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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비트코인 가격? 반감기보다 OOOO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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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 분위기가 좋은 줄 알았습니다. 코인 투자자라면 응당 바라던 반감기 발 폭등이 오는 줄 알았습니다. 5월 8일 한때 비트코인 가격은 120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글로벌 시세로는 1만달러를 회복했습니다. 코로나19 전 가격 수준을 모두 회복했습니다. 반감기가 지나고 나면 비트코인 가격은 ‘투 더 문’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우리시간으로 5월 10일 오전 9시 전까지는요. 이후 9시부터 10시까지 한 시간 동안 10% 넘게 폭락했습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가 지배하던 시장이 갑자기 FUD(Fear, Uncertainty and Doubt)로 넘쳐납니다. 반감기가 뭐길래 이럴까요. 입 달린 ‘코인러’면 다들 한마디씩 했지만, 워낙 관심이 많은지라 저도 반감기 이슈에 슬쩍 숟가락 올려 보겠습니다. #반감기, 공급이 주는 게 아니라 보상이 준다 블록 생성에 따른 보상으로 채굴자들에게 지급하는 게 비트코인입니다. 블록 보상은 2009년 50BTC로 시작했습니다. 달러처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법정화폐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의 발행량을 2100만개로 제한했습니다. 그 발행량을 제한하는 방법이 반감기입니다. 21만번째 블록마다 블록 보상을 절반으로 줄이는 거죠. 인간계 시간으로 따지면 대략 4년마다 반감기가 돌아옵니다. 이렇게 4년마다 보상을 줄이다 보면 2140년경에는 보상이 거의 0에 수렴합니다. 그래서 2140년에 채굴이 끝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약 4년마다’라고 했으니 2020년까지 두 번의 반감기를 거쳤습니다. 첫 번째 반감기는 2012년 11월 28일, 두 번째는 2016년 7월 9일입니다. 반감기를 거칠 때마다 블록 보상이 절반으로 줍니다. 50→25→12.5개로 보상이 줄어든 상태인데, 우리시간으로 5월 12일 오전 5시 30분경이 지나면 블록 보상이 6.25개가 됩니다. #공급 감소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가격이 오르는 건 아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보상이 줄어드는 겁니다. 공급이 주는 게 아닙니다. 반감기 가격 상승을 전망하는 일반적인 논리 구조는 이렇습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반감기를 지나면 채굴자들 보상이 줄어 공급이 준다→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줄어드니 당연히 가격이 오른다, 는 것 정도가 되겠네요. 정순형 온더 대표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을 산유국에 비유해서 “반감기는 탈중앙 감산합의”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참조: ‘[정순형] 비트코인 반감기는 탈중앙 감산합의다’ https://joind.io/market/id/1906) 너무 당연해 보이는 논리 구조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첫째, 채굴자들이 보상으로 받는 비트코인이 시장 공급량의 전부, 혹은 상당 부분이다. 그래야 채굴자 보상 감소가 시장 전체의 공급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둘째, 채굴자들은 보상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즉시 시장에 내놓는다. 그래야 ‘보상 반감=공급 반감’이 될 수 있으니까요. #시장에 공급하는 채굴자들 물량은 유의미한가? 두 번째 반감기는 2016년 7월입니다. 이때 블록당 보상은 25BTC입니다. 약 10분마다 블록이 생성되니 비트코인은 하루 144번 정도 채굴됩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650달러. 하루 비트코인 발행량은 약 234만달러(144번*25BTC*650달러)입니다. 당시 하루 거래량은 약 1억달러. 그러니까 하루 거래량에서 신규 비트코인 발행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2.34%입니다. 별로 크지 않다고요? 최근과 비교해보면 아마 크다는 느낌이 들 겁니다. 2020년 5월 11일 기준으로는 하루 비트코인 발행규모는 1575만달러(144번*12.5BTC*8200달러)입니다. 하루 거래량은 525억달러. 하루 거래량에서 신규 발행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0.03%에 그칩니다. 세 번째 반감기를 맞은 지금보다 두 번째 반감기 때 신규 비트코인 발행량이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배를 웃돕니다. (참조: ‘[타이거] 반감기에 비트코인 가격 오른다고 누가 그래?’ https://joind.io/market/id/1630) 첫 번째 반감기는 말해 무엇할까요. 거래량 차트가 없어 전체 시가총액에서 신규 발행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봤습니다. 첫 번째 반감기 때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약 1억2600만달러(21만개*50BTC*12달러)입니다. 신규 발행액은 8만6400달러(144번*50BTC*12달러)입니다. 시가총액에서 신규 발행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6857%입니다. 