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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도입해도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파는 업자 있다

푸드트러스트, 스타벅스, 블록체인, IBM

아내는 유기농을 고집한다. 필자 때문이었으면 좋겠지만…. 어린 애들 덕이다. 덕분에 덤으로 얻어먹는 처지다. 그런데 가끔 궁금하다. 몇십 프로는 비싸게 주고 사먹는데 진짜 유기농일까. 동네 유기농 매장은 프랜차이즈다. 전국에 걸쳐 분포한다. 업력도 꽤 오래됐다. 그러나 명성과 역사에 기대, 아내를 포함한 소비자 대부분은 무작정 믿을 뿐이다. 밭에서 매장 진열대에 올라오기까지의 이력을 볼 수는 없다. 참치가 어디서 잡히는 스마트폰으로 확인 아직 동네 유기농 매장에까지 도입되지는 않았지만, 식품 산업에 이력 관리를 목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사례는 여럿 있다. 영국 소프트웨어 회사인 프로비넌스(Provenance)는 참치 유통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모바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참치가 어디에서 잡혔는지, 어떤 경로로 판매됐는지 등을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IBM의 식품 유통 이력관리 서비스도 있다. 월마트 중국지사는 IBM 등과 함께 블록체인으로 식품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연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적용하기 전에는 망고 유통 이력을 확인하는데 평균 6.9일이 걸렸지만, 블록체인 적용 후에는 2.2초면 충분했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식품 산업에는 블록체인 열풍이 일었다. 돌(Dole)ㆍ네슬레(Nestle)ㆍ유니레버(Unilever) 등이 참여하는 블록체인 적용 연합체까지 만들어졌다. IBM은 이러한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식품 이력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재 IBM은 ‘푸드트러스트(Food Trust)’라는 블록체인 기반 식품 이력 관리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구입한 식품 유통기업 까르푸는 2022년까지 원산지의 식품 생산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투명하게 보여줄 계획이다. 스타벅스도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 원산지와 운송 이력을 블록체인에 기록한다. 소비자는 커피 원두 포장지에 있는 코드를 인식하면 해당 원두의 원산지와 이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삼진어묵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이력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소비자들이 일본 원전 사고로 수산물에 불안감을 느껴 어묵을 구매하지 않는 현상에 주목하면서다. 삼진어묵은 해법으로 블록체인에 주목했다. 지난해 3월부터 삼성SDS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어묵 유통 이력 추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오라클 문제가 핵심 아니다 식품 이력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한 가지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다. 블록체인 밖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 안으로 가져올 때 발생하는 문제다. 쉽게 말해 누군가가 가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라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쇠고기 유통 과정을 떠올려 보자.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고 해서 수입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파는 사기를 막을 수 없다. 정육점 주인이 한우 이력 QR코드를 무한히 복사해 미국산 쇠고기에 붙이면, 아무리 QR코드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관리해도 소용없다. 그런데 식품 산업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경우, 오라클 문제를 논의하는 게 의미 있을까. 아니다. 핵심을 잘못 짚었다. 무슨 소리냐고? 이해를 돕기 위해 질문 하나 해 보겠다. 스타벅스가 커피 원두 원산지를 속일까? 대부분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마크가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달력이나 다이어리가 비싸게 팔린다. 오라클 문제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핵심 이슈라면, 스타벅스가 블록체인을 도입할 이유는 없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그런데도,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인다. 이유가 뭘까. 스타벅스가 블록체인에 관심 보이는 까닭은 첫째, 식품 이력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싶어서다. 월마트 중국지사의 블록체인 적용 사례를 떠올려보자. 블록체인을 적용해 망고 유통 이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사용자에게 투명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게 아니다. 월마트ㆍ스타벅스ㆍ까르푸 등의 기업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서 식품 유통 이력을 조작하려 할까. 아니다. 이들 기업은 소비자에게 식품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했다. 식품이 아닌 다른 산업은 어떨까. 예를 들어, 중장비 제조업에서도 블록체인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중장비에 들어간 원자재의 이력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원자재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해당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장비는 고가이고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정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블록체인이 만능은 아니다 국내 식품 관련 정부기관에서 블록체인 도입 방안을 연구한 적 있다. 관련 연구의 자문에 응했을 때에도 “(식품 이력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것은) 식품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명하게 정보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으로 식품 사기가 근절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블록체인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블록체인은 정보 조작을 거의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디지털 세계에 한해서다.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을 식품 이력에 적용한다고 해서 원산지를 속이는 식의 식품 사기를 뿌리 뽑을 수는 없다. 유성민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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