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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코로나19 위기 극복,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임동민, 코로나19, 금융위기, 리먼

[Economist Deconomy] 코로나19로 금융시장에 번진 극도의 공포는 완화하고 있다. 조금 과장해 표현하자면, 이는 미국의 ‘슈퍼 파워(super power)’ 덕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번 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했다. 미 의회는 2조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통과시켰다. 미국 행정부와 중앙은행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과감한 행동에 나섰다.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겪어 봤기 때문이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08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실행한 매뉴얼을 더 과감하게 되풀이하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19발 충격 이후 과정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상황을 복기하는 것이 도움될 것 같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 2008년 9월 4대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 즉각적인 조치로 연준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실시했다. 단기적인 경기대응 조치로 미 행정부는 1조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정책을 입안하고, 미 의회는 이를 즉각 통과시켰다. 통화정책은 정책 시차(정책을 결정하는 시간)는 짧지만, 실효 시차(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는 시간)는 긴 반면, 재정정책은 실효시차는 짧지만, 정책시차는 법안의 의회통과 일정 때문에 길다. 2008년 9월 리먼 파산이라는 금융충격 지점 후 미국의 조치는 이러한 점에서 효과적이었다. 버냉키 의장은 대공황의 금융정책에 대해 연구한, 현존하는 최고의 경제학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미국인들의 선택이었다. 그는 2009년 1월 취임하자마자,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 구제금융프로그램(Troubled Assets Relief Program, TARF)와 78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정책을 통과시키고 즉각 집행했다. 지금 파월 의장과 트럼트 대통령은 2008~2009년보다 더 빠르고 과감하게 행동하고 있다. *미국 연방기금 목표금리 및 대차대조표: 2008~2013년 취한 조치를 2020년 한번에 실시 (자료: FED,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6개월~1년은 지나야 회복했다 2008년 9월 리먼 파산 이후, 금융시장과 경제는 언제 회복했을까. 2008년 9월~2009년 3월까지 대응책이 쏟아진 가운데 미 S&P500 지수는 마치 지금 2020년 3월에 우리가 겪고 있는 급락세를 지속했다. 그리고 2009년 3월 9일 저점(676.53포인트, 2008년 고점 대비 52.6% 하락)을 찍고 반등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금융시장은 2009년 3월부터 안정됐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2009년 3월은 극도의 공포가 지배하던 시절이었다. 이 모든 조치가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포기의 분위기가 상당히 강했을 것임에 분명하다. 금융위기와 같은 큰 위기가 있을 때, 금융시장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최대한 무너뜨린 이후 비로소 회복한다. 당시에도 2009년 6월 어느 정도의 주가상승이 진행된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 및 회복됐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실물경제는 더욱 늦게 반응한다. 미국 경제는 2008년 3분기~2009년 2분기까지 무려 4분기 마이너스 성장한 이후 2009년 3분기부터 회복했다(연율 환산 성장률, 2008년 3분기 -2.1%, 4분기 -8.4%, 2009년 1분기 -4.4%, 2분기 -0.6%, 3분기 1.5%, 4분기 4.5%). 시기적으로는 2009년 7~9월 경기선행지표(미국은 주택건설 착공, 내구재 신규수주, 주가지수, 소비자기대지수, 제조업 주당 근로시간, 구매담당자 판단지수, 장단기 금리차 등 참고)의 회복을 보고서야 경기가 안정 및 회복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즉, 위기가 터진 이후 6개월~1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 금융시장과 경제가 회복됐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할 일은 다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태풍 속에 있는 우리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리먼 파산이라는 명백한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 자산가치의 무차별한 하락이 대출자들의 자산매각 압력을 확대해 금융위기 영향을 증폭시키는 사건이나 시점)가 없기 때문에 주관적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2008년 9월 리먼과 같은 문제의 대형금융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또는 연준이나 행정부가 이미 선제적 조치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2008~2009년 금융위기의 충격이 재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가 3월에 경험하고 있듯이 미 정부와 연준은 잘 대처하고 있다. 우선 연준은 금리를 단번에 제로로 내리고,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했으며, 2008~2009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제대로 작동했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이미 실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2008~2009년의 두 배 가량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통과시켰고, 후속 조치 또한 얼마든지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선제적이고, 과감하고, 필요한 조치를 실행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19로 발생한 충격이 ‘찻잔 속 태풍(영어 속담 ‘A Storm In The Teacup’에서 나온 말로, 작은 공간에서는 태풍처럼 치열하고 심각한 일이지만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파급은 거의 없음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는 관점은 다소 섣부르고 위험해 보인다. #중앙은행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우선 현재, 2008년 9월 리먼과 같은 문제가 있는 대형은행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 한다. 2008년 9월 이전에도 리먼이 파산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은행들의 재무상태는 겉으로 보기에는 양호하다. 