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검색

[이대승] 블록체인으로 의료보험 바꿀 수 있다?

의료, 보험, 블록체인

[이대승의 블록체인 헬스케어] 탁 트인 창문을 배경으로 검은 의자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을 쳐다보던 그 사람은 ‘지급 거절‘이라는 의견을 적습니다. 보험사 의료분야 고문인 그가 검토하던 것은 바로 보험 가입자의 의료비를 지급할 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서류였습니다. 지급 거부 의견을 잘 낼수록 그는 더 많은 보너스를 받습니다. 물론 막대한 의료비는 환자가 모두 떠안게 됩니다. 보험회사가 보험료 지불을 거절하면, 병원비를 갚을 능력이 없는 노인 환자를 병원이 내다 버리는 일(Patient dumping)도 있습니다. 해당 상황은 이미 미국의 큰 사회적 문제로 유튜브에서도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수술비가 비싸니...중지와 약지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 예를 들어볼까요. 미국 의료보험을 비꼬기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에 등장하는 닉은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다 사고로 중지와 약지가 잘렸습니다. 중지 봉합은 6만 달러(약 6000만원), 약지 봉합은 1만 2천 달러(약 1400만원)입니다. 결국 약지만 수술하고 화가 난 닉은 “중지는 비둘기가 우글거리는 매립장으로 던져버렸다”고 화면에서 웃으며 이야기합니다. 이와 같은 에피소드는 오늘날의 미국에서도 여전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미국의 민영 의료보험 가격은 너무 비싸 개인 단위로 가입하기 어렵습니다. 닉은 보험이 없어 결국 비극적 상황을 맞이했죠. 보험이 없어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꿰매는 사람도 등장합니다. 의료비가 너무 비싸니 대체의학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는 좋은 의료보험을 보장해주는 직장을 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한국은 건강보험이 당연지정제로 설정돼 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돼있죠. 그 덕택에 언제든 병원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는 다른 단점이 존재합니다. 응급실은 꽉 차있고, 대학병원에서는 의사 1명이 하루에 환자 100명을 보는데도 외래를 예약하기 위해 몇 달이 소요됩니다. 왜 이렇게 두 나라의 의료환경이 다를까요.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미국은 민간, 한국은 국가가 의료보험을 주도했다 1890년대 미국 의료보험의 역사는 워싱턴 주의 한 임업회사로부터 시작됩니다. 직원들이 잘 다치다 보니 생산성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의사를 고용한 것이 그 시초였습니다. 1929년에는 블루크로스라는 비영리 조직이 매일 5달러를 내면 환자의 21일간 입원비를 보장해 주면서 지금의 보험과 비슷한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이후 의료가 급속히 고도화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의료비를 부담해주는 보험 역시 발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직원들을 잡기 위해 의료보험으로 인센티브를 줬습니다. 이는 오늘날 미국 의료보험의 근간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장이 없는 고령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1960년대 국가 주도의 메디케어(Medicare)ㆍ메디케이드(Medicaid) 보험제도가 시작됐는데요. 결국, 직원ㆍ회사ㆍ의료계ㆍ보험계ㆍ국가예산이라는 이해관계자가 각자의 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복잡한 의료보험 시장을 형성하게 됐습니다. 2020년 미국 건강보험 시장 규모는 1조 달러(약 1200조원)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보험의 역사는 어떨까요.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63년 ‘무상의료’를 제공했던 북한에 맞서기 위해 의료보험법을 처음 제정했지만, 여러 이유로 시범사업으로만 존재해왔습니다. 그러나 1977년 유신정권 당시 국가 경제의 비약적 상승과 함께 의료비도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주요 의료기관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국민의 불만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500명 이상의 사업장에 대기업 위주로 의료보험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 재정 상황 문제로 재벌기업의 재원을 통해 의료보험 자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1986년 고조되는 반독재 운동을 억누르기 위해 당근으로 전국민 의료보험을 제시했지만, 직장ㆍ농어촌ㆍ도시영세민 등이 각 조합별로 다른 체계를 가졌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형평성과 재정 지원 등의 상황이 달라 이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죠. 