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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버핏 수익률 200배 헤지펀드, 비트코인에 투자한다

고란, 어쩌다 투자, 르네상스, 메달리온

[고란의 어쩌다 투자] ‘동학개미운동’의 1장은 성공으로 마무리되는 듯합니다. 3월부터 4월 20일 현재까지 외국인이 15조7000억원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개인들이 14조원 넘게 순매수했습니다. 그 결과, 한때 14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 지수는 다시 1900선을 회복했습니다. 개인은 명실상부하게 외국인ㆍ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자 3주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펀드 못 믿겠다” 직접 투자 나선 개미 왜 하필 지금, 동학개미운동일까요. 주식 살 돈은 어디서 난 걸까요.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자금 출처는 부동산 자금입니다. 규제 때문에 부동산으로 갈 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왔다는 거죠. 국세청을 동원해서 부동산 투자만 했다 하면 현미경 들여다 보듯 자금출처를 조사하겠다는 정부의 경고에 더 이상 부동산 투자가 어렵게 됐습니다. 이렇게 떠도는 뭉칫돈이 마침 코로나19 여파로 고점을 찍고 내려온 삼성전자를 비롯하 우량주 매수에 몰렸습니다. 여기에 펀드에 실망한 개인들이 직접 투자에 나선 것도 동학개미운동의 큰 자금줄 중 하나로 보입니다. 시계를 돌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던 2007년으로 가 보겠습니다. 어떻게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돌파했을까요. 간접투자의 시대, 곧 펀드의 시대가 개막하면서입니다. 지금은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주식계좌를 열기 위해 증권사로 달려갔지만, 그때는 펀드 계좌를 만들기 위해 은행으로 갔습니다. 펀드를 실제로 굴리는 운용사보다 얼마나 잘 팔아줄 수 있는 판매사가 더 중요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라고 해도 KB국민은행이 팔았으면 ‘국민은행 펀드’라고 불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국내 1위 헤지펀드 라임운용 사라진다 펀드 시대가 개막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성과는 어떤가요. 초라합니다. 시장 수익률에도 못 미칩니다. 그런데도 수수료는 꼬박꼬박 떼어 갑니다. 차라리 내가 직접 투자하는 게 나아 보입니다. 이른바 ‘라임 사태’는 운용사에 대한 개인들의 ‘불신’에 불을 부었습니다. 운용사가 해서는 안 될 짓의 교보재 같습니다. 수익률을 조작하고, 투자자 몰래 돈을 빼돌리고,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자기들 수익 먼저 챙겼습니다. 금융당국은 결국 ‘배드뱅크(금융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기관)’ 방식으로 라임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자펀드 기준 173개)를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배드뱅크 운용사가 설립되는 대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등록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한때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을 육성한다며 헤지펀드 시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게 2015년입니다. 헤지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을 육성하기는커녕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만 키웠습니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대표 펀드, 올 들어 39% 수익 하지만, 이건 국내 헤지펀드에 한정된 얘기입니다. 헤지펀드 시장이 발달한 미국은 다릅니다. 4월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퀀트 전문’ 헤지펀드 운용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 이하 르네상스)의 성과는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입니다. 이 회사의 대표 펀드 가운데 ‘메달리온(Medallion)’은 올 들어 14일까지 24%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연 5%의 운용보수(펀드가 수익이 안 나도 무조건 떼 가는 비용입니다)와 36%를 웃도는 성과 보수(펀드 수익에 대해서만 부과합니다)를 제한 수치입니다. 메달리온은 운용자산 규모가 약 100억달러로, 오직 직원이나 전직 직원, 혹은 소수의 회사 관계자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곧, 운용보수나 성과보수의 대부분이 이 펀드를 운용하는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셈이죠. 이것까지 수익률로 따지면 올 들어 수익률이 벌써 39%에 이릅니다. 리서치 업체인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올 들어 14일까지 S&P500 지수는 11.4% 하락했습니다.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펀드 역시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이 -5.9%에 그칩니다. 대부분의 헤지펀드가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 손실을 봤지만, 메달리온은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펀드가 그간 최고의 수익을 거둔 해는 2000년과 2008년입니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어떤 회사길래 대중적으로는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투자 업계 인물 가운데선 단연 원탑입니다. 하지만, 수익률만 놓고 따지면 얘기가 다릅니다. 앞서 말한 이 회사 대표 펀드 메달리온의 1988~2018년 연평균 수익률은 39%입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수익률의 1000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주식 수익률의 200배 수준입니다. 