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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 청담동 이희진을 작게 만드는 거래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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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s Crypto Story] ‘청담동 주식 부자’라고 불렸던 이희진이라는 인물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주식 고수로 이름을 날리더니 어느 날 돌연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알고 보니 투자 회사를 차린 뒤 유명세를 이용해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대가로 투자금을 챙겼던 거죠. 이희진은 챙긴 금액으로 17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 약 13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최종 판결은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00억 원·추징금 122억 6700만 원. 불과 8일 전인 2월 12일에 나온 결과입니다. 오늘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희진의 사기 행각을 뛰어넘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2월 20일 오후 2시에 1심 판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거래소는 가로챈 금액만 1778억 원에 사업 투자 목적으로 받은 자금 580여억 원을 빼돌리는 등, 피해자들의 총 피해액이 2000억이 넘는 것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희진 재판 당시 피해금액이 38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된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다단계의 황제’로 불렸던 조희팔에게서 나온 피해 수치 약 4조 원과 비교했을 땐 적은 금액이지만 여전히 큰 사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무엇보다 출금 정지·극단적인 거래소 코인 정책·과도한 이벤트·해킹·보이스 피싱·코인 스왑·타 법인 계좌 공유 등, 현재 거래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일찌감치 집대성한 거래소가 바로 이곳. ‘올스타빗’이었습니다. 루시 공주와 올더 왕자 이야기 올스타빗 이야기는 2018년 중반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암호화폐 시장은 2017년말 2018년초 형성된 불장이 급속히 냉각해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하락을 감당해야했기 때문에 ‘본전 심리’가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기도 했죠. 바로 이때 등장한 거래소들이 코인제스트와 올스타빗이었습니다. 시기상 채굴형 거래소의 기원을 열어젖힌 건 코인제스트의 거래소 코인 코즈(Coz)였지만, 이를 응용해 더 거대한 파급력을 만들어 낸 쪽은 올스타빗이었습니다. 초반 주축이 된 코인은 루시(LCY)와 올더(ATE). 올스타빗은 우선 이 거래소 코인으로 무상 에어드랍을 실시해 투자자를 유치합니다. 당시 암호화폐의 거듭된 하락으로 단순 메이저 코인 투자가 의미 없어지자 군소 거래소에서 에어드랍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였던 것입니다. 이후 자체 거래소 코인 펌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해당 코인의 수명이 끝나면 새로운 거래소 코인을 거듭 만들어내는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뮤즈(MTT)와 스케치(SKET)는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신규 거래소 코인이었습니다. 때론 독특한 이벤트를 통해 거래소 코인을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초기 거래소 코인이었던 루시와 올더의 가격이 폭락하자 루시를 공주로, 올더를 왕자로 만듭니다. 그리고 루시 공주와 올더 왕자에게 애완동물이 생겼다는 의미로 ‘루시캣’과 ‘올더독’이라는 새로운 거래소 코인을 발행했습니다. 당연히 시장에선 새로운 거래소 코인에 대한 펌핑이 시작됐죠. 수명이 다한 코인은 ‘루시 공주 구출’등의 이벤트로 재펌핑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루시의 가격을 3일 연속 20원으로 유지하면 보유량 1등부터 1만등까지 총 상금 3억 원을 준다는 이벤트였는데요. 상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논란이 많았습니다. 이외에도 올스타빗은 ‘왕뚜껑 코인’사건을 비롯한 과도한 이벤트로 투자자를 한껏 끌어들이게 됐습니다. 이희진도 작아지는 거래소? 올스타빗은 2018년 10월 이후 거래소 코인의 인위적 등락과 함께 출금 정지 사태가 터지면서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올더마스터라는 업체와 법인 입금 계좌를 공유해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올스타빗과 올더마스터는 한 몸이고, 자금을 빼돌리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이어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두 회사가 임원진을 공유한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결국 원화 출금 지연이 장기화되자 올스타빗은 계좌가 보이스피싱 신고로 정지돼서 지연되고 있다는 해명을 했죠. 사태가 더욱 심각해진 2018년 12월엔 아토믹 스왑을 실시해 거래소 코인을 투자자 동의 없이 맞바꾸기도 했습니다. 애초에 아토믹 스왑이 거래소 없이 P2P로 서로 다른 코인을 거래하는 기술임을 생각해보면 용어 자체를 잘못 사용한 셈인데요. 이 자체도 문제지만, 투자자 동의 없이 스왑을 실행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새롭게 스왑된 코인이 실질 상장가의 1/6 가격으로 상장된 것은 덤입니다. 결국 해가 넘어가면서 2019년 올스타빗 사이트는 폐쇄됐고, 출금 정지와 코인 판매에 의한 자금세탁으로 부채를 해결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됩니다. 구형부터 남다르다 거래소 운영 과정만 간단히 말해도 복잡한데 내부 사정은 더 혼란스럽습니다. 올스타빗과 얽힌 관계사만 하더라도 올스타매니지먼트·올더마스터·올더마스터캐피탈대부·라임오렌지나무(빗키니 운영사)·카브리올레(카브리오빗 운영사)·더블캐스팅(전 이스케이프)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관계사 모두 유사한 임원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올스타빗 사태의 핵으로 평가받고 있는 올스타빗 김성원 전 대표는 올스타매니지먼트·카브리올레·더블캐스팅에서 임원 및 감사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이외 김성원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신씨·민씨·최씨·양씨도 거론된 관계사들의 임원을 복수로 역임했습니다. 임씨의 경우엔 초기 투자자 피해를 확산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기소 대상이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성원 전 대표 등 6명이 지난 1월까지 공판을 벌였습니다.