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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차라리 암호화폐를 도박이라고 하자

블록체인, 도박, 로비

최근 종영한 ‘미드’ <왕좌의 게임>에는 선인인지 악인인지 구분 짓기 모호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다보스 시워스(Davos Seaworth)입니다. 그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청년기 때 최고의 밀수업자가 됩니다. 범죄자죠.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자 식량을 밀수해 포위 상태에서 굶주리던 성 안의 백성을 살려냅니다. 이 일로 기사 서임까지 받습니다. 백성을 살린 식량이 양파라서 ‘양파 기사’라는 별칭까지 얻습니다. 하지만, 밀수라는 범죄를 저지른 과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성의 영주는 그에게 기사 서임을 내리되, 오른쪽 손가락 끝 마디를 전부 자르는 형벌을 내립니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이냐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양파 기사’처럼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암호화폐가 그렇습니다. 나만 알 수 있는 프라이빗키를 소유함으로써 법정화폐와는 달리 화폐 주권은 온전히 나에게 귀속됩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자금 추적이 어려워 자금세탁에 자주 활용됩니다. ICO(Initial Coin Offering, 암호화폐공개)를 통해 ‘눈 먼 돈’을 갈취합니다. 이런 암호화폐의 어두운 면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블록체인을 보고 지하 자금 양성소 혹은 도박장이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이런 비판을 마주할 때마다 업계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돈에 눈이 멀어 시장을 흐리는 무리가 있어서 그럴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시장이 암호화폐의 가치를 증명할 것”이라고요. 이런 변명, 식상합니다. 차리라 발상의 전환을 해 보면 어떨까요. 선과 악을 뒤집어 보는 겁니다. 천대받던 이자, 자본주의의 신이 되다 ‘이자’를 떠올려 봅시다. 중세시대 이자를 매기는 행위는 죄악이었습니다. 일하지는 않고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 돈을 뜯어내는 천박한 행위였니까요.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이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입니다. 이자에 대한 인식도 개선됐습니다.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과 위험으로부터의 보상비용으로요. 가진 돈으로 ‘신상’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시간에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으니 그에 대한 대가인 이자를 받는 게 당연한 거죠. 마찬가지로 돈을 그냥 빌려주면 떼어 먹힐 위험이 있으니 이자로 그 리스크를 상쇄해야 합니다. 국내선 불법인 로비가 미국에선 합법 선악의 모호한 경계는 현대에서도 유효합니다. 로비(Lobby)가 대표적입니다. 이익집단이 목적을 위해 돈을 쓰는 거죠.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로비가 합법입니다. 로비를 금지해봐야 음지에서 활성화되니 차라리 양지에서 체계적인 운영을 하자는 의도입니다. 그래서 각 기업이나 단체가 로비를 얼마나 했는지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로비가 산업의 밑거름이 된다고? 당연히 암호화폐 산업과 관련한 로비 자료도 있습니다. 저널리스트 사이먼 챈들러(Simon Chandler)는 최근 암호화폐 미디어 코인텔레그레프(Cointelegraph)에 ‘왜 로비가 암호화폐 시장을 성숙하게 만드나’를 주제로 칼럼을 냈습니다. 이 칼럼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암호화폐 관련 로비를 벌인 상위 10개 단체는 비트코인재단 같은 정통 암호화폐 세력이 아니었다. 미국 상공회의소(1위, 1650만 달러)나 IBM(3위, 200만 달러) 등의 제도권 단체였다. ^상위 10개 단체의 로비 항목도 뜯어 보면 암호화폐에만 국한되는 로비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보호나 사이버 보안 등에 관련한 로비도 많았다. 순수하게 암호화폐 산업만을 위한 로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를 증권에서 분리하기 위한 로비는 진행 중이다. 미국 디지털 상공회의소에서는 암호화폐를 증권에서 분리하는 법인 ‘토큰분류법(Token Taxonomy Act)’ 통과를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을 암호화폐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부패의 상징처럼 보이는 로비가 역설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 Parker’s note: 세상을 어떻게 흑과 백으로 가를 수 있겠나 특정 사물(사건)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절대선이라고 여겼던 것마저 틀릴 때가 있죠. 블록체인 판에 비교적 몸을 빨리 담은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2016~2017년 무렵, 블록체인의 정신을 위배하면 커뮤니티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다크코인(DarkCoin)으로 불리던 몇몇 코인이 그 시기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블록체인인데 추적이 불가능하다니. 블록체인인데 투명성이 보장 안되다니. 이더리움(Ethereum)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같은 선지자들은 달랐습니다. 블록체인에 프라이버시가 꼭 필요하다는 걸 알고 다크코인을 연구했죠. 거기서 데려온 뭔가 ‘어두운 친구’가 지캐시(Zcash)라는 다크코인이었고, zk-SNARK라는 기술이었습니다. zk-SNARK는 블록체인 영지식 증명의 초기 모델로써, 지금은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 연구주제가 됐습니다. 과거의 잣대로 미래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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