결국,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시되면서 현재의 의료보험 체계를 갖추게 됐습니다. 그러나 모두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두 국가의 의료보험은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민간 주도로 발전해온 보험과 국가 주도로 발전해 온 보험은 각자의 장단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료 접근성이 낮아도 최신 치료를 마음껏 받을 수 있는 구조와, 적은 비용으로 높은 의료접근성을 보장하는 시스템 중 어떤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양쪽 모두 수많은 비효율성이 존재하며, 이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모든 의료보험의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보험의 비효율성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행정절차의 번잡함 보험금 청구 방법은 가입한 보험상품이나 회사에 따라 모두 제각각입니다. 최근 실손보험이 대중화하면서 보험금을 신청하기 위한 과정을 밟아본 분들이 있을 겁니다. 기존에 제출해야 했던 서류는 보험금청구서ㆍ신분증ㆍ통장사본ㆍ입퇴원확인서ㆍ진단서ㆍ수술확인서ㆍ진료영수증ㆍ비보험진료내역서 등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마저도 병원과 보험사마다 서류의 형식이 다릅니다. 그래서 고령환자 등 사회적 취약층은 보험 청구조차 하지 못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매환자의 경우는 보험 수령 의사조차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독거노인이라면 대리인을 선정하기 어렵죠. 신뢰할 수 있는 대체 신원 확인 수단이 필요하며, 절차를 간소화해야 할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둘째, 지급 기준의 복잡함 보험 서류를 모두 준비해서 제출했다 하더라도 각각의 지급 기준이 너무나 복잡합니다. 약 하나를 사용하려 해도 해당 약품을 보험으로 보장하려면 특정 증상이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특정 검사를 수행하고 그 검사에서 특정한 소견이 나와야 합니다. 복잡한 조건을 맞추어 사용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사용 횟수나 양에 따라 보험 지급을 거절당할 수 있습니다. 약뿐만이 아닙니다. 시술ㆍ수술 등 의료 전반에 대한 각각의 기준이 있습니다. 이를 한 데 모으면 매우 복잡한 체계가 됩니다. 심지어 보험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준은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어 모호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지급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소송도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2019년 실손보험과 관련한 소송규모는 1000억원대로 집계되며 사회적인 비용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복잡한 보험금 지급 과정을 단순화하고 보험 지급 기준을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사회적 요구는 점차 높아지는 중입니다. 셋째, 복잡한 기준을 이용한 부당청구 현재 의료 정보 시스템에서 보험을 청구할 때는 환자가 직접 제출하기 때문에 자료의 위ㆍ변조가 가능합니다. 이 과정에서 직무 담당자를 이용하기까지 합니다. 허위 의료정보를 기재하거나 범죄 사기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보험연구원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 해 보험사기 적발 규모는 약 4조5000억원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2017년 기준 800억 달러(약 80조원) 규모입니다. 이렇게 누수된 보험료는 다른 필수 의료에 대한 보험료를 높이면서, 애꿎은 다른 환자에게 지급될 보험금을 삭감하는 등 또 다른 피해를 낳습니다. 부당청구를 적발하기 위한 과정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비용도 거대해서 이를 처리할 역량이 있는 보험사들만 살아남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영향으로 보험사들은 점차 대형화되고 있습니다. 신규 사업자 진입이 어려워 특정 보험사의 횡포가 심해지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바로 인슈어테크(Insurtech = insurance + technology)입니다. 인슈어테크는 인공지능ㆍ빅데이터ㆍ사물인터넷, 그리고 블록체인을 통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블록체인은 어렵고 복잡한 보험 체계를 어떻게 혁신해 나가고 있을까요. 다음 번 칼럼을 통해 관련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대승 안과 전문의, 한양대 IAB 자문교수

조인디 logo
j o i n
d

Article Title

  • J loading image
  • O loading image
  • I loading image
  • N loading image
  • D loading image

RE:C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