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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새로운 문화에서 블록체인의 답을 찾는다

블록체인, 문화, 산업

[파커's 크립토 스토리] 18세기 말 일어났던 프랑스혁명은 유럽 대륙을 송두리째 바꾼 시발점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구체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상이 필요했습니다. 역사가들은 대부분 계몽주의에서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배경을 찾습니다. 그런데 계몽주의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진 게 아닙니다. 새로운 사상은 선대의 경험과 지식이라는 데이터 위에서 성립합니다. 사칙연산도 모르는데 미적분을 만들어낼 순 없죠. 그래서 계몽주의의 선구자들은 선대 명사의 말을 경청하거나 그들의 사상이 녹아 들어있는 책을 학습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쌓아 나갔습니다. 또한 같은 데이터를 입력해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달랐기 때문에 의견 교류의 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카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커피하우스’가 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볼테르·루소와 같은 유명 계몽사상가들이 커피하우스를 아지트 삼아 자신들의 이론을 발전시킨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당시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우리는 문화라고 부릅니다. 계몽주의 성향이 짙은 언어·책·학문·예술 등은 프랑스 혁명 전후 시기 고유 문화에 해당됩니다. 커피하우스라는 당대 특유의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문화는 선대 사상과 문화를 토대로 화합과 대립을 반복하면서 후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당장 계몽주의 사조로 문화의 내용물이 색다르게 채워져 나타난 결과가 프랑스 혁명이죠. 그런 측면에서 문화는 앞으로의 사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점은 2010년대 문화의 특징이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바와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블록체인만 분산화? 문화는 이미 대중화됐다 오늘날 문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문화산업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근대 이전과 달리 문화 수단이 첨단화됐다는 점에 있습니다. 문화콘텐트·영화·드라마·대중음악 등이 현대문화의 중추를 이루는 새로운 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해당 산업의 제작 방식은 중앙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까지 문화콘텐트·드라마를 생산하던 주체는 KBS·MBC·SBS로 대표되는 지상파 방송사였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대안 미디어나 독립매체들은 있었지만, 규모와 위상 측면에서 주요 지상파 방송사를 넘어설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미디어의 제작 방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대형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콘텐트 분산화 흐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보다 유튜브·넷플릭스 등지의 플랫폼에서 나오는 콘텐트가 더 많이 언급되는 세상이 다가온 것입니다. 이들 플랫폼은 ‘분산화된 불특정 다수’의 콘텐트를 ‘국경 없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게’ 제공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 크리에이터나 군소 제작사들의 힘이 이전에 비해 강력해지게 됐습니다. 단순 정보 제공도 이미 분산화 과정을 겪고 있죠. 이 변화를 가장 피부로 느끼고 있는 직업 중 하나는 기자일 것입니다. 과거 정보의 출구가 제한돼 있던 시절에는 기자가 정보 전달자 역할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SNS의 등장으로 정보가 되레 범람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 있던 불특정 시민이 기자보다 먼저 SNS에 정보를 공유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최근 전업 기자의 정보 큐레이팅 능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현상들 때문일 것입니다. 블록체인만 허무맹랑한 분산화 소리를 늘어놓는 줄 알았는데 문화는 이미 탈중앙화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슈 파악은 유연하고 기민하게 문화 트렌드가 유연하고 빠르게 변한다는 점도 2010년대의 큰 특징입니다. 또한 숏폼이라는 용어가 따로 생길 정도로 짧고 명확한 콘텐트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요즘 제도권 방송사들도 이러한 트렌드를 위해 클립 영상을 그때그때 따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목요일 오후 10시에 J라는 드라마가 방영되면 J의 주요 장면이 끝나자마자 편집자가 해당 영상을 잘라서 플랫폼에 공급하는 방식이죠. 방송사가 아닌 개인 크리에이터의 경우에도 기간별 상승 키워드를 분석해서 그에 맞는 콘텐트를 적재적소에 제작합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존 드라마보다 자유도가 높고 간결한 방식의 웹 드라마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유연하게 반영하지 않는 틀에 박힌 제작 방식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고정관념을 깨부숴라 문화산업 요소에 대한 관심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합니다. 과거 게임산업은 사회에서 해롭다는 인식으로 낙인 찍혔지만, 오늘날 게임은 문화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됐습니다. 한국이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좀 더 열린 정책을 지향했다면 해당 산업에서 훨씬 많은 국익이 창출됐을 거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요. 