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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안전자산이라는 금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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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KO] 3월 첫주 미국 주식시장이 널뛰기를 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34조4520억 달러 시장이 무슨 ‘잡주’나 ‘잡코인’ 마냥 움직입니다. 3월 2일에는 5.1% 올랐다가, 3일에는 2.9% 떨어졌습니다. 다시 4일에는 4.5% 올랐지만, 5일에는 3.6% 떨어졌습니다. 장중에도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갑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치열한 심리 싸움의 흔적인 캔들 차트에는 장대음봉과 장대양봉이 번갈아가며 궤적을 그립니다. 2월 28일 증시와 함께 같이 무너졌던 ‘안전자산’ 금은 어떨까요. 증시와는 달리 상승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다우지수가 널뛰기를 하면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2.8% 오르는데 그친반면, 금값은 같은 기간 6.5% 올랐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온스(31.1g)당 1666.4달러에 마감한 금값은 7년래 최고 가격이라는 2월 24일 종가(1672.4달러)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증시와 함께 무너졌던 금값이 다시 상승궤도에 올라탄 배경은 뭘까요. ‘안전자산’이라는 금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안전자산’ 금의 실체는? 3월 2일, ‘공포가 휘감은 시장, 주식이 살아나야 코인도 산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증시가 살아나야 금값도 오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간의 상식에 반해 이렇게 주장하는 건 안전자산이라는 금에 대한 약간의 오해가 있기 때문입니다. 금은 상품화폐입니다. 지폐는 신용화폐이고요. 1971년 미국은 베트남 전쟁 비용을 대느라 국고가 바닥을 드러낼 지경에 이릅니다. 그해 8월 15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불(不)태환을 선언합니다. 이제는 달러를 가지고 와도 미국은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답니다. 이른바 ‘닉슨 쇼크’입니다. 금이라는 실물에 묶여 있던 지폐 달러는 날개를 답니다. 미국의 결정에 따라 돈의 무제한 발행이 가능해졌습니다. 금은 한정된 화폐인 반면, 달러는 무한정 발행이 가능한 화폐입니다. 둘은 화폐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서로 경쟁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 풀린 돈이 200달러이고, 시장 참여자들은 금과 지폐 달러를 각각 100달러어치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경기 부양을 위해 100달러어치를 찍어 시장에 풀었습니다. 갑자기 시장에는 금이 100달러어치, 지폐 달러가 200달러어치가 됩니다. 지폐 달러의 공급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금값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증시가 불안할 때 금값이 오르는 건 그 때문입니다. 증시가 불안하면 중앙은행은 시장에 돈을 풉니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 한정된 상품화폐인 금값이 오르게 되는 거죠. #2월 말, 금은 왜 주가와 같이 떨어졌을까 앞서 시장에 풀린 돈이 200달러이고, 금과 지폐 달러를 각각 100달러씩 갖고 있다고 가정해 봤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갑자기 극도로 불안해졌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시장 참여자가 유통되고 있는 100달러어치 신용화폐 지폐(현금) 가운데 50달러를 금고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럼 시장에 돌던 지폐가 100달러에서 50달러로 절반 줄어듭니다. 지폐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건 상품화폐인 금값이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2월 24일 금값이 고점을 찍고 이튿날부터 부실거리던 게 그 때문입니다. 증시와 함께 금값이 동반하락한 건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시장 참여자들이 현금 확보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만들어낸 과다 유동성 상황에서 갑자기 시장에서 돈이 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ABN암로의 조젯 볼레 애널리스트는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험회피 심리 속에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 투자자들은 현금이나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일부 자산에만 몰릴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금을 유동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시장 혼란에 따라 2월 28일 금값도 4.6% 하락했는데,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주식의 손실을 메우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꾸준하게 오르던 금값이 2008년 3월 고점(온스당 970달러선)을 찍고 본격 하락한 것도 시장에서 현금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85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5위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몰락, JP모건에 헐값에 팔려나간 게 2008년 3월입니다. 굴지의 투자은행도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목격한 시장 참여자들이 시장에서 현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면서 금값도 동반하락하기 시작한 거죠. 금값이 700달러선을 바닥으로 그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에 간접적으로 돈을 푸는 게 아니라,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은행 주식과 모기지유동화증권 등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시장에 현금을 꽂아주고 나서입니다. #금값 따라 비트코인 가격도 움직일까 시장이 위기 상황에서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금값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돈을 푸는 마당에 한정된 상품화폐인 금의 가치는 더 오를 것이라고 시장은 전망하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코로나19가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상황으로 악화돼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하지 않을 거라는 가정 하에서 입니다. 공급 파탄이 나지 않아야 중앙은행의 돈 풀기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금값은 오르는데 비트코인은 어떨까요. 2월 25일부터 나타난 금값 하락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도 하락했습니다. 아직 ‘디지털 금’의 지위를 확고히 하지 못한 탓에 금값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3월 2일부터 금값은 상승세를 회복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오르기는 했지만 그 폭이 미미합니다. 2월 24일 9800달러선이던 가격은 3월 6일 현재 9000달러선을 기록 중입니다. 아직 확실한 디지털 금은 아니지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시장 참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역시 금처럼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정책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반감기나 각국 제도화 정도, 기관투자자의 진입, 비트코인ETF 승인 여부 등 비트코인 자체 이슈에 따라 가격은 움직일 겁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존 메이너드 케인즈, 경제학자)다고 비판할 분들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은 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현재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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