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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노트] ‘블러디 목요일’ 못 피한 메이커다오, QE가 해법?

메이커다오, 다이, 디파이

[소냐's B노트]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던 암호화폐도 이번엔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2월 1만달러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보여줬던 {{BTC}}은 한 달 만에 고꾸라졌습니다. 3월 17일 오전 10시 코인마켓캡 기준 5000달러 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이 정도인데, 다른 알트코인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다들 저점 어딘가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팬데믹 공포, 메이커다오 덮쳤다 3월 12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에 '블러디 목요일'이 닥쳤습니다. 유럽과 미국 증시가 10% 안팎 무너지면서 시장에선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라는 평가가 나왔죠. 탈중앙화 금융 디파이(DeFiㆍDecentralized Finance) 1위 플랫폼 메이커다오(MakerDao)도 이를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ETH}} 가격이 하룻새 30% 급락하면서 투매 물량이 쏟아져 나오자 TVL(Total value locked)이 3억달러나 줄어든 겁니다. TVL은 스마트 컨트랙트에 잠겨 있는 암호화폐의 가치 총량을 의미하는데요. TVL이 하락했다는 건 암호화폐 가치가 그만큼 폭락했고, 강제 청산된 물량도 상당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라클(Oracle, 메이커 플랫폼에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이더리움 계정)의 일부 서버가 거래량 폭증으로 다운되면서 가격 추적에 실패한 겁니다. 결국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값비싼 수수료를 내가며 부정확한 가격에 거래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날 메이커다오도 대형사고가 터져 400만달러어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폭주하면서 지연시간이 늘어나고, 거래 수수료는 30배까지 뛰는 등 난리가 났는데요. 이 틈을 타 일부 청산자들이 경매 과정 중에 제로 가치인 다이를 이용해 이더리움 경매에 참여한 겁니다. 메이커다오는 메이커(MKR) 토큰 경매를 통해 다이를 다시 사들이겠다고 밝히며 당장 급한 불은 껐습니다만, 그 여파로 MKR 토큰 가격이 급락한 건 피할 수 없었습니다. #메이커다오는 어떻게 작동하지? 여기서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메이커다오의 작동 방식을 짚고 가겠습니다. 메이커다오는 이더리움이나 {{BAT}} 등 암호화폐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빌려주는 대출 플랫폼입니다. 1다이는 1달러에 상응합니다. 스테이블코인 대표주자 테더(USDT)와 다른 점은 발행사가 따로 없다는 점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담보로 메이커 플랫폼에서 다이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사람 대신 담보채무포지션(CDPㆍCollateralized Debt Positions)이라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이를 수행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다이를 발행할 수 있을까요? 통상 담보물 가치의 60%까지 가능합니다. 예컨대 100개의 이더리움을 맡기면 60개 다이를 빌릴 수 있는 거죠. 대출자가 이를 상환하면? CDP는 자동 소각되고 맡겨놨던 이더리움은 원래 계좌로 반환됩니다. 여기서 MKR토큰을 이용 수수료로 지불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1다이=1달러 균형을 유지할까요? 테더의 경우 발행량만큼 달러를 예치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하는)을 씁니다. 하지만 주체가 없는 메이커다오로선 불가능한 방법이죠. 메이커다오는 달러를 보관하는 대신, '목표가 조정비 피드백 체계(TRFMㆍTarget Rate Feedback Mechanism)'라는 자동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목표가를 통해 다이 수급을 조절하고 최종적으로 가격 안정화를 꾀하는 방법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이 시장가가 0.9달러인 경우를 가정해 보죠. 이때 TRFM은 목표가를 1.1달러로 높게 잡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부에선 다이가 0.9달러이지만 메이커 안에서는 1.1달러가 됩니다. 