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구형한 김성원 전 대표의 형량은 징역만 25년입니다. 다른 5명의 인원에게도 10년 이상의 징역이 구형됐습니다. 최근 1심 전원 무죄가 선고된 업비트 재판에서 두나무 송치형 의장이 당초 징역 7년을 구형 받은 걸 생각하면 훨씬 무거운 수치입니다. 판례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올스타빗도 업비트처럼 긍정적인 판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업비트 판결에서 재판부가 중요하게 본 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번째는 ‘투자자들이 실제로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여부입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업비트의 ‘아이디8 허위 충전’여부에 대해 “검찰은 아이디8에 입력된 포인트에 상응하는 원화를 두나무가 그때마다 충전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관련 전자정보가 입력된 당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는 해당 전자 정보의 의미를 파악할 수는 없다”며 이 과정에서 실제로 피해를 받은 투자자가 있는지의 여부를 중요하게 봤습니다. 업비트의 경우 재판부가 두나무 지갑·당시 제휴를 맺었던 비트렉스 지갑 거래기록·업비트 회원들의 지갑 현황·회계 법인 감사 등을 근거로 투자자 피해가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죠. 그러나 올스타빗의 경우 거래소 운영 당시부터 지갑 공개가 투명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접수된 바 있습니다. 감사를 같은 관계사를 공유하는 임원진이 맡았다는 것도 다른 점입니다. 무엇보다 원화 출금이 장기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법령이 없기 때문에 거래소 별 구체적 상황을 파악해야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업비트 판결에서 재판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경우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법령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관련 법령이 없는 이상,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유동성 공급을 금지해야 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무죄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올스타빗은 타법인 계좌 공유·약관 위반·오프라인 투자자 피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어 규제 불확실성과는 관계없이 현행법으로 처리될 소지가 존재합니다. 무엇이 잘못됐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 2018년 후반 정점을 찍었던 암호화폐 거래소 문제. 특히 생존을 명분으로 극단적 정책을 펼쳤던 군소 암호화폐 거래소 사태는 시장에 큰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올스타빗 사태는 그 주제의 한가운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구 하나 잘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거래소는 지속되는 하락장 속에서 장기적 관점을 가져가기보다는 당장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올스타빗을 비롯한 몇몇 암호화폐 거래소는 아예 현행법을 비롯해 투자자와의 약속을 깨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보다 더 나쁜 건 암호화폐 관련 법령이 없다는 것을 이용해 투자자에게 피해갈 것이 확실한 코인 판매를 감행했다는 점이죠. 자본주의 시장 관점에서 보면 투자자도 마냥 불쌍한 피해자는 아닙니다. 최근 JTBC 인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보면 술집을 운영하는 주인공의 직원이 미성년자인줄 알면서도 회사 매출을 위해 손님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결국 누군가에 의해 적발돼서 가게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게 되죠. 투자자의 경우엔 어떤가요. 물론 아무 것도 모르고 투자한 선량한 사람도 있겠지만, 무법 지대에서 몇몇 암호화폐 거래소가 깔아주는 도박판을 일부러 노리고 진입한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도박인 줄 알면서도 “나는 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심리로 해당 암호화폐 거래소에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일부 투자자들이 말하는 “2017년말 정부의 갑작스런 규제로 원금을 크게 잃어 회복을 위해 해당 거래소에 가담했다”는 식의 논리는 사실상 자기합리화가 아닐까요. 마지막 책임은 업계 모든 사건의 환경을 조성할 힘이 있는 정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혐의나 구형 무게만 따져도 이희진 사태보다 부각돼야 할 사건에 정부는 여전히 정책 마련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해결의 시작점이라고 평가받는 특금법조차 몇 년째 도돌이표만 반복되자 답답해하는 관계자들이 많습니다. 업비트 판결에서도 볼 수 있듯, 재판부에서도 암호화폐 관련 법령이 없어 명확한 판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업계 바깥의 대중들도 동일하게 원하는 것처럼 죄질이 무거운 업체엔 엄벌을, 육성해야 할 프로젝트엔 지원이 동반될 수 있도록 올해에는 정부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딛길 기대합니다. 지금처럼 그냥 방치하기엔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규모나 잠재력이 작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경우 싱가포르나 스위스 등 금융 선진국에선 이미 암호화폐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위스 공항에선 전광판에 다우 및 나스닥 지수와 함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공개되고 있죠. 자본주의 질서를 대표하는 미국도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를 통해 불법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한편, CFTC(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서 암호화폐를 긍정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SEC에서 유별나게 암호화폐 육성 의지를 가지고 있는 ‘크립토 맘’ 헤스터 피어스의 경우 최근 ‘안전항(Safe Port)’제도를 언급하며, 암호화폐 스타트업에게 증권 여부를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각국에서 현재 암호화폐 산업의 명과 암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건전한 토양을 만드는 작업이 펼쳐지고 있는데, 한국은 논의를 위한 초석조차 통과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박상혁 기자 park.s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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