대중음악산업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출범 초기에 대중음악은 한국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BTS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식의 반응은 이제 상상하기 힘든 일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불과 어제 청와대가 추진한 ‘어린이날 랜선 특별 초청’ 콘텐트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해당 행사에서 청와대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이용해 어린이들에게 청와대 구조를 온라인으로 보여줬습니다. 참고로 마인크래프트는 2019년 기준 모든 플랫폼에서 1억 7600만 장 이상 판매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입니다. 재밌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마인크래프트의 흥행 비결을 분산화와 높은 자유도에서 찾는다는 것입니다. 신산업에 보수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정부가 이러한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것은 일회성이라고 할지라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권선징악, 완벽한 주인공 구도는 가라 마지막으로는 콘텐트 내부의 변화입니다. 드라마·영화 산업에서 콘텐트 내부 변화 호응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권선징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벗어난 콘텐트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주인공은 선하고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은 악하다는 단편적 스토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원한다고 하더라도 그래야 하는 서사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길 바라는 추세입니다. 인기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악당 타노스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전통 콘텐트로 봤을 땐 주인공인 히어로들을 괴롭히는 악당에 불과하지만, 오늘날 콘텐트는 타노스에게 구체적인 서사를 부여합니다. 그가 악당이 된 배경, 악인인 것 같지만 선한 행동을 하는 모습, 미워할 수만은 없는 철학 등을 들여다보면 작품이 보다 입체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부부의 세계도 인물을 다층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 흥행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예전이었다면 권선징악 구도로 극중 주인공인 지선우가 이태오를 철저하게 응징하는 스토리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았겠죠. 시청자들도 그 편을 더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는 이분법적인 시각보다는 현실의 복잡다단함을 입체적으로 투영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한때 남편이었던 인물과 아들이라는 변수 속에서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증오도 사랑의 한 범주라는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던졌습니다. 유의미한 지점은 자칫하면 큰 비난을 받게 될 수 있는 스토리임에도 시청자들이 오히려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의 인식이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문화 변화의 끝은 사회 변화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문화의 시작은 사회 변화의 신호탄이 되곤 했습니다. 18세기 문화 변화는 프랑스 혁명의 배경 중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 계몽주의가 당대 생활양식 곳곳에 스며드는 순간 궁극적으로 사회가 변한 것입니다. 반면 20세기 이후에는 인간의 이성을 의심하는 사조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계몽주의는 정해진 과학 법칙으로 모든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뉴턴의 결정론적 사고방식과 맞물린 측면이 있었는데요. 20세기 들어 양자역학처럼 기존 과학법칙으론 설명할 수 없는 분야가 나타나자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이 퍼져나가게 됩니다. 동시에 양차대전이 발발하면서 인간이 이성적이라는 믿음이 더욱 사라집니다. 이에 따라 문화적으로 이성 강조를 비판하는 포스트 모더니즘 사조가 등장하게 됩니다. 전후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당시 구축된 새로운 문화가 큰 몫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010년대 들어 나타나는 문화 변화 현상도 결국 그 끝은 새로운 사회를 겨누게 될 것입니다. 문화 콘텐트는 분산화된지 오래인데 플랫폼은 분산화되지 않는 모순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새로운 생활양식에 맞는 제도가 앞으로 긴 시간을 두고 구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완전한 분산화는 아니더라도 콘텐트 기여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가 명확하게 보장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블록체인은 이 과정에서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 역시 문화 양상을 통해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문화의 특징은 유연하면서도 융합의 형태를 갖췄다는 것에 있습니다.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하고 전통 문화에서 나타나던 이분법적(이를 테면 선과 악)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죠. 본래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러한 특징에 부합하는 시도가 계속해서 일어났지만, 2017년 불장 무렵부터 특유의 유연함이나 역동성이 사라진 측면이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면서 생긴 부작용이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확장성 문제라든지 특정 주제에 옳고 그름을 지나치게 따지면서 커뮤니티 스스로가 유연함을 잃게 된 측면도 분명 존재합니다. 다가올 사회 변화에 블록체인 고유의 특장점이 발휘되려면 이와 같은 문화 흐름을 커뮤니티 스스로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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