그러나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경기침체나 금융위기 상태에 따라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 그래서 은행이 문제가 있는지는, 사실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사 은행의 재무상태가 정말 정상적이라고 해도 시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낙인을 찍을 경우, 그 은행은 실제로 영향을 받게 된다. 지금과 같이 막대하게 커진 경제상황에서 은행이 하루에 결제하는 금액은 막대하다. 이 금액을 은행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결제하는 곳은 어느 곳도 없다. 은행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다른 은행에서 빌려서 자금을 결제한다. 코로나19와 같이 실물경제와 금융활동이 멈춘 상황에서 만약 어떤 은행의 대출자산이 디폴트 위험에 처했다는 소문이 나게 되면, 그 은행은 자금결제를 위한 채권발행이나 대출이 어렵게 되고, 현재와 같이 복잡하게 얽힌 금융 네트워크에서 금융불안은 전염병처럼 확산할 것이다.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로 나선다면 문제는 해결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중앙은행이 지금처럼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미리 선언해 최종 대부자임을 자처하는 상황은 ‘문제 있으면 내(중앙은행)가 나설 테니, 웬만하면 너희(시중은행)끼리 알아서 처리했음 좋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실제로 나서게 되면, 한 번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금융시장은 그 다음은 누굴까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을 보내게 된다.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로 선제적으로 나서는 상황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중앙은행이 시장 전체를 안심시킬 전지전능한 존재는 결코 아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지표를 마주할 것이다 실물경제의 측면이 더 걱정스럽다. 코로나19는 1월에 발생했고, 2월부터 확산해, 3월에는 결국 전세계에 퍼지게 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전염병이 크게 늘고 있는데, 중국과 한국만큼 대처할 수 있을까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이다.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체적인 시각은 6월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적 상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고, 그 이후에도 상황이 나아질지 자신하기 어렵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이제 코로나19가 아주 조금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3월 경제지표와 1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시각에서 경제의 전망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경제지표의 동반 급락이 예상된다. 기업실적을 추정하는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을 물어보니 예측 불가의 영역이라고 한다. 이는 당연한 결과일 텐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의 거친 예상은 기업실적의 상당한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통상 경제적 충격이 있을 때 기업실적은 회복했던 경험을 신뢰하는 편이지만, 지금은 그 정도 판단도 자신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코노미스트의 견해로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의거해,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과 위험을 높이는 선택은 이른 시점이라고 조언할 뿐이다. #전환적 위기를 극복하는 패러다임 전환 더욱 답답한 현실은 전세계가 코로나19 재난 속에 갇혀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재난 속에 있을 때, 회복을 희망할 수는 있다.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은 안정을 취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이며, 회복될 것이기 때문에 경거망동(輕擧妄動)해서는 안 된다. 극복하고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되, 지금은 조심하고 대처해야 할 때다. 전염병과 더불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임하는 자세와 행동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한편,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예전과 달리 대처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코로나19는 오프라인 경제활동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사람의 이동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경제위기와 차원이 다르다. 이는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방식 또한 완전히 바뀌어야 하고, 정책과 대응에 있어 ‘과거 했던 대로’가 아닌 ‘지금 필요하고, 효과적이고, 충분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경기대응 정책에서 본다면 헬리콥터 머니, 기본소득 실시, 디지털 화폐 발행 등과 같은 논의들이 부상하면서 공감과 지지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코로나19와 같이 오프라인 경제활동이 완전히 차단되는 상황에서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와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필요하다. ‘블록체이니즘(Blockchanism)’과 ‘크립토 이코노미(Crypto Economy)’는 이런 전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겠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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