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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승] 코로나19 블록체인 인증, '디지털 낙인' 될라

이대승, 헬스케어, 인증서, 코로나

[이대승’s 블록체인 헬스케어] 1347년. 당시만 해도 미지의 병이었던 페스트의 첫 희생자를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사인 미켈레 디 피아차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사타구니와 겨드랑이에 종기가 생겨났다. 병이 몸 전체로 퍼지면서 환자는 심하게 피를 토했다. 토혈 증세가 끊이지 않고 계속 되었으며, 손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사흘 동안 피를 토하다가 환자는 결국 사망했다.” 전 유럽을 뒤흔든 전염병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각 국가에선 위생증이라는 일종의 신분 증명서를 발급했습니다. 자신이 안전함을 인증하는 일종의 장치였습니다. 이 위생증은 2020년 현재 다른 이름으로 부활하려 합니다. 바로 코로나19 자격증명 프로젝트(COVID-19 Credentials Initiative, CCI)입니다. #빌 게이츠까지 인정한 감염병 디지털 인증서 코로나19 자격증명 인증서는 코로나19에서 회복했다는 것, 항체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것(코로나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백신이 개발된 뒤라면 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상황에 따른 인증서를 가지고 자신의 코로나19 면역 상태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전세계 60여개의 기업과 단체가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통제권을 갖고 P2P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지만, 발급은 정부나 보건 당국이 신뢰성 있게 발급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언급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지난 3월에는 서양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서 빌 게이츠가 바이러스와 백신 인증서에 대한 AMA(Ask Me Anything)을 진행하면서 디지털 인증서를 지지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빌 게이츠의 대답 #생각보다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정말 좋아 보입니다. 증명서 하나만 있으면 이 사람은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디지털 조각이 정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는 증표가 될 수 있을까요? 만약 이 증표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완전하게 증명하지 못한다면, 사실은 전혀 의미 없는 낙인만 하나 더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당장 코로나19의 정확한 감염 원인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4월 8일 대구시는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았던 사람 중 24명은 완치 이후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경우 사람의 몸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에서 타인에게 다시 감염됐을 가능성은 작습니다. 검사로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몸에 아주 소량 남아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활발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곧, 우리가 가진 검사 기구로는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졌는지조차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뜻이죠. 인간이 내리는 완치 판정은 전혀 완전하지도, 완전히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디지털 인증서가 아직은 시기상조인 이유 백신을 맞으면 어떨까요? 백신이란 외부의 병원체에 대항하기 위해 병원체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부분, 혹은 병원체가 배출하는 독소 등을 특수하게 처리해 병원성이 거의 없게끔 처리한 제품을 의미합니다. 백신을 사람의 몸에 주입하게 되면, 병원체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형성하게 됩니다. 그럼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잘 생길까요? B형 간염의 경우 한번 맞으면 30~55%, 2번 맞으면 75%, 3번 맞으면 90% 이상의 접종자에게서 항체가 생깁니다. 90% 이상에서 생기니 괜찮을까요? 안타깝게도 이 수치는 40세 이하의 성인에 대한 내용입니다. 40세가 넘어가면 3회 예방접종을 맞아도 항체 생성률이 90%가 되지 않으며, 60세는 3회 접종을 해도 75%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독감 백신도 비슷합니다. 어른의 경우는 항체 생성률이 70~90% 수준입니다. 아이들의 경우 항체 생성률은 고작 50% 수준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은 일단 없기도 하거니와, 백신을 만들어 접종한다고 해도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셈입니다. 만약 여기까지의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풀렸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습니다. 바로 백신을 맞은 뒤 항체 형성 과정에서 일어날 변수입니다. 독감 접종을 맞고 항체가 생기더라도 독감엔 걸립니다. 사실 독감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수백 종의 변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약회사는 수백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3~4가지에 대한 백신만을 만듭니다. 수백 종류에 대한 백신을 다 만드는 것도, 모두 주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런 독감 백신을 맞고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생겼다고 한들, 제약회사의 예측에서 어긋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된다면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변종이 많이 생길 수 있는 RNA바이러스로 이미 엄청난 변종을 만들면서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모든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을 만드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 변종의 전파 경로 #현실을 디지털 세계에 반영하는 고민 끊임없이 이뤄져야 WHO(세계보건기구) 역시 ‘면역 여권(Immunity passport)’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항체가 있을 때, 다음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정확히 이뤄진 사례가 없습니다. 심지어 코로나19 항체를 검출하는 방법에서도 여전히 논란이 있습니다. 위양성(실제로는 항체가 없는데 검사에서는 있다고 표시되는 경우), 위음성(실제로는 항체가 있는데 검사에서는 없다고 표시되는 경우) 문제도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면역 여권', ‘위험성이 없다는 증명서'를 만드는 일이 아직 시기상조로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기반이 되는 검사조차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정도 불가능하고, 절대적인 권한이 있는 블록체인 증명서를 도입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분명 수없이 많은 문제를 낳게 될 겁니다. WHO에서는 코로나19 증명서가 잘못 발급될 경우, 오히려 코로나19를 퍼뜨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전에 코로나19에서 완치되었다고 증명서를 발급받은 사람이 다시 재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 ▲백신을 맞았다고 증명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리는 경우에는 인증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완전하지 않은 현실 상황을 수정 불가능한 블록체인 세계로 가져오는 행위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디지털 세계의 0과 1에게, 병에 걸릴 수도 안 걸릴 수도 있는 우리의 얄궂은 몸 상태를 반영케 하는 과정에 대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맞는지 틀리는지도 모르는 작은 디지털 조각이 사람들을 갈라놓는 낙인이 되지 않아야 하니까요. 이대승 안과 전문의, 한양대 IAB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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