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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크립토 아빠'... "당국의 안일이 혁신을 망친다"

CFTC, 지안카를로, 비트코인선물

‘위험관리(Risk Management)’.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가운데 하나다.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 확대라는 계량적 목표에 가려 이전에는 의사결정 테이블 위에조차 올라오지 못했다. 금융위기라는 홍역을 앓고 나서야, 업종을 막론하고 위험관리가 모든 비즈니스의 최우선 고려사항이 됐다. 위험관리란 무엇인가. 투자 결정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불확실성(Uncertainty)을 발견하고(Identify), 분석하여(Analyze), 이러한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감내하면서(Mitigate and Accept), 기업이 수익추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위험관리가 ‘기업의 수익추구 활동을 지속시켜 주는 작업’이라는 부분이다. 여기서 수익추구는 대부분 미래 지향적인 변화를 수반한다. 과거에 매뉴얼이 명확히 정립된 사업은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 대부분은 위험관리가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진행할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이런 오해는 기업을 무사 안일주의에 빠트린다. 결국, 미래 성장성을 갉아먹는다. 위험관리의 가능 여부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해 보자. 미래 불확실성을 도대체 누가 정확히 통제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논리라면 기업의 모든 혁신은 일어날 수 없다.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나오면 기업은 일단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 분석’과 ‘위험 관리’는 결코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다. 두 가지 모두 혁신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애초 의도한 것과 결과가 다를 경우 뒤따르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한다. 혁신을 꽃 피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이다. 실험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소수가 결국, 혁신을 추동하며 미래를 앞당긴다. 인류는 주기적으로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았다. 지금 우리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전례 없는 신기술 앞에 서있다. ‘오타쿠’로 불리는 공학도들의 전유물에 불과했던 이 신기술이, 이제는 전지구적(Planet-Changing) 변화를 일으키는 ‘불연속적인 혁신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빚어낼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정상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시장은 기업들의 노력, 곧 기술(Technology)과 시장(Market)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책(Policy)이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금융 선진국들은 앞다퉈 디지털 자산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국에 유리한 범국가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미국의 양대 금융규제 당국 중 한 곳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F)의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J. Christopher Giancarlro) 의장이 최근 기민하게 움직이는 이유다. 그가 보여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은 전세계 규제 담당자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지안카를로 의장은 신기술 태동기 혁신을 선도하는 현명한 규제당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활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여러 차례 “기술활용 능력도 없이 어떻게 규제당국이 혁신을 배양할 수 있는 견실한 정책을 마련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혁신기술 리서치 전담 기구인 ‘LabCFTC’ 출범으로 이어졌다. 이 조직은 2017년 12월, 미국(CMEㆍCBOE)이 전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출시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LabCFTC에서 발간한 가상통화(vitual currency)와 스마트계약 기본 지침서를 보면, CFTC가 분산원장 기술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미래지향적인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결코 비트코인 선물 같은 혁신적인 상품 출시를 승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불과 임기를 2년여 남겨둔 ‘공무원’이 굳이 귀찮은 일을 벌이겠는가. 비트코인 선물은 CFTC의 ‘자체검증(Self-Certify, CFTC가 규제하는 적격선물거래소(DCM)가 자체적인 상품성 검증을 통해 신규 선물 상품을 출시)’ 제도를 통해서 출시됐다. 선물계약 불이행 리스크를 부담하는 정산소(Clearing House)들의 반발이 굉장히 거셌기 때문이다. 그는 자체검증 제도의 취지와 선물시장의 역할에 대해 역설했다. 이들의 비난에 정면으로 맞섰다. 지난 3월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DC 블록체인서밋(Blockchain Summit)’에서 “일부는 자체검증 제도가 필요없다고 주장하지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시장에 필요한 파생상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이해관계에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정치인들 때문에 파생상품 시장의 발전이 저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탄생한 것이 이(자체검증) 제도”라며 “기관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선물시장이야말로 비트코인이 새로운 투자자산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를 시험해볼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5월, CME의 비트코인 선물은 하루 평균 1만3604건 거래됐다. 전달(4월)보다 36%,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0% 이상 증가했다. 미결제약정 또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7년 말 출시 당시 거래량이 미미할 것이라는 반대론자들의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지안카를로 의장을 필두로 한 CFTC의 도전이 없었다면, 비트코인 선물상품은 결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은 현재 비트코인 선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시장의 표준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2월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암호화폐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양대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CFTC의 의장들에게 관련 의견을 물었다. 당시 지안카를로 의장의 발언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면, CFTC의 그간 행보를 조금이나마 추측해 볼 수 있었겠다. 그는 다음달 15일자로 물러난다. 그의 후임자는 히스 탈버트(Heath Tarbert) 미 재무부 차관 겸 금융안정위원회(FSB) 위원이다. 역시 혁신적인 모험가 기질이 있는 인물이기를 바란다. ‘크립토 아빠(Crypto Dad)’로 불리는 지안카를로 의장이 지난 청문회에서 했던 발언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다. “저는 세 명의 대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입니다. 저와 아내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금융시장에 관심을 갖기를 원했고, 따라서 아이들을 위해 개설한 증권계좌에 주식 투자 자금을 넣어주곤 했죠. 안타깝게도 제 자녀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주식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에 매료된 아이들이 시종일관 저에게 비트코인에 대해서 묻기 시작한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암호화폐를 향한 이들의 열정을 존중해야 하고, 이들의 열정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하며, 해당 기술을 철저히 학습하여 소비자들의 위험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좋은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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