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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피자 샀다고? 피자집 주인은 달러 받았다

피자, 비트코인, 페이코인

피자는 블록체인과 연이 깊다. 비트코인을 사용해 거래된 최초의 현물이 피자.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이 거래가 이뤄진 5월 22일을 ‘피자데이’로 이름 붙여 매년 기념하기도 한다. 최근 다날이 선보인 암호화폐 결제 플랫폼 ‘페이프로토콜’의 사용처로 치킨이나 햄버거 대신 피자가 먼저 들어간 것도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진작부터 다날 자회사 달콤커피에서 페이코인(PCI)으로 음료 결제가 가능했지만 비교적 입소문을 타지 못했다. 암호화폐의 첫 결제는 왜 피자였을까. 우연인 것 같지만 따져보면 개연성이 꽤 있다. 우선 이 거래는 미국에서 이뤄졌다. 2010년 이 거래를 성사시킨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는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개발자다. 배달음식 문화가 발달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최근엔 종류가 꽤 늘었다고는 하지만 당시엔 사실상 피자와 일부 중국 음식이 전부였다. 그렇다면 왜 하필 배달음식이었을까. 사실 이 거래는 음식점과 핸예츠의 직접 거래가 아니었다. 핸예츠는 비트코인 온라인 포럼에 ‘만들어서 주든, 주문을 해 주든, 피자 2판을 주는 사람에게 1만 비트코인(BTC)을 지불하겠다’고 글을 올렸고, 나흘 뒤 한 영국인이 이를 수락해 대신 미국 달러로 주문해 줬다. 즉, 비트코인을 매수할 사람을 찾으려면 온라인이라는 넓은 광장이 필요했고, 거래할 두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만나기엔 너무 멀리 있었다. 물론 피자 대신 다른 상품을 택배로 거래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지불한 후 이 영국인이 정직하게 물건을 보내리라는 보장이 없다. 상품이 도착해 거래가 완전하게 이뤄지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실물이 아닌 디지털 콘텐츠는 즉각 전송할 수 있겠지만 ‘실물 거래’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측면이 있다. 결국 만질 수 있는 상품을 구입하면서 지불 즉시 효용이 발생하는 거래를 충족하려면 배달음식 주문이 최적이었던 셈이다. 첫 암호화폐 피자는 파파존스일까, 도미노피자일까. 이번에 한국에서 페이코인 결제를 처음 지원한 프랜차이즈는 도미노, 미국 전역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지원하는 곳도 도미노다. 올해 2월부터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스타트업 폴드가 선보인 애플리케이션(앱) ‘라이트닝 피자’로 도미노피자를 주문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세컨드레이어 프로토콜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올해 중 스타벅스ㆍ홀푸드ㆍ던킨도넛ㆍ우버 등으로 활용처를 넓힐 계획이다. 비트코인으로 처음 거래된 피자 브랜드는 파파존스로 알려져 있다. 피자데이 사건을 계기로 큰 마케팅 효과를 본 쪽도 파파존스. 그런데 암호화폐 결제 도입에 더 적극적인 쪽은 도미노로 보인다. 이유가 있을까. 2009년 도미노는 파파존스와 경쟁에서 밀려 시장 퇴출에 직면했다. 도미노는 30분 이내 신속 배달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았고, 이는 피자 맛에서 파파존스에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도미노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IT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현재는 피자 회사가 CES(국제가전박람회)에 참여할 정도로 기술을 뽐내고 있다. 고객주문 빅데이터 분석, 고객과 매장의 거리를 분석해 조리를 시작하는 ‘GPS 고객추적장치(GPS Customer Tracker)’ 시스템, 드론과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무인 배달 등을 도입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이런 탓인지 일각에서는 실제로 당시 거래된 피자가 파파존스가 아니라 도미노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트코인 위키 영문 사이트 등에는 파파존스 피자의 인증 사진이 올라와 있지만, 내용에는 분명 도미노 피자가 주문됐다고 기재돼 있다. 실제로는 도미노 피자가 주문됐지만, 인증샷을 못 찍은 핸예츠가 상징적인 의미로 파파존스 사진을 올렸다는 것.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도미노가 암호화폐 결제에 적극적인 이유와도 연결이 될 것이다. 다만 이는 핸예츠 본인은 물론 도미노 측에 의해서도 검증된 바는 없는 가설이다. 그런데 과연 최초의 암호화폐-피자 실물거래였을까. 따져보면 핸예츠의 피자 거래를 최초의 암호화폐 실물 거래라고 보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핸예츠와 비트코인을 거래한 영국인이 중간자이자 결제대행 역할을 한 셈이다. 짚어보면 핸예츠는 비트코인과 현금을 거래하고 이 돈으로 피자를 주문했어도 된다. 핸예츠는 이후 나머지 비트코인 4000개로 개인용 PC를 구매했는데, 이 거래는 비트코인을 매도한 미국 달러로 구매했다. 이 방식이 거래자 양측에게 더 합리적이고 안전하다. 실제로 당시 1만 비트코인의 시세는 약 40달러, 라지 사이즈 피자 두 판은 25달러였다. 주문 대행 수수료가 거의 절반을 차지했던 셈이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철학과 거리가 있다. ‘피자 신화’는 실생활에 암호화폐를 사용해 보겠다는 핸예츠의 발상, 그리고 비트코인에 달러를 지불하겠다는 거래자 등장에 의미가 있을 뿐, 실제로는 다소 각색된 전설인 셈이다. 10년 전과 다르게 지금은 블록체인의 실생활 접목이 상당히 진전됐다. 다만 페이코인의 도미노피자 결제 역시 아직은 맹점이 있다. 다날이 여전히 중간자 역할을 한다. 페이코인으로 대금을 받고, 도미노 측에는 원화로 정산을 해 준다. 신용카드 결제 대비 수수료가 낮고, 대금 결제 기간이 적게 걸리는 점은 강점이다. 중간 벤더사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다날이라는 기업의 역량과 선택에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 가맹점 원화 정산에 소요되는 절차와 리소스가 수반되고, 다날의 상황에 따라 수수료가 인상되거나 대금이 늦게 지급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직 소비자에게 너무 불편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페이코인으로 피자를 직접 결제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차라리 교통카드에 현금을 충전해서 결제하는 게 훨씬 간편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 되니, 연말정산 등에 필요한 비용 정산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문제도 덤이다. 즉,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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