1988년에 메달리온 펀드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2018년 말 기준으로 수수료를 제하고도 2만7000달러로 불어났을 수준의 성과입니다.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은 퀀트 펀드의 창시자인 짐 사이먼스 회장입니다.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17세 때 수학 전공으로 MIT에 조기 입학해 3년 만에 졸업했고, 버클리대에서 3년 만에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77년 투자 회사 ‘모네메트릭스(Monemetrics)’를 설립하고 전업 투자에 뛰어든 후, 1982년 사명을 르네상스로 바꾸고 퀀트 투자의 초석을 쌓았습니다. 퀀트 펀드는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시장 움직임을 컴퓨터 프로그램화하고 이를 근거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펀드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수학적ㆍ계량적으로 잘 짜인 프로그램이 펀드를 운용합니다. 이 때문에 르네상스는 3000개가 넘는 종목을 보유할 수 있습니다. 3만5000대의 컴퓨터 프로세서가 쉼없이 돌면서 매일 30조 바이트에 이르는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합니다. 르네상스는 특히 보안에 민감한데, 운용 모델이 유출되는 순간 그 모델의 수명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르네상스가 비트코인에 투자한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더블록은 18일 르네상스가 비트코인 선물 시장에 진입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는 르네상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ADV보고서(Form ADV)’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ADV는 SEC가 투자자 보호와 헤지펀드의 투명성을 위해 작성과 제출을 의무화한 보고서입니다. ADV에는 수수료 체계 및 투자 대상의 리스크에 대해 나와있습니다. 르네상스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트레이딩 스타일 및 투자 대상에 따른 메달리온 펀드의 리스크가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매를 자주 하기 때문에 수익을 초과하는 거래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하이 포트폴리오 턴오버),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점(고레버리지), 미국 주식 이외 자산에도 투자하기 때문에 통화 가치 변동에 따른 손실과 계좌 동결 우려 등이 있다는 점 등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리스크가 ‘비트코인 선물(Bitcoin Futures)’입니다. 보고서에는 “메달리온 펀드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단, CME(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현금 결제 선물 계약으로 투자를 제한한다. 비트코인 선물은 비교적 새롭고 투기적인 자산이다. 비트코인 및 비트코인 선물은 변동성이 매우 높으며, 투자 시점에 따라 투자 결과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전통적인 금융상품에 비해 훨씬 더 큰 위험과 손실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유형의 투자는 더 투기적이고 다른 어떤 투자보다도 총 자본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어 구체적인 비트코인 선물 투자와 관련한 리스크를 나열했습니다. ①역사가 짧다 ②정부가 비트코인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③비트코인을 발행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중앙화된 기관이 부재하다 ④악의적인 행위자에 의한 시장 조작이 쉽다 ⑤포크 이벤트 발생에 따른 위험성이 있다 ⑥가격 변동성이 크다 ⑦기타 분산 원장 자산(알트코인) 가격 움직임과 상관관계가 크다 ⑧비제도권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가격 조작이 일어날 수 있다 ⑨관련 제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아 향후 규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⑩다른 유형의 투자자산에 비해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의 리스크가 크다 ⑪거래소가 다른 유형의 투자 수단을 강요할 수 있다 ⑫암호화폐 업계 참여자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 #Rani‘s note 기관 투자자는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메달리온 펀드가 실제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건 앞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근거를 분명히 마련해 둔 만큼, 언제든 시장에 르네상스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비트코인 가격에는 호재일까요, 악재일까요. 수급 측면만 놓고 보자면 호재가 될 수도, 악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퀀트 투자 방식 자체가 특정 종목을 사서 길게 들고가기 않습니다. 이벤트에 따라 수시로 매매를 반복합니다.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되레 르네상스가 앞장서 가격을 끌어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로 보면 분명한 호재입니다.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가 비트코인을 엄연한 투자 자산의 하나로 인정했습니다. 르네상스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기관 참여가 늘어나면 시가총액이 1320억달러에 불과한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는 현재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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