두 번째 반감기 때 시가총액은 약 102억3750만달러{21만개*50BTC+21만개*25BTC)*650달러}입니다. 신규 발행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0.02286%입니다. 최근일(2020년 5월 11일) 기준으로는 시가총액서 신규 발행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0.00979%입니다. 첫 번째나 두 번째 반감기 시점과 비교해 채굴자들이 시장에 공급하는 물량 규모 자체가 비교가 안 되게 작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채굴자들이 블록 생성에 따른 보상으로 받은 비트코인이 시장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지금은 투자 목적의 거래 수요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채굴자는 보상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바로 팔까? 블록 보상 감소를 공급 감소로 등치시키려면 또 하나의 전제가 필요합니다. 채굴자들이 보상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전부 바로 현금화한다는 가정입니다. 그래야 보상으로 나온 게 절반으로 줄어드니 채굴자들이 시장에 푸는 물량도 절반으로 줄어드는 거겠죠. 하지만, 어디 그렇습니까. 채굴자들도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쟁여둡니다. 반면,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면 받자마자 바로 매도해 버리죠. 채굴자 입장에서 반감기를 해석하자면 투입한 비용은 같은데(기존 채굴장비) 매출이 반토막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100만원짜리 설비로 200만원어치 비트코인을 받아서 100만원을 남겨왔습니다. 그런데 반감기가 지나면 100만원 들여 100만원어치 받으니 한 푼도 못 남긴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나마 손해라도 안 보면 다행인데, 일부 소규모 채굴업자들의 경우엔 반감기가 지나 보상이 줄면 채굴기를 돌릴수록 손해를 볼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채굴업을 접을 테고,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그간 안 팔고 쟁여뒀던 비트코인이 있다면 순차적으로 이를 시장에 던질 수도 있습니다. 곧, 반감기라고 해서 공급이 줄어드는 줄 알았는데 되레 채굴자 공급이 늘어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죠. (참조: ‘[소냐] 채굴자들은 이번 반감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https://joind.io/market/id/1982) #채굴 보상이 아닌 투자자 심리가 시장을 좌우한다 암호화폐 전문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가 스위스 ‘크립토밸리’의 암호화폐 전문가 8명을 초청한 패널 토론회를 종합하는 기사를 5월 8일 내보냈습니다. 기사는 “이번 비트코인 반감기는 과거의 반감기와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제 생각과 같은 전문가 발언이 눈에 띕니다. 스위스 토큰화 자산 플랫폼 Mt펠레린의 아흐노 살로몬(Arnaud Salomon) CEO는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 권력이 채굴자에서 트레이더 및 커뮤니티 구성원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오늘날 유통되고 있는 비트코인은 이전 반감기 때와 비교할 수 없이 규모가 커졌다. 투자자들은 기꺼이 비트코인를 거래하고 교환하려 한다. 채굴자들의 권력이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감기 이전 가격이 오른 건 반감기가 미치는 공급 측면의 물량 감소라는 양적 요인 때문이 아닙니다. 앞서 두 번의 반감기에 가격이 올랐다는 투자자 다수의 심적ㆍ질적 요인이 비트코인 가격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지금입니다. 일부 트위터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다수가 반감기 이후 가격 폭락을 예측했는데, 그 설문조사 결과가 진짜 지금 투자자 다수의 심리인가 봅니다. (참조: ‘트위터서 물었다, 반감기 후 가격? “폭락이 폭등을 압도”’ https://joind.io/market/id/1981) #Rani‘s note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 과거 비트코인 시장에 작았을 때에는 채굴자들의 영향력이 컸습니다. 수요와 공급 가운데 공급이 훨씬 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죠. 비트코인 시장이 커진 지금은 공급보다는 수요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시장은 공급 측면의 (그것도 허상일지 모르는) 반감기 이슈가 아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을 필두로 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무제한 양적완화에 따른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 증가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다. ‘디지털 금’에 대한 수요 증가가 비트코인 가격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필자는 현재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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