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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승] 가짜 약과 블록체인, 기대되면서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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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승's 블록체인 헬스케어] 고작 수개월 만에 코로나19는 전세계를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으며, 공적 마스크를 구하는 약국 앞의 줄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전세계에서는 온갖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말라리아 치료제 중 하나인 클로로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세계의 과학자와 의료진들이 바이러스를 쫓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뒤에선 가짜 정보와 약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도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200조원 규모 가짜 약 시장 전세계에서 가짜 마스크를 생산해서 파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한국에서도 몇십 만장 규모의 가짜 마스크를 팔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습니다. 가짜 코로나19 박멸 스프레이를 비롯, 진단키트ㆍ치료약도 만들어서 팔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짜 의료기기나 의약품은 코로나19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관찰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짜 일반약을 경험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경험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발기부전치료제는 다르죠. 발기부전치료제의 경우 가짜 약 유통 규모가 실제 처방약 규모의 2~3배로, 2000억~3000억 규모가 된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굉장히 큽니다. 전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요. 가짜 약의 한 해 시장규모는 매년 약 200조나 됩니다. 그런데 가짜 약은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사용하는 이의 생명을 위협하기에 더 무섭습니다. 약은 만들어져서 사용될 때까지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원료를 생산하고, 옮기고, 가공하고, 배송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산지를 조작하거나 일부 성분을 빼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약의 적정 온도를 지키지 않고 배송해 약 성분이 전부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포장 과정에서는 약이 변질될 우려도 있습니다. 따라서 의약품 생산과 유통 과정은 높은 신뢰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복잡한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어떻게 신뢰를 높일 수 있을까요. #의약품 네트워크 구축, 그 완성은 블록체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3년 제정된 ‘의약품 공급망 보안법(Drug Supply Chain Security Act, DSCSA)’을 기반으로 불법 약물을 근절하기 위해 약의 물류 과정을 추적ㆍ인증하는 시스템을 10년 계획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처럼 데이터베이스가 민간 기업 사이에서 분산된 국가에서는 블록체인과 같이 표준화된 형식이 필요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도입 이전에 전제돼야 하는 것은 정보 교환을 위한 연합체입니다. 이에 FDA는 IT 기업인 IBM, 제약사인 머크, 유통사인 월마트, 회계컨설팅 기업 KPMG 등과 연계해 대형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월마트의 참여가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으나, 미국에서는 유통사의 의약품 배송이 흔한 일입니다. 이 네트워크에는 화이자를 포함한 24개 글로벌 제약회사가 참여한 상태입니다. 이와 같은 흐름을 봤을 때 의약품 유통 표준 전쟁은 아마 블록체인으로 촉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통에도 블록체인을 활용 요즘 새벽 배송이 유행이죠. 음식도 신선품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약도 신선도가 중요합니다.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인슐린은 보관할 때 7℃를 넘으면 안 됩니다. 2013년 유럽연합에서는 약품이 취약한 환경이나 이상 온도에 노출돼 변형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하는 법규를 신설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약의 온도 관련 규정이 강화되면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저온 물류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해 유통 환경을 측정하고 측정한 온도를 믿을만한 분산 원장에 저장한다면, 해당 법규를 준수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가짜 약 판별도 블록체인으로 인도에서 유통되는 의약품 5개 중 하나는 불법으로, 이곳에서는 의약품 관리가 절실합니다. 인도 정부의 씽크탱크인 니티아요그(NITI Aayog)는 인도에서 만들거나 판매하는 모든 약품 목록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위조 약품과 마약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연구 중입니다. 의약품을 제조하는 단계에서 고유 아이디를 부여하고 유통 이력을 계속 저장합니다. 구매할 때 약품에 붙은 QR코드를 통해 진품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이력을 쉽게 확인해서 진품을 알아낼 수 있다면, 유통되는 가짜 약은 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http://clomag.co.kr/article/1989 #유통 관리 자동화에도 기여 의약품 유통 구조는 위 그림에서 보듯 간단하지 않습니다. 약품 종류나 회사도 다양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약물이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도매업체 영업사원이 약을 빼돌리는 사건처럼 유통 과정의 문제는 종종 발생하며,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소유권이 이전될 때마다 간단한 스마트 콘트랙트를 적용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약품 목록을 전방위적으로 자동화하여 관리한다면, 문제가 생긴 위치나 책임자를 찾아내는 과정도 훨씬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그럼에도 예상되는 한계 늘 한계로 지적되는 부분은 오라클 문제입니다. QR코드가 아닌 RFID라도 실제 약과 해당 ID가 같은지를 확인하는 건 어렵습니다. 알약의 경우 코팅하는 부분 등에 붙일 수라도 있지만, 가루약이나 물약은 케이스를 바꿔치기한다면 그걸로 끝입니다. 이렇듯 오라클 문제는 블록체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일원화가 잘 된 우리나라에서는 블록체인 없이도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서 RFID를 통해 실시간 유통정보를 추적하고 있지만, 높은 수수료와 활용하기 어렵게 정형화된 자료로 점차 참여자들이 이탈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블록체인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서비스로서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것은 단순히 블록체인에 올린다고 해서 장점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은 상호운용을 위한 표준화를 강제하고 수정 불가능성을 통해 조작을 방지할 뿐,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사물인터넷을 통해 모이는 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관리할 수 있는 용량엔 현재 한계가 있죠. 그리고 이전 기록들을 모두 저장하는 블록체인 특성상, 이미 약물을 사용해서 유통 이력을 저장할 필요가 없는 데이터도 남아있게 됩니다. 저장 공간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리고... "세계적 안전 물류 시스템을 위한 국가 전략과 연방 정부의 노력은 블록체인과 아주 잘 들어 맞는다" 립스콤 대학의 케빈 클로슨(Kevin Clauson) 교수의 이 말은 유의 깊게 들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적 안전 물류 시스템을 만드는 데에 분명 블록체인은 긍정적 역할을 하겠지만, 국가적 전략에 잘 들어 맞는다는 것에는 조금 두려움이 앞섭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호환하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곧,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블록체인이 있다면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이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표준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모든 권한은 집중될 것입니다. 최근 있었던 스팀 블록체인의 하드포크 과정은 극도로 집중되는 권한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탈중앙화되지 않은 블록체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관리되는 우리의 삶은 어떨지 잠시 멈춰서서 생각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대승 안과 전문의, 한양대 IAB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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