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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ICO, 투자의 민주화인 줄 알았는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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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텔레그램이 자체 블록체인 프로젝트 톤(TON)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는 5월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톤 출시를 포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벌이고 있는 법정 다툼에서 텔레그램 측이 졌기 때문입니다. 미 법원이 미등록 증권판매 혐의를 이유로 텔레그램이 투자금을 모집한 건 위법행위라는 SEC의 손을 들어준 거죠. 1934년에 만들어진 법의 잣대를 지금의 암호화폐에 들이대는 게 맞느냐는 건 논외로 하겠습니다. 이제 핵심은 투자금 반환입니다. 과연 ICO(혹은 프라이빗세일)를 통해 톤에 투자한 이들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앞서 다른 프로젝트를 보면 쉽지 않아 보입니다. #ICO, 신화가 되려 했으나 흑우가 됐다 2017~2018년의 ICO의 해였습니다. 암호화폐 광풍과 함께 백서는 물론이고 그 회사가 뭘 하겠다는 회사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야말로 눈감고 아무거나 찍어 투자해도 수십배 수백배 투자가 가능한 시절이었습니다. 특히 가장 성공한 ICO라고 할 수 있는 이더리움 ICO 신화가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ICO는 ‘인생 로또’와 비슷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이더리움이 ICO를 진행한 2014년 9월 당시 판매 가격은 0.311달러입니다. 5월 15일 현재 가격은 약 198달러. 당시 100만원어치 산 코인을 2017년 말 고점에 못 팔고 지금까지 들고 있더라도 차익이 6억3600만원에 달합니다. 1000만원 투자했다면 63억6000만원. 인생 로또 맞네요. 서울이더리움 밋업의 공동조직자인 정우현 아톰릭스컨설팅 대표 역시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는 이더리움 ICO에 참여 못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극소수가 신화를 쓰는 사이 대다수 ‘흑우’는 처참한 실패를 맛 봤습니다. 실패의 유형을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① ICO 땐 불장, 코인 상장 땐 폭락장=이제나 저제나 상장만을 기다리는 사이 시장의 거품이 완전히 꺼졌습니다. 거품이 꺼지고 나니 실체가 보이네요. 무슨 이런 코인을 이렇게 비싸게 주고 샀나 싶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처참한 수준입니다. 내 의지로 투자했으니 누구를 탓할 바도 못 됩니다. ② ICO 직후 상장, 탈출은 지능순=ICO 직후 바로 상장했습니다. ICO 가격의 몇 배는 뛰는 코인을 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시장 분위기 때문에 오른 걸 그 코인의 미래가 유망하다고 착각합니다. 더 오를 거라는 확신(이라 쓰고 착각이라 읽겠습니다)에 소위 ‘존버’를 합니다. 그 결과, 유에서 무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죠. (※제가 바로 이 사례입니다. 책(‘불후의 명저’ 『넥스트 머니』)을 쓰려면 직접 해 봐야 한다는 명분에 ICO 들어갔습니다. 상장 직후엔 급등했는데 더 오를 줄 알고 버티다 먼지가 됐습니다. 거래소 로그인 아이디마저 생각나지 않을 정도이지만, 안타깝지도 않습니다. 정말 껌 값도 안 되는 수준이거든요.) ③ ICO는 했는데 상장은 감감무소식=ICO를 했지만 투자자들이 그토록 바라는 상장은 요원한 경우입니다. 해당 프로젝트가 제대로 된 토큰 이코노미를 설계하려고 상장 시기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사기라고 느끼는 경우는 돈은 모아놓고 제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경우입니다. 형사법 상의 ‘사기’ 혐의를 피하기 위해 개발 시늉만 할 분 사실은 프로젝트를 접었다고 봐도 무방한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돈 돌려주라는 SEC... 진짜 돌려 받았을까 텔레그램은 위 3가지 유형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사례엔 새로운 주체가 등장합니다. SEC입니다. SEC의 ICO에 대한 입장은 명확합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토큰에 증권적 성격이 있다면, 증권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 자금을 모집하면 되는데 왜 ICO라는 허가받지 않은 방법을 통해 하느냐는 겁니다. 증권이면 IPO(Initial Public Offering) 절차를 통해 돈을 모으라는 거죠. SEC는 각종 코인 프로젝트의 증권성 여부를 집중조사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토큰이 증권과 사실상 같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해당 프로젝트에 ‘미등록 증권판매’ 혐의를 적용합니다. 투자금을 투자자들에게 반환하라고 명령합니다. 만약 SEC의 행정처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형사처벌이 이뤄집니다. SEC는 앞서 톤의 출시와 텔레그램 자체 토큰인 그램(gram)의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승인했습니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텔레그램 측은 지난달 말, 톤 출시 연기에 따른 투자자 보상 방안으로 투자금의 72%를 즉각 환급해 주는 방안과 톤 출시 1년 이내에 투자금의 110%를 지급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텔레그램은 별도 공지를 통해 미국 투자자들은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SEC는 미국의 투자자를 보호하는 기관입니다. IPO 절차를 거치지 않은 톤은 불법입니다. 그건 지금이나 1년 뒤나 마찬가지죠. 어쨌든 SEC의 이런 조치에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한 텔레그램 측은 아예 톤을 포기했습니다. 현재로서는 투자금 반환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해외 미디어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여러 투자자들이 텔레그램 및 두로프 창업자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에선 투자금을 현금이 아닌 텔레그램 지분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어떤 방식이 됐건, 투자금을 실제 돌려받을 수 있기는 할까요. 앞서 SEC가 투자금 반환 명령을 내렸던 다른 ICO를 보면 쉽지 않아보입니다. '[고란] ICO, 사기의 대중화였더라 (하)' 에서 계속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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