텔레그램 재단이 파는 그램을 재단으로부터 직접 산 게 아니라 소위 ‘공구방’을 통해 샀습니다. 판매를 담당한 곳이 ‘그램아시아’라고 하는데 현재 홈페이지는 닫혀 있습니다. 그 어디에서도 연락처를 찾을 수 없습니다. 텔레그램이 얼만큼, 어디까지 환불해 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에어토큰 사례를 보면 공구방 통해 산 사람들까지 신경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에어토큰 측이 투자자에게 2018년 19일 보낸 메일을 보면 ‘(SEC의) 조정 절차의 일환으로, ICO 기간 동안 우리를 통해 ‘직접’ 투자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CO 당시 달러 기준으로 투자금을 반환할 계획(As part of this settlement, we are offering a chance for rescission at USD ICO price to a sub-set of token holders who bought directly from us during the ICO)’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Rani’s note: 코인판 투자자 보호의 주체는 ‘나야 나’ ICO를 보고 열광했던 이유는 소수의 자본가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초기 투자의 기회를 암호화폐를 통해 일반인들도 향유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입니다. 정치 시스템의 민주화에 이어 암호화폐를 통해서 투자의 민주화도 가능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처참합니다. 투자 판단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공략해 각종 스캠 프로젝트들이 한탕 하는 수단으로 ICO를 악용했습니다. 투자의 민주화인 줄 알았는데, 결과는 사기의 대중화였습니다. 블록체인의 근본 가치가 ‘탈중앙’이지만, 투자자 보호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중앙화가 훨씬 효율적입니다. 결국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씬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은 나밖에 없습니다. ‘똑똑해 지자’는 결론밖에 못 내리는 게 한스럽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다만, ‘똑똑해 지는’ 길을 조인디가 함께 하겠습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고란] ICO, 투자의 민주화인줄 알았는데... (상)'에서 이어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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