그러면 신규 대출자들이 다이 대출을 위해 종전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자연스레 공급량은 줄고 수요량은 늘게 돼 가격이 오르겠죠. 다시 1달러에 맞춰지는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결과는 같습니다. 설명이 길어졌습니다만, 어쨌든 담보물인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다는 건 메이커다오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다이를 발행하는 대신 차라리 현금을 들고 있는게 낫겠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대출자 수가 줄어들어 다이 공급량이 감소하는 반면 현금화하려는 수요는 늘어나게 돼 다이 가격이 1달러를 넘게 됩니다. 계약 규모가 급감할 뿐 아니라 가격 안정 흐름도 깨지는 거죠. #다이 공급량 늘려라 메이커다오 재단과 MKR 토큰 거버넌스 투표자들은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건 다이 공급량을 늘리는 겁니다. 당장의 손실분을 메꾸고, 시장 위기를 방어하기 위한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 메이커재단 리스크 관리팀은 거버넌스 투표를 제안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다이 예금 이자 0%로 낮추기 (2) 다이 대출 이자 0.5%로 낮추기 (3) 담보 경매에 서킷브레이커(일시정지) 도입 (4) 거버넌스 보안 모듈 지연시간을 4시간으로 단축 (5) 청산 동결 모듈 활성화 등입니다. 이들 제안은 15일 최종 통과했고, 한국시간 17일 새벽 4시15분부터 적용됩니다. 공급량 확대와 관련해 판차오 메이커다오 중국 커뮤니티 책임자는 커뮤니티에서 "다이가 조만간 제로금리 시대에 진입한다"며 "특수한 시기 예금 이자를 최대한 낮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의도로, 향후 양적완화(QE) 같은 조치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경매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문제가 생겼을 때는 경매 중단, 청산 동결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입니다. #USDC로 가격 안정성 높인다 또 다른 대안도 거론됐습니다. 코인베이스와 서클이 내놓은 스테이블 코인 유에스디코인(USDC)을 담보 시스템에 넣는 방안입니다. 기존에는 이더리움과 BAT만 가능했는데 여기에 USDC를 추가한다는 거죠. 이럴 경우, USDC의 가격 안정성(1USDC=1달러)이 다이의 가격 변동을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논란도 있습니다. 종전의 완전한 탈중앙화 메커니즘을 흩트릴 수 있다는 우려죠. 하지만 이미 다른 디파이 플랫폼도 USDC를 편입하는 추세이고, 가격 안정성을 위해서라면 감안할 만하다는 게 커뮤니티 내 분위기입니다. 이미 이에 관한 투표가 시작됐는데요. 17일 오후 12시 반경 안건이 최종 통과됐습니다.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사실 지금과 같은 위기는 백서에 나와 있을 만큼 이미 예견돼온 일입니다. 백서는 여러 가지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데, 이중 하나가 '가격 오류, 비이성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사태'입니다. 오라클의 가격 피드백에 문제가 생기거나, 비이성적 시장 역학이 다이 가격 변동에 상당 기간 영향을 주는 등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입니다. 이때엔 TRFM이나 심지어 MKR 희석이 극단적 수준에 이르러도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과 안정성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백서는 지적합니다. 개선 방안도 나와 있습니다. 다이 공급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메이커 커뮤니티가 자산 풀을 충분히 키우고 관리인 역량을 강화하라는 것인데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아닙니다. 흔히들 진가는 위기 때 드러난다고 하지요. 위기가 닥쳐오자, 디지털 금으로 각광받던 비트코인이 속절 없이 무너졌습니다. 올해 업계 기대주로 관심을 모으던 디파이와 그 선두에 선 메이커다오 역시 역경을 딛기엔 아직 역부족해 보입니다. 다만, 비트코인과 달리 거버넌스가 형성돼 있는 메이커다오는 위기가 닥쳤을 때 발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게 돋보입니다. 어쨌든 아직은 기대를 놓을 수 없습니다. 어려운 시기가 지나간 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폭풍 속에서도 살아남는다면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일 테니까요. 